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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Day31. 아름답고 유서깊은 사모스 수도원 관람. 사모스에서 사리아까지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씨. 웃긴 세탁물 에피소드.
    스페인 2024. 7. 12. 01:19

    이날 일정. 사모스 -> 사리아. 약 20 km

    화창하고 서늘한 11월의 아침이었다. 어제 늦게 도착해서 못한 사모스 수도원 관람을 하러 채비하고 숙소에서 나왔다. 

    수도원 입구 쪽으로 갔다. 겨울철이라 해가 늦게 뜨는지 아직 어두웠다. 입구에 겨울철 수도원 가이드 투어 시간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 월수목금토 : 10시 11시 12시 오후 4시 반, 오후 5시 반 (*화요일에는 투어 없음!)
    • 일요일 & 공휴일: 12시 45분, 오후 4시 반, 오후 다섯 시 반
    • 미사: 매일 저녁 6시 반, 일요일도 마찬가지. 일요일에는 12시 점심 미사도 있음. 

    입구 쪽에는 수도원 신부님들이 만드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기념품 상점 공간도 있다. 잠시 시간이 남아 기념품 구경이나 해볼까 했는데 다만 잠겨있었다 (?).   

    기념품 상점도 닫혀있고, 아직 첫 투어 타임인 아침 10시도 안돼서 10시 될 때까지 잠시 입구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함. 

    10시 되니 투어 담당자분이 나타났는데, 글쎄 내가 간밤에 머문 호스텔 주인분이었다. 아무래도 인구수가 적은 작은 마을이다 보니 성당 다니시는 마을 주민 분들의 봉사로 투어가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들어가 봅시다~

    옆으로 보이는 중정이 너무 아름답다. 

    스페인만의 이 특유의 이국적 중정 분위기. 

    복도를 지나서.. 사모스 수도원 내부에는 벽화가 정말로 많았다. 

    모자상을 지나서 ~~

    수도원 내부에 약국도 있다~~ 아마 예전에는 수도원이 치료기능도 같이 담당했었나 보다. 

    벽화가 너무나 많다... 처음에는 열심히 찍었으나 나중에는 포기했다. 칸칸이 일일이 찍으려면 4시간도 모자랄 듯하다. 

    가이드 분이 열심히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설명해 주셨는데.... 지금 몇 년이나 지나버려서 기억이 잘 안 난다. 뭔가 이 사모스 수도원과 관련된 일화를 벽화로 그린 듯하다. 

    사모스 수도원이 건립되게 된 배경 일화 같은 것을 벽화로 그려놓은 듯하다. 이것 말고도 벽화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 

    꽤나 중요한 수도원인지.. 아마 정치 지도자 분들도 방문한 듯 (?).

    수도원의 역사적 순간을 사진으로도 기록해 놓았다. 

    아름다운 석조 계단. 정말 놀랍다. 어떻게 저 무거운 돌들을 파내서 저렇게 정교하게 조각해서 이렇게 건물 내부에 계단을 만들었을까.

    수도원 축조 당시의 과거로 돌아가서 내 눈으로 직접 건물이 지어지는 걸 보고 싶다. 이런 건축물들은 도대체 옛날에 어떻게 지은 것일까? 지금 건축가들 다 모아놓고 똑같이 지을 수 있냐고 하면 만들 수 있나? 싶다. 

    수도원 내부에 아마 도서관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한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매우 아름다운 기도실처럼 보였다. 

    왕족 혹은 높은 직급의 신부님들이 방문해서 수도원에서 묵으면 기도하던 공간이었을까. 

    어제는 너무 어두워서 잘 보지 못하고 잠시 앉아있다가 나왔던 수도원 성당 건축도 좀 더 밝은 아침 햇살 아래서 자세히 구경할 수 있었다.  아침에 보니 금과 밝은 빛의 대리석과, 아이보리 회색빛의 돌벽의 컬러감이 차분하면서도 우아하고 조화롭게 보여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지금 이 정도 수준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만들려면 얼마의 시간과 인력, 그러고 재력이 필요할까? 궁금하다. 내부를 좀 더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서 왔던 길 고대로 다시 투어를 시작했던 입구로 돌아간다. 아까 안 찍었던 벽화를 한번 찍어본다. 점묘화 기법의 벽화였다. 

    기념으로 중정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사실 개방되어 있는 공간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고, 사진상의 층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수도원 전체 건물 면적은 굉장히 큰 편이다. 실제 신부님들이 머물며 수도하고 있다고 한다. 

    입구 쪽 게시판에 붙여진 그림이 뭔가 마음에 들어 한 장 찍어보았다. 

    이 엽서 그림들도 너무나 맘에 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가이드 마리아가 내게 이거 여기 수도하시는 신부님들이 그린 거야 ~라고 하면서 기념품 가게 한번 구경해 볼래?라고 하길래 냉큼 응 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마리아가 기념품 상점을 관리하는 신부님을 모셔왔다. 

    신부님은 나를 힐끔 보더니, 나 혼자라서 그런지 어째 표정이 영 떨떠름 ~ 그 아 둘러보기만 하고 안 살 것 같은데, 귀찮게 한 명 때문에 하던 일 멈추고 여기 이 순례자 한 명 때문에 내가 몸소 문 열어주러 와야 해? 뭔가 이 표정이었다 ㅋ (그래서 난 속으로 아 저분은 수도를 좀 더 하셔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ㅋ) 

    결과적으로 내가 순례길에서 방문했던 여러 기념품 상점 중에서 여기 사모스 수도원 내부 기념품 상점이 가장 고급축에 속할 정도로 퀄리티 높은 기념품들이 많았다. 신부님들이 일일이 데코레이션 한 기도 축사가 쓰인 엽서라든지, 금장으로 장식된 도서라든지, 은으로 장식된 아기자기한 성모자 기념품이라든지, 아름다운 묵주나 사진 액자 등등..

    그래서 사실 이전까지 기념품을 산 것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 좀 통 크게 쇼핑을 했다. 액자도 사고, 엽서도 사고, 성모자 기념품도 사고~ 한 10만 원은 산 것 같다. 그랬더니 또 계산하면서 이 신부님 표정이 변한다 ㅋ

    어 귀찮게 문 열어 달라고 하고 그냥 둘러만 보고 나갈 줄 알았더니 ? 이런 얼굴 표정이었다. 그렇게 얼굴 표정에 생각이 일일이 드러나는 신부님은 또 처음. 

    이렇게 기념품을 잘 사고, 마리아에게는 투어 설명 고맙다 전하고 작별 인사를 한 후 수도원을 나왔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 사리아로 갈 차례. 이날은 날씨가 정말 화창하고 좋았다. 

    그런데 길에 아무도 없었다. 정말 조용했다. 내가 마을 전체를 전세 낸 것 같았다. 

    거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마을이 쇠락해가고 있는지, 단독 건물 집 한 채 통째로 나와있는 물건도 보였다. 

    반면 주인이 예쁘게 정성스레 관리하고, 잘 유지되고 있는 아름다운 집들도 많았다. 이 마을 건축양식은 특이하게 2층과 3층의 중앙 창문을 앞으로 돌출시켜서 햇볕을 좀 더 잘 받도록 해놓은 건물들이 많았다. 

    사모스 마을은 산속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다. 개울이 흐르고 울창한 숲이 보인다. 걸어가다 보니 이렇게 석조 동상으로 조각된 수돗가가 보였다. 

    석조 동상이 귀여워서 한 장씩 찍어보았다. 

    여름에는 이 수돗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을 받는 순례객들도 많겠지. 하고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어딘지 모르게 많이 힘들어 보이는 표정의 순례자 동상. 

    마을 전체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길거리에 아주 작은 쓰레기, 낙엽 한 점조차 없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11월 겨울철의 산티아고 시골 마을 길.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눈까지 부실 정도. 화창 화창~~ 걷는 나도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간혹 가다 이렇게 아름답고 고급스럽고 정원도 딸린 집들도 있었다. 서유럽 단독주택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고 싶다.

    이런 아름다운 정원 딸린 단독주택에서 살면, 정원에서 뚝딱뚝딱 이것저것 만들고, 집안에서 피아노 등 악기도 뚱땅뚱땅, 한밤중에 집에서 오두방정 뛰어도, 마음대로 자유롭게 해도 되니 참 좋을 것 같다. 버킷 리스트다. 

    숲 속 길로 접어드는데, 여전히 아무도 없다. 다들 아침 일찍 출발했나보다. 나는 수도원 투어 하고 출발하느라 느지막히 점심때쯤 출발했다. 사리아까지 20 km 정도로 비교적 짧은 거리라 부지런히 걸으면 저녁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속 걷다 보면~~~

    드디어 저 앞에 사리아 마을이 보이기 시작! 거의 다 왔다. 조금 더 걷자 사리아 마을로 들어섰다. 오후가 되니 조금 구름이 끼고 어두워졌다. 

    사리아는 그래도 나름 마을이라기보다는 중소 도시에 가까웠다.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사리아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 둔 호스텔 포사다로 갔다. 이름은 호스텔인데 호텔 & 호스텔을 동시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혼자 지내고 싶어서 호텔에서 머물렀다.

    11월이라 비수기인 데다, 중소도시라 방도 널찍하고 깨끗한 트윈룸 호텔이었는데 숙소비가 비교적 저렴했다. 한 9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저렴했다. 조식은 호스텔 건물로 옮겨가서 먹어야 했다. 세탁도 맡길 수 있어서 저녁 먹으러 나가기 전에 추워서 일주일 이상 미뤄놨던 세탁물도 맡겼다. 

    다만 방안에 놓여있는 티비는 중국제인지... 이름없는 브랜드의 티비가 놓여져 있었는데 작동을 하지 않았다. 일단 세탁물 맡긴 후 배가 고파 저녁 먹으러 출동.

    근처에 travesona?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역시나 순례자 메뉴를 시켰다. 10유로. 

    렌틸수프가 나왔다. 푸짐. 

    돼지고기 스테이크 & 감자튀김. 전형적인 순례자 메뉴이다. 거기에 꿀이 뿌려진 요구르트가 나왔다. 10유로 정도면 그 당시 환율로 한 만이천 원 정도였던 거 같은데, 전식 + 본식 + 후식까지. 다른 도시보다는 아주 쪼금 더 비쌌던 것 같다. 다른 도시는 한 저당 시 이 정도 구성으로 한 8.5~9유로? 였던 듯싶다. 

    저녁을 잘 먹고 호텔로 다시 돌아왔더니, 호텔 주인분 아들로 보이는 직원이 와서 세탁 다 되었다고 세탁물을 돌려주었다. 들고 방으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상쾌하게 나와서 세탁물 정리를 시작했다.

    그랬는데 응~? 왜 무릎보호대 한쪽이 없지?? 내가 분명히 양쪽 다 맡겼는데...?? 허어.... 참 이상하다....... 휴... 뭐지?? 하..... 머리 싸매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분명히 무릎보호대 한쪽이 없어졌다. 분명 아까 세탁물 맡길 때 세탁물에 같이 넣었다! 

    하.......... 근데 이거 내가 가서 무릎보호대 없어졌다고 하면.... 쟤들은 나보고 내가 안 맡긴 거 아니냐 착각한 거 아니냐.... 정말 맡긴거 맡냐... 우리 도둑 취급하는 거냐 할 텐데.... 사진 안 찍어놨는데...... 후...... 머리가 딱딱 아파오기 시작했다. 무릎보호대 필요한데 ~~ 앞으로 산티아고까지 아직 며칠 더 남았는데 ㅠ 아아.... 

    그래서 잠시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생각해 보니..... 나도 세탁하면서 세탁물 꺼내서 말릴 때 가끔 세탁기 바닥이나 벽에 너무 착 달라붙어 있는 거는 미처 어두울 때 꺼내면 확인 못하고 나중에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던 것에 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래... 세탁물 가져다준 남자 직원 영 야무지게 철저히 확인하는 스타일로 생기지는 않았던데.. (관상 나름 잘 본다. 그 사람 사람마다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그냥 시키니 시키는 대로 세탁기 앞으로 가서 눈앞에 보이는 거 주섬주섬 세탁가방에 넣어서 마지막 확인작업 안 하고 그냥 가져다 준거겠지. 아마도 세탁기 벽에 달라붙어 있을 가능성이 거의 90프로..라고 생각하고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로 내려가니 아까 그 직원은 안 보이고, 체크인할 때 봤던 여주인장 분의 남편 분으로 보이는 분이 계셨다. 그래서 세탁물 하나가 없어요. 확인해 줄래요?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아저씨 영어도 잘 못하는 것 같고..... 나를 쳐다보면서 정말 세탁 맡긴 거 맡냐, 확실하냐 자꾸 두 번 세 번 묻길래 ~~ 그래 내가 안 맡기고선 맡겼다고 우긴다고 의심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럼 가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다든가 뭔가 움직여야 하는데 아저씨가 영 그 자리에 서서 계속 엉덩이 안 움직이고 있으니 슬슬 나도 부아가 오르기 시작했다. 아저씨 엉덩이 한번 움직이게 하는 거 거참 힘드네...  알겠습니다 가서 확인해 보고 말씀 드겠다고 안 하냐? 하고 엉덩이를 뻥 차버릴 수도 없고~ 무슨 이런 마인드로 호텔을 운영한다는 건지..

    그래서 꾸~~~ 욱 누른 후 화내지 말자~~ 후후 심호흡 한번 한 뒤 아 말보다 손짓 발짓 해야겠다 싶어 주인장 아저씨 앞에서 세탁기 벽 한번 확인해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세탁기 벽에 세탁물이 타악~ 붙는 소리 내는 제스처를 찰지게 보여줬줬다.

    그제야 아하 싶은가 보더니 갑자기 내 말을 알아듣겠는지 알겠다 확인해 보겠다 하더니 굼뜬 엉덩이 들고 천천히 사라졌다. 만국공통 소통수단 역시 손짓 발짓. 

    그러고 나서 한 십오 분쯤 지났나~~? 갑자기 아저씨가 아니고 주인장 아주머니가 오더니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 무릎보호대 한짝을 들고 오면서 로씨엔토 로씨엔토 니 말대로 세탁기 벽에 붙어있었어. 미안해. 우리 아들 시켰는데 마지막에 꼼꼼하게 확인을 못했네~ 미안하다고 하길래~ 오케이 괜찮아요 ~ 하고 미소짓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휴........ 그 엉덩이 무거운 아저씨는 호텔 일 하면 안 되겠네 ~~ 아들이 아저씨 닮았나. 주인 아주머니만 호텔 일에 적합해 보였다. 아주머니가 저 둘 데리고 운영하시려면 힘들겠구먼... 어쨌든 찾아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방으로 올라왔다.

    무릎보호대를 어렵사리 다시 찾고 방에 돌아와 누우니 너무 피곤했다. 방 안은 너무나 조용했다. 갑자기 조금 외로웠다. 방이 커서 그런가? 티비도 작동을 안하니... 딱히 할 것이 없었다.

    잠이 들기 전에 공책을 펴서 휘리릭 휘리릭 세탁물 에피소드의 전말을 써내리며 한 페이지 일기를 채운 후 잠에 들었다. 세탁물 때문에 또 하나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생긴 밤이었다. 이날의 교훈. 이미 세탁물 꺼낸 세탁기, 다시한번 살펴보자~ㅎㅎ

    하루 하루 더 산티아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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