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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순례길] Day33. 포르토마린에서 팔라스데레이까지. 아름다운 늦가을의 순례길 풍경!
    스페인 2024. 9. 6. 22:55

    포르토마린(Portomarin) -> 팔라스데레이 (Palas De Rei) 약 26km

    간밤에 잘 자고 일어났다. 포르토마린은 저수지 마을이라 그런지, 아침에 밖으로 나오니 안개가 자욱이 끼어있었다. 

    초반부는 저수지 따라 나있는 도로를 따라서 걷는 길이다. 순례길을 걸을 때 도로를 따라 나있는 길을 걷는 일정이면 그다지 풍경이 아름다운 편은 아닌데, 이날은 예외였다. 

    이렇게 운치있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걸을 수 있었다. 

    도로를 벗어나서 숲 속 오솔길로 접어든다. 너무 아름답다. 동화에 나올 법한 신비로운 풍경이다. 나무 요정이 튀어나와 말을 걸 것만 같은 그런 풍경. 붉은 단풍 낙옆이 카펫처럼 촤라락~ 깔려있다. 

    탁 트인 벌판도 나왔는데 안개가 자욱이 끼어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의 다른 지방과는 다르게 숲이 많고, 11월에는 비도 부슬부슬 오고 아침 안개도 자욱이 낀다.

    대체로 아침에는 안개가 껴서 흐리다가 점심 때쯤 해가 중천에 올라오면 안개가 가시면서 날씨가 매우 화창해진다. 

    아름다운 늦가을의 오솔길. 이날도 역시나 길에 아무도 없다. 너무 좋다. 

    언제 이런 사진을 찍어보겠는가? 푸르른 여름 까미노도 아름답겠지만 늦가을의 까미노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 성숙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시간이 된다면 여름보다 덜 붐비고 운치있는 가을 까미노도 추천하고 싶다. 역시나 점심 때가 가까워지자 안개가 싸악 걷히면서 아름답고 높은 가을 하늘이 드러났다. 

    이제 도로는 나오지 않고 숲길과 들판만 나오기 시작한다. 

    구름까지 부드럽게 깔린 높고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까지 깨끗하고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중간에 카스트로마이오르 마을에서 알베르게 겸 카페가 한 군데 나타났다.

    역시나 길에선 한 명도 안보이더니, 여기 다 모여있었네~! 반갑게 인사하고 다 같이 커피 한잔 마셨다.

    이날은 날씨가 정말 끝내주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진짜 찐 겨울이 올 테니 가을 다 가기 전에 확실히 즐겨두라고~ 하늘이 내게 속삭거리는 듯한 느낌.

    이 다음부터 한번 오르막 내리막 봉우리가 나오는데 내려가기 전에 구름과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순례길 후반부 일정에서 이날 본 경치가 제일 아름다웠다.

    여기도 저기도 마음을 뺏길 정도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계속 걷다 보니 오후가 되자 다시 구름이 끼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리곤데 마을에 도착하니 레스토랑 겸 바르가 나왔다. 여기서 다 같이 쉬어가기로 했다. 

    문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열려있었다! 다들 레스토랑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음료 한 잔씩 마시고 충전 완료.

    다 마신 후 다들 일어나서 주섬 주섬 짐을 챙겼다. 놓고 가는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체크 확실히 !  

    화살표 따라서 출발~

    혼자 걷는 걸 선호해서 순례길 대부분을 혼자 걸었는데 어제 만난 일행들과 오늘도 다 같이 걸으니 신나고 재미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좀 간격을 벌려서 걸었다~ 

    간격을 넓혀서 걸으면 굳이 계속 대화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걷는 느낌도 동시에 가질 수 있어서 좋다. 

    팔라스 데 레이에 가까워지자 목장이 나왔다.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11월 늦가을인데도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자주 오는 편이라 그런지 아직 싱그러운 풀들이 많이 자라나 있었다. 

    네시가 넘어가자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가을 낙엽과 풀내음이 싱그러웠다. 

    바스락바스락 비에 젖은 부드러운 낙엽을 밟으면서 아름다운 숲 속길을 걸으니 짠 하고 팔라스 데 레이 마을 입구가 나타났다. 

    나는 부킹 닷컴으로 미리 예약해 둔 마을 입구에 위치한 호텔로 발걸음을 향했다. 일행들과는 성당 저녁미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잠시 헤어졌다. 

    작은 호텔이었는데, 내부를 새로 리모델링했는지 깔끔했다. 다만, 난방은 역시 약하게 틀어져 있어서 방이 다소 추웠다. 

    침대에서 잠시 딩굴거렸을 뿐인데, 벌써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저녁 미사 참석하러 성당으로 향했다.  

    여섯 시 반쯤 성당에 가니 다들 벌써 와있었다. 미사는 저녁 일곱 시에 시작됐다. 아늑하다. 

    이날 미사 집전 신부님은 멕시코에서 오신 신부님으로 이 마을에 발령(?) 받아 몇 년 전에 오셨다고 한다. 

    미사가 끝나고 마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은 원목 테이블과 의자, 벽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따뜻하고 훈훈했다. 

    다들 어디까지 걸을 예정인지 물어보니, 산티아고 후에 땅끝 마을 묵시아까지 갈 예정이라고 해서, 나는 못내 아쉬웠다. 왜냐하면 산티아고 이후에 프랑스에 사는 친구한테 언제까지 도착하겠다고 약속해 놓은 일정이 있어서 약속을 지키려면 묵시아까지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이 끝~이 아니니 묵시아까지 걸으러 언제 다시 오라는 하늘의 뜻인 것인지?

    다음엔 산티아고에서 시작해서 묵시아까지 가봐야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북쪽길 까미노 노르떼도 걸어보고, 프랑스 루르드 길도 해봐야지.프랑스랑 이탈리아 알프스 트레킹도 해봐야지. 오히려 리스트가 더 늘었다. 점점 늘어가는 나의 여행 욕심에 스스로에 웃참하며 일행들과 헤어지고 호텔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이제 산티아고까지는 한 이틀 남아있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더니 이제 며칠밖에 안 남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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