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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Day29. 1편. 비야프랑카를 떠나 오세브레이로까지. 등산길 같은 Camino Duro 코스. 밤나무 군락지를 거쳐 가을의 경치.스페인 2023. 11. 29. 02:24
=> 비야 프랑카 델 비에르쏘에서 까미노 두로 하이킹 코스를 거친 오세브레이로까지 이날 여정이 꽤나 길어 (35km~) 오세브레이로 도착까지 1편, 오세브레이로에서의 저녁 미사 2편으로 나눠 올릴 예정.
이날 일정: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쏘(Villafranca del Bierzo) -> 프라델라 (Pradela) -> 뜨라바델로 (Trabadelo) -> 라 뽀르뗄라 데 발카르세 (La Portela de Valcarce) -> 암바스메스타스 (Ambasmestas) -> 베가 데 발카르쎄 (Vega de Valcarce) -> 라 파바 (La Faba) -> 라 라구나 (La Laguna) -> 오 세브레이로 (O sebreiro)
오 세브레이로로 가는 오늘 길은 다른 여정과 달리 약 35km~ 이상으로 꽤나 길고, 갈리시아 지방으로 진입하면서 산과 같은 하이킹 코스 경사 지형이 나온다 하여, 나름 다른 날보다 일찍 채비하고 알베르게 로비로 내려왔다.
로비로 내려오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어제 내가 주방 바닥을 대걸레로 닦아놓았는데, 그걸 보셨나 보다.
떠나는 내게 줄게 있으시다면서 길이 어두우니 조심해서 걸으라고 당부하시며 가방에 달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라이트 겸 호루라기를 선물로 주셨다. 엄지손가락 반만 한 아주 쁘띠 사이즈이다. 가방에 달았더니 아주 귀엽다. 감사했다.
아주머니께 인사하고 호스텔 밖을 나왔더니, 아주 깜깜하다. 시계를 보니 아침 일곱시 반이다.
사진은 굉장히 밝은 것처럼 나왔는데, 사진이 나이트 모드 설정으로 되어있어서 엄청 밝게 조정돼서 그렇고, 원래는 하늘이 꼭 밤 10시처럼 굉장히 어두웠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쏘에서 오세브레이로 가는 길은 2가지 길이 있는데, 위 사진과 같이 1)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하여 내려가면 강을 따라가는 평지 길이고, 2) 오른쪽 경사 길을 택하면 산을 거쳐 가는 힘든길 즉 Camino Duro 까미노 두로 (=힘들다) 라고 불리는 길이다.
여행 책자에 아래 길로 가는 것이 더 짧고 덜 힘들고 수월하다고 적혀 있었는데, 나는 무슨 배짱인지 까미노 두로를 택해서 갔다. 괜한 모험심이 발동해서.
위 지도와 같이 갈림길이 나오는데, 위의 프라델라 길로 가면 산등성이 타고 가는 하이킹 코스로 힘든 길이고, 왼쪽 꼰셉시온 길로 가면 평지길이다.
다른 순례자들은 전부 왼쪽 길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상하네? 왜 이 길로 아무도 안가지?? 정말 힘들어서 안 가나?? 일단 가봐~!! 하고 렛츠 고 하고 나 혼자 씩씩하게 오른쪽 길로 막무가내로 올라감.
야간 나이트 모드로 카메라 설정해서 사진이 엄청 밝게 나왔는데... 앞에도 말했다시피 원래는 완전 캄캄한 밤 같은 아침이었다. 앞이 안보여서 헤드렌턴 키고 가야 할 정도였다. 까미노 순례길에서 아침에 길이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 헤드렌턴 키고 간 것은 이 날이 두 번째.
이 까미노 두로 길은 시작부터 경사진 산비탈 길이기 때문에 이렇게 등 뒤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쏘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아침 일곱시 반 경인데도 11월 중순이라 매우 어두웠다. 야간 모드로 놓고 카메라 찍었더니 엄청 밝게 나왔다.
걸어서 점점 더 올라가니 마을도 꽤나 이제 멀어지고, 하늘도 어느정도 다행히 밝아졌다.
이렇게 쫘~~~악 내려다 보인다. 경사가 정말 꽤 있다. 헉헉 거리면서 올라왔다. 등산길이다.
이런 사진 하나 찍어주고.
뭐야 뭐야 언제까지 올라가 하면서 계속 올라간다. 조금 올라가서 뒤돌아서 다시 마을 사진을 또 찍어본다. 올라갈수록 마을이 더 멀리 보이고 사진에 나오는 느낌이 계속 달라진다
오 경치 너무 멋진데? 하면서 한 10분 간격으로 계속 사진 찍으며 올라갔다. 경치가 멋져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길을 왜 사람들이 안 오지?? 왜 나밖에 없지 하면서 계속 올라갔다.
그랬더니, 완전 초토화된 쓰러진 나무들이 보였다. 쓰러진 나무 때문에 길이 아예 막혔다. 길이 막혔다고??!! 오 마이 갓!!! 사진 상으로는 얇은 나무처럼 나왔는데, 실제 눈으로 보면 두껍고 엄청 높은 나무였다.
첫 번째 건 그래도 밑으로 어찌 머리 숙여서 통과해서 가면 될 것 같은데.... 저 앞에 또 있는 두 번째 쓰러진 나무는 아예 길을 통째로 막았다. 어떡하지??? 아....... 이래서 사람들이 이 길로 안 오고, 아래 길로 다 내려간 거였나??
정말 내 앞에 내 뒤에 아~~~무도 없었다. 이날 정말 처음부터 오세브레이로 도착 끝까지 다른 순례객을 아무도 못 만났다. 길 위에 순례객은 나 혼자였다.
여기서 좀 당황, 망연자실, 어떻하지? 지금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넘게 산 타고 올라왔는데...... 이걸 다시 내려가기엔......?? 아 몰라.... 두 번째도 어떻게 넘어볼까. 어드벤처 한번 찍어보자. 하고 무슨 객기와 담력 (?)이 들었는지 일단 계속 가보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나무 옆으로 가서 나무 위로 올라가 타고 겨우 겨우 넘고 난 후 뒤돌아 사진을 찍었다.... 보다시피 아예 길이 막혀있었다. 사진으로는 나무가 쓰러져 있는 높이가 낮아 보이게 나왔는데, 성인 여성 목(?) 정도까지 올라오는 높이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나니 산등성이 길이 펼쳐졌다. 저 쓰러진 나무 덕분에 아무도 이 길로 안왔는지.....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전세 낸 길 같았다.
조금 지나니 저 앞에 구름 속으로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무슨 천상의 계시마냥 햇빛이 구름 사이로 좌~악 내려오길래 한 장 찍었다.
Never Give up 포기하지 말라고 사람들이 표지판 옆에 써놨길래... 아 흠 힘든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군 싶었다 ㅋㅋㅋㅋㅋ 3km. 네.. 알겠습니다. 프라델라 마을까지 포기하지 말고 가자.
계속 걸어가자 양 옆으로 잘 가꿔진 숲이 펼쳐지고, 왠지 마을 진입로 같은 길이 나왔다.
더 걸어가자.... 양 옆으로 엄청난 규모의 밤나무 군락지가 나타났다. 저게 다 밤나무다. 균일하게 심어진 걸로 보아 마을 사람들이 가꾼 조림지인가 보다.
밤이 마을 길거리 전체에 곳곳에 널려있다. 지천이 밤이다. 밤 천국이다.
밤 알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뺀들 뺀들 빛나는게 너무 귀엽고 예뻤다. 밤이 지천으로 널려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전부 나와 밤을 줍고 있길래.. 나도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밤을 하나씩 주우며 걸었다.
그렇게 밤 수확하며 걷다보니 벌써 비닐봉지 한가득 밤이 차버렸다. 이 밤들은 비닐봉지에 담겨서 나와 함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갔다 ㅋㅋㅋㅋ
11월 중순이라 프라델라 마을 알베르게는 문이 닫혀있었다.
저 멀리... 소 떼 목장. 스페인은 소들도 잘생겼다.
늙은 호박이 널려있는 들판 풍경......서양 동화 속 가을 시골 풍경에 들어와 있는 기분 (?) 어디선가 마녀가 모자 쓰고 빗자루 들고 나타나야 할 것만 같다...
가도 가도 밤나무... 밤나무 천국 길.... 몇 그루나 될까?
프라델라 마을을 벗어나 이젠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아주 작은 세 마을. 뜨라바델로 & 라 포르텔라 데 발카르쎄 & 암바스메스타스를 지나게 되는데, 11월 중순이라 그런지.... 주말이어서 그랬던 건지.... 베가 데 발카르세 마을 전까지 정말 가게든 어디든 문 열려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 말인 즉슨, 화장실도 없고, 배고픔을 해결할 카페도 없고, 뭐 살 수 있는 슈퍼마켓도 없다는 소리다. 날씨는 춥고.... 산에서 등산하고 내려와서 화장실이 슬슬 가고 싶어 졌는데, 베가 마을까지 참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개울을 지나서....
라 뽀르텔라 데 발카르세 마을 도착.
라 뽀르텔라 데 발카르세 마을에 있는 San Juan Bautista 교회. 길 위에 있어서 잠깐 들르기 딱 좋다. 아주 작은 교회. 잠깐 들러 짧게 기도 하고, 약소하게나마 기부하고 나왔다. 하느님, 라 뽀르텔라 성당 안에 화장실 하나만 좀 만들어주세요. 기도.
아무도 없다... 나혼자 있으니 기분이 이상.
후딱 걸어서 베가 데 발카르세 마을 도착. 베가 데 발카르세 마을에 와서야 겨우 마을 입구에 문을 연 빵집 (?)이 있어서 얼른 들어갔다. 화장실이 있겠지? 하고 후다닥.
Panaderia Cerezales 라는 곳이었는데, 평상시 시즌에는 알베르게 겸 식당 겸 까페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때는 11월 중순이라 까페 (?)로만 열려있었다.
화장실부터 찾아서 들어간 다음 나왔는데, 오 벽에 그릇 장식 너무 예쁘다~ 심지어 천장에 귀여운 찻주전자가 매달려있다.
깔끔하고 잘 갖춰진 앙증맞은 까페였다. 여기서 화장실도 가고, 빵이랑 따뜻한 커피 한 잔도 마시고 추위도 좀 녹였다. 문 열려 있음에 너무 감사했다.
건물도 너무 예뻐서 떠나기 아쉬워 사진 한장 찰칵 ~! 위 사진이 Panaderia Cerezales 이다. 빠나데리아 라고 쓰여있으면 빵이랑 커피 등 파는 곳이니 들어가면 됨.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사라씬 알베르게 겸 음식점 레스토랑도 나온다.
베가 데 발카르세를 지나면 이제부터 다시 또 오세브레이로 마을까지 편의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마을에서 음식점이나 화장실 ,약국, 슈퍼마켓, 은행 등등 오세브레이로로 가기 전에 여러 볼일 들을 미리 해결하고 가는 게 좋겠다.
귀여운 당나귀 조각상이 보여서 한장 찰칵.
베가 데 발카르세 마을을 떠나... 계속 걸으면....
라스 에레이아스 마을이 나온다. 엄청 작은 마을이다. 몇 집 안 되는 듯.
엘 카프리초 데 호사나 알베르게 겸 호텔이 나오면 에레이아스에 도착한 건데, 11월 중순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문 연 곳이 거의 없다... 이날 정말 다 닫혀있어서 멘붕이었다. 베가 데 발카르세 마을 입구에 있던 빠나데리아 쎄레알레스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 빠나데리아 쎄레알레스 주인장님, 11월 중순까지 운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스 에레이아스 마을 초입에 다다르면 작은 개울 위 다리를 하나 건넌다. 사람들이 돌에 소원이나 응원 문구 등을 써놓았다. 사람들이 나무에 소원을 적은 종이도 많이 매달아 놓았다... 나는 그냥 패스했다.
강물이 맑았다. 11월의 강물을 보고 있으니 더 춥다. 춥다 추워.... 얼른 가야지..... 오 세브레이로까지 아직 꽤 남았다...... 라스 에레이아스 마을부터 이제 오세브레이로까지 숲길로 점점 접어든다.
갈리시아 숲은 왠지 한국 숲이랑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숲의 냄새도. 팜플로나 근처 지역에서 소나무 숲과 자갈길을 거칠 때 마치 한국 숲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다시 받았다.
오후로 접어들며 해가 이제 ... 점점... 지려고 하기 시작한다.
조가비 석상 화살표 표시를 놓치지 않고 잘 보고 걷는다. 그런데 정말 이 날 길에서 아침부터 이때까지 단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았다. 실화인가... 다들 어디로 갔지...
라스 에레이아스 마을 떠나서 파바 마을 향해 계속 걷는다~ 에레이아스 마을 있을 때는 구름 끼고 우중충 했는데 떠날 때쯤 되니 구름이 걷히면서 날씨가 좋아졌다.
라 파바 마을 도착하니 이제 해가 점점 지려고 한다. 마을 거쳐서~~~ 계속 걸어간다. 열려있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아름다운 숲속 길로 다시 진입~~~ 라구나 마을로 간다. 이 길은 숲 속 길로 하이킹을 좀 해야 한다. 갈리시아 지방 진입하는 이날은 전반적으로 꽤 힘든 구간. 체력이 약하신 분들은 이틀로 반반 끊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라구나 마을은 굉장히 쇠락한 느낌의 아주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나는 좁은 길이 하나 딱 있는데, 어느 길목 갑자기 건물 뒤편에서 할머니 한분이 툭 튀어나왔다. 연세가 족히 80-90세는 돼 보이시는 할머니였는데 표정이 좀 인자한 인상이 아니고.... 심술 맞은 인상이었다. 서양 동화에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 할머니가 현실에 있다면 이 할머니 표정일 것 같은 정도??
할머니는 접시 위에 팬케익 같은 걸 내 눈앞에 갑자기 들이밀고선 가만히 서서 아무 말도 안한채 나만 쳐다보았다. 음... 그냥 주시는 건가? 하고 하나 얼떨결에 집었더니... 그것은 나의 착각. 이미 손으로 집었더니, 1.5유로?였나... 하여튼 정확한 숫자는 기억이 안 나지만 ㅋㅋㅋ 가격을 부르며 그제야 할머니가 입을 여신다. 아... 여긴 한국이 아니지 ㅋㅋㅋ 한방 맞은 기분이다.
돈을 드리고 걸어가며 팬케익을 먹어보니... 예상외로 맛이 꽤 (?) 있어서.... 그래 이 숲 속 깊숙한 작은 마을에서 재료 조달 교통비, 너무 깊은 숲속 마을이라 불도 나무 땔깜으로 불을 때야 할 것 같은데..... 할머니도 먹고 사셔야지... 마침 배고팠었는데 잘 됐다. 감사합니다~ 하는 기분으로 생각이 전환되었다 ㅋㅋㅋ
라구나 마을 지나 숲속 길을 계속 걸으면 갈리시아 지방 진입을 가리키는 조가비 석상이 나온다. 이 주변 경치가 너무나 멋지다. 사진 포인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내려다보니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다. 산과 하늘과 구름의 이 아름다운 색감.... 이제 정말 오세브레이로가 얼마 안 남았구나 싶었다.
여기서 조금 더 30분 정도 걸어가니 오세브레이로 마을이 나왔다. 오세브레이로 마을로 진입하는 좁은 길로 들어서면 마을 어귀에 바로 성당이 위치해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다섯 시 반...아침 일곱시 반에 떠나서 식당에서 여유롭게 식사한 것도 없는데... 저녁 다섯시 반에 겨우 오세브레이로에 도착했다. 하루에 40km 가까이 걸은 건 순례길 통틀어 이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을 입구에서 피터를 또 만났다. 피터가 날 보더니 저녁 미사 갈 거냐고 물어봐주어서 갈 거라고 대답하고, 그럼 성당에서 저녁 미사 때 보자고 하고 헤어졌다.
알베르게에 가서 체크인하고 나니 벌써 저녁 여섯 시 십 분이어서 얼른 성당으로 향했다.
오세브레이로 성당에서의 저녁 미사부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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