스페인

[산티아고순례길] Day37. 감격스런 대망의 정오미사. 감동적인 보타 푸메이로 향로 미사 의식 관람 및 야고보 동상에 기도하고 소원빌기.

Lindatravel 2025. 3. 19. 23:24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서의 마지막날 아침.
일어났는데 기분이 매우 상쾌하였다. 날씨가 꾸물하면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편인데, 이렇게 개운하게 잘 일어난걸 보니 바깥 날씨가 화창한 듯했다. 조금 있다 준비하고 정오 미사에 참석해야 하니, 호텔 조식 먹으러 식당으로 출동. 

조식이 너무 맛있어서 감동적이었다. 뺑오쇼콜라, 카스테라, 파운드케이크, 에끌레어 등등 베이커리류도 아주 훌륭하고, 과일도 너무 달콤하고 맛있었다. 다른 짭짤한 종류도 많이 있었으나, 간단하게 빵과 과일로만 식사하였다. 예산이 허락된다면 산티아고에 머물를 때 파라도르 호텔에 하루라도 머물러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그리고 스페인 국민 초콜렛우유 카카오랏 병우유가 놓여있길래 오렌지 주스랑 같이 가져와서 마셨는데, 정말.. 우유가 입 떡 벌어지게 맛있다. 여담이지만 살면서 먹은 초코우유 중 제일 맛있는 초콜릿우유는 스페인 카카오랏 초콜릿우유이고, 커피우유는 일본에서 먹은 타카치호 커피우유이다.
꼭 순례길 아니어도 스페인 여행 가시는 분들 있으면, 카카오랏 초콜릿 우유 슈퍼에도 많이 파니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카카오랏 초콜릿 우유는 내가 만약 무역회사를 차린다면(?) 한국에 꼭 수입해오고 싶은 스페인 음식료 품목 중 하나이다.   

대성당의 멋진 자태를 다시한번 감상하고, 정오미사에 참석하러 들어갑니다. 들어가니 정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이미 만석.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더 물밀듯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미사 제단 정중앙 방향으로 들어갔는데, 그 방향으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미어터져서 살펴보니, 제단을 중심으로 좌우로도 자리가 있길래, 그쪽은 중앙보다 조금 더 자리가 있어 보여서 좌측으로 틀어서 앞으로 나갔다.

서서 한 30분쯤 기다렸을까?? 갑자기 주례 신부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제단으로 올라오시더니, "아아, 오늘은 보타 푸메이로  의식이 잡혀있는 날이 아닌데, 일본에서 온 단체 관광객 팀에서 보타푸메이로 의식을 신청해서, 지금 준비 중으로 그로 인해 조금 시간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보타 푸메이로(Bota Fumeiro) 의식을 볼 수 있도록 신청하신 일본 단체 관광객 팀에 모두 감사 박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하시고 내려가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들 박수를 힘껏 쳐주었다. 그 후 제단으로 보타푸메이로 향로를 들어올릴 신부님(?) 분들이 대략 8~9분 정도 올라오셔서 향로를 중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기도를 하고 향로에 향을 피워 넣어서 연기가 모락모락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보타 푸메이로 (Botafumeiro) 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례에 사용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향로를 말하며, 갈리시아어로 '향을 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특별한 전례가 있는 날에 대성당 내부에서 사용되며, 평소에는 성당 부속 도서관에 보관된다고.. 세계에서 가장 큰 향로로, 무게가 80kg, 높이가 1.6m에 달합니다. 1851년에 조세 로사다가 제작.

오오 일본 단체 관광객 팀 분들이 신청을 했구나. 나는 한편으로는 신부님의 그 말을 들으면서, 여기 산티아고 순례길에 한국 순례객들도 나 포함 이렇게 많이 오는데, 다 같이 한 15명 정도만 모이면 한 사람당 대략 20유로 내외로 내서 한국 순례객들이 신청했습니다~ 하고 박수받고 같이 봤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척 아쉬웠다.
다음에 또 순례길을 하게되면 그땐 한국 순례객들이 다 같이 신청해서 볼 수 있길 기도했다. 다음에는 신부님이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보타푸메이로 의식을 신청해 주셨습니다. 모두 감사박수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하시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 책자에 씌여있기로 그 당시 300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고 봤던 것 같은데, 몇 시간 전 아침에 파라도르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을 때 창가 쪽에 50대~70대로 보이시는 한 무리의 일본 아줌마 아저씨 단체관광객 10명 정도 돼 보이는 분들이 세테이블에 각각 앉아있었는데, 그분들이었나 보다.   

대표 신부님이 기도하고 향을 피워 넣는사이, 아래쪽에서 향로 담당 분들이 7분 정도 대기한다.

슬슬 올라간다.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열중. 낮은 고도에서 빙글빙글 여러 바퀴 돌면서 멀리 퍼뜨리기 준비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빙글빙글 몇 바퀴 돌았다 싶을 때, 갑자기 힘껏 7~8명이 붙어서 아래로 눕듯이 훅 잡아당기자 그 무거운 거대 향로가 하늘로 휘~~ 익 하고 순식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말 순식간에 눈앞에서 휙~ 하고 지나서 하늘높이 올라간다. 
무거운 거대 향로가 하늘로 새처럼 가볍게 들려 휫~ 밧줄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올라가자 이때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향로가 점점 더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더니 성당 천장을 칠 듯이 높이 올라갔다. 
향로가 더 높이 하늘을 향해 힘껏 날아갈수록 마음속에 원인을 알수없었던 감정들도 같이 가볍게 새처럼 날아가는 것 같고, 한 달 동안 포기할 뻔 한 순례길 무사히 다치지 않고 잘 마친 것, 이곳에 와서 이런 멋진 장면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감동이 느껴졌다.
순례길 통털어 이날 정오 미사가 제일 감격적이었다. 정말 웬만하면 안 우는데... 눈물이 나올뻔했다. 묵시아까지 가서 땅끝마을까지 가서 드넓은 대서양을 바라봤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또 아쉽다. 다음엔 묵시아 길도  가보고싶다고 다짐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성당 안에 향이 엄청나게 퍼지기 시작하더니 금새 성당 안이 연기로 자욱해졌다. 냄새에 민감하면 연기에 조금 어지러울 수도 있는데, 못 참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영상으로 보타 푸메이로 향로 미사를 짧게 찍었는데.. 향로가 하늘높이 올라가서 중간부터는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다. 순례길 가실 분들은 영상으로 미리 조금이나마 느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상 올려본다.  

하늘높이 절정으로 치솟았던 향로가 천천히 천천히 다시 내려오기 시작하며 멈췄을 때 아쉽고, 아 이것으로 정말 내 순례길은 이제 마무리가 되었구나. 나는 꿈만 같던 순례길을 마치고 이제 평온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구나. 하는 것이 실감이 났다. 장자가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모르겠다고 한 말이 꼭 내 순례길을 말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스페인 음식이 맛도 없고, 순례길도 경치도 안멋있고 힘들기만 했으면 진작 때려치웠을 텐데,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아름답고 멋진 피레네 산맥을 거쳐 황량하고 뜨거운 메세타를 거쳐, 푸릇푸릇 숲 속의 요정 같은 갈리시아를 거쳐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대략 40여 일간의 트레킹 걷기 일주.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음에 다시 와야지. 그때는 혼자 말고 같이 와야지 다짐해 본다.   

그러고 나서 성당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스페인 역사 절정의 15~16세기 황금시대의 황금은 여기로 모였던 것인지, 콤포스텔라 대성당 곳곳이 황금으로 도금되어 있다. 아마 황금을 아메리카대륙에서 여기까지 가져오기까지 많은 사연이 있었겠지.

죽 둘러본다. 

성모상 앞에 꽃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정오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한적해졌다. 

성당을 둘러보다보면, 아기천사들이 천장에 날아다니고, 황금으로 휘황찬란하게 눈 똥그랗게 될 정도로 호화스러운 부분이 나타나는데, 그 중간에 성야고보 동상이 모셔져 있다. 위 사진에 중앙 부분. 

잘 보일지 모르겠다. 커다란 아기천사들이 곳곳에 있고, 저멀리 지팡이를 짚고 있는 야고보 동상이 중앙에 보인다. 

휘황찬란하다. 스페인에서 봤던 궁전들 포함하여 스페인 내에 그 어떤 성당이나 궁전보다도 콤포스텔라 성당에서 야고보 동상 모신 이 부분이 더 휘황찬란한 듯했다.  

멀리서 보면 이런 느낌이다. 사진상으로는 야고보 동상이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데, 엄청 큰 동상이다. 

야고보 동상을 껴안고 소원빌면 소원 이루어진 다고 해서 가보았더니, 성야고보동상이 있는 곳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되는데, 계단 앞에 줄이 주욱 길게 서있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에이 소원 빌어 말어? 갈등 끝에 그래 내가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돈 내는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도 많은데 기다려보자! 하고 나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한 30분 남짓 기다렸나? 싶은데, 이제 내차례가 벌써 다가왔다... 뭐라고 빌지? 기다린 시간은 30분 넘게 기다린 것 같은데, 야고보 동상 껴앉고선 소원 비는 데는 20초도 안 걸린 것 같다.

뒤에 줄이 아직도 길게 있어서 맘같아서는 셀카(?)도 찍고 소원도 천천히 빌어보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서 소원도 얼른 빌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돌계단에 조가비 장식이 큼직하게 부조되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성당을 다시 천천히 둘러보았다. 정오 미사까지 참석하고, 성당 구경까지 한 번에 하려니 성당이 너무 커서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면, 미사와 성당구경까지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이틀로 나눠서 하는 게 체력에 더 나을 것 같다. 

성야고보 유해(?) 관(?)이 있는 석굴실 안으로 내려가보았다. 이곳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사람들이 다 무릎 꿇고 앉아서 저마다 기도를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다가 중간에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았다.

다들 이곳에 무슨 사연을 기도로 풀어놓고 가는 것일까. 편지나 쪽지 같은것을 써서 놓고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기도하는 사람들의 그 에너지에 눌려서 잠시 들어갔다가 금방 나왔다. 

성당 곳곳에 모자상이 있고, 차분히 촛불 키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아주아주 많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런 조각상과 제단을 만드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은 내외부 전부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어느 나라든 어디를 가든, 이런 건축물과 예술품을 맞닥뜨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 

성대의 곳곳에 보타 푸메이로에 사용된 초거대 향로 외에도 향로가 곳곳에 걸려있다. 저런 향로 장식은, 가본 적은 없지만 북아프리카쪽이나 중동 쪽에서도 많이 본 것 같은데, 이 향로에서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과의 교류까지 얼추 느껴지는 것 같다. 스페인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바로 서유럽이면서도 서유럽과 조금 다른 독특한, 그 점이 스페인의 문화예술 방면을 더 아름답고 특징적으로 느껴지게 해주는 요소 같다.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 그러나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러 웃지못할 스트레스받을만한 해프닝들, 그 해프닝 더불어 너무 힘들어서 몸과 마음, 정신이 지쳐 계속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뻔한 순간순간마다 나타나서 도와준 한국언니오빠들, 동생들, 그리고 순례길에서 사귄 나이와 인종 성별을 초월한 만남으로 이어진 외국 친구들 모두 고맙다.
나는 종교는 딱히 없지만, 등산도 좋아하고 트레킹도 좋아하고 해외여행도 좋아해서, 순례길에 한번 언젠가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항상 있었는데, 실제로 그것을 실현시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힘들 때 포기하지 않도록 그때그때 적절한 만남과 도움을 연결시켜 주고, 순례길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아직 인간 지성으로는 아직 알 수 없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신성이라면 신성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감사하다.
순례길에 다녀왔다고 한순간에 뭐 성인이 될 일은 만무하지만, 여전히 나는 속세의 인간처럼 화도내고, 비판도 하고, 판단도 많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열린 마음으로, 힘들 때는 나 자신을 또는 주변을 밀어붙이고 다그치고 독촉하기보다 다독이고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볼수 있게 된 것 같다. 매번 판단하고, 이게 맞아라고 하고, 목표를 세워 내 자신을 조종하고 그러기 보다는 좀더 흐름에 내맡기고, 마음 속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든, 털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든, 모두 여기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으시고 잘 준비해서 모두 무사히 순례길에 다녀오시면 좋겠다. 순례길에서 기도의 기적을 느낄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이제 마무리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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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에필로그] 
순례길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편에는 산티아고를 떠나 프랑스에 며칠 머물렀던 프랑스 여행기를 짧게 써보려고 합니다. 여기에 올린 블로그 순례길 이야기는 에세이 형식이라, 에세이 형식에 덧붙여 실질 정보를 더 정리해서 책으로도 내볼까(?) 생각중입니다. 혹시 블로그 글 읽다가 순례길 여행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이나 방명록 등등에 물어봐주시면 제가 아는 한까지 답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