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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27. 라바날 델 까미노에서 몰리나세카까지. 철십자가에서 소원빌기와 가파른 경사의 아름다운 숲 길.
    스페인 2023. 6. 14. 17:51

    이날 일정 약 26.5km

    [라바날 델 까미노 Rabanal -> 폰세바돈 Foncebadon -> 만하린 Manjarin -> 아세보 Acebo -> 리에고 데 암브로스 Liego de Ambros -> 몰리나세카 Molinaseca]

    잠을 잘 자고 짐을 챙긴 후 아홉 시에 있는 아침 미사에 참석하였다. 인영균 끌레멘스 신부님도 다시 뵙고, 말씀도 듣고, 아름다운 그레고리안 성가도 다시 들었다. 

    이날 같이 걸은 소중한 일행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신부님의 인자한 미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신부님을 다시 뵐 수 있을까? 

    성당 앞 길

    어제 같이 신부님 말씀 들었던 중년 아주머니 아저씨 순례객 분들을 성당 앞에서 다시 만났다. 

    다들 신부님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떠날 채비를 한다.

    이날 아침 미사 듣고 출발 하느라 조금 출발 시간이 늦었다.

    11월에는 해가 아홉시나 되어야 비로소 뜨기 때문에 어차피 아침 아홉 시 열 시쯤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바날을 이렇게 떠난다는게 못내 아쉽다. 여름이었으면 며칠 더 머무르면서 피정할 수 있었을 텐데. 

    안녕 ~ 잘 있어요 라바날. 과연 라바날 마을에 내가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산길 시작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날의 일정은 폰세바돈을 거쳐 1505m 철십자가 까지 올라간다음, 만하린까지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1515m 푼토 봉 근처에서 오르막길로 올라갔다가 그 이후로 몰리나세카까지 가파른 내리막길을 계속 걸어야 했다. 

    폰세바돈 가는 길에 날씨가 약간 꾸물꾸물 쌀쌀 조금 추웠다.

    폰세바돈 도착.. !

    폰세바돈에 도착해서 다들 조금 지쳐서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과자를 시켜놓고 담소를 나눴다. 

    스페인 커피 카페라테는 어디를 들어가서 마셔도 다 맛있다. 신기하다. 

    그런데 우리가 커피 다 마시고 떠나려는 찰나에 한국인 중년 부부로 보이시는 커플이 들어오시더니 알베르게 주인장에 영어로 하소연을 막 한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여기 알베르게 침대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하신다.

    침낭 깊숙이 넣어놨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하시며 막 울기 일부 직전 이셨다... 

    그런데 알베르게 주인장이 약간 젊은 스페인 여사장님이었는데,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

    순례길은 대부분 스페인 시골 마을을 지나가게 되는데, 순례객의 대부분은 자국 스페인 사람들이라 대도시 유명 관광지처럼 시골 마을까지 영어가 다 통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면 실례다.

    물론 요새는 구글 번역기가 있어 그나마 수월하지만, 여전히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긴 시간 순례길을 걸어야 하니 스페인어 기초 초급을 꼭 떼고 순례길에 오길 바란다. 그러면 순례길이 훨씬 수월해진다.

    사장님이 못 알아듣는다고 말해도 한국인 아주머니 아저씨 부부가 급한 마음에 자꾸 영어로 계속 말하니 처음에는 그 사장님도 참을성 있게 계속 들어주다가 약간 점점 좀 지쳤는지 알베르게 사장님 얼굴을 보니 짜증(?) 내기 일부 직전이었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다가 보다못한 내가 끼어들어 스페인어로 사장님에게 아주머니 말을 대신 통역해 주었다.

    나도 스페인어 초급이라 유창하게는 잘 못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못 알아들어 답답하고 짜증 나는 사장님 마음도 이해 가고, 지갑 잃어버려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계속 붙들고 있는 한국인 아주머니 아저씨 부부 마음도 이해가 가서... 

    대충 구글 번역기 돌려서 어젯밤 여기서 잤는데 지갑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여기 혹시 청소하다가 지갑 찾은 것이 있느냐? 하고 사장님에 물어봤더니...

    여사장님이 자기가 직접 다 청소했는데 지갑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 중년 부부 아저씨 아주머니에 청소하면서 봤는데 지갑이 없었다고 한다라고 전하니 아저씨 아주머니가 울기 직전 (?) 얼굴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 아주머니 아저씨 부부가 지갑을 못 찾아서 그걸 보고 있던 나도 참 기분이 무거웠었는데..

    여행 중 돈 들어있고 소중한 물품들 들어있는 지갑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망연자실할지.....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몰리나세카 마을에서 아주머니 아저씨 부부를 다시 만났는데, 내게 다가와서 아까 도와줘서 고맙다며 근데 침낭 안에서 지갑을 찾으셨다고! 말씀하시길래 어이쿠! 정말 다행이었다 ㅠㅠ 한편으로는 실소가 ㅋㅋㅋ 아주머니가 혹시나 누가 훔쳐갈까 잃어버릴까 봐 잘 때 지갑을 너무 침낭 깊~~ 숙히 넣어놔서 못 찾고 잃어버린 줄 아셨던 것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침낭을 펴서 정리하다가 침낭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지갑을 찾고 나서 얼마나 안도와 또 헛웃음, 부끄러움(?)이 드셨을지 ㅋㅋㅋㅋ 안 봐도 상상이 가서 속으로 너무 웃음이 났었다.

    지갑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이 글을 보는 잠재 순례객 여러분들도 향후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침낭 너무 깊숙이 지갑을 넣어놓고 누가 가져갔다고, 잃어버렸다고 망연자실 오해하지 않길 바라며 ㅋㅋㅋㅋ 

    폰세바돈 마을에서 커피를 마시고 카페에서 나와 조금 더 올라가니 철십자가가 나왔다. Cruz de Ferro. 말 그대로 철십자가 라는 뜻이다. 엄청나게 높다.

    여기에 순례객들이 작은 돌멩이에 소원(?)이나 단어, 글귀등을 적은 돌멩이를 올려놓고 소원을 많이 비는 것 같다. 

    쪽지를 껴놓기도 하고, 돌멩이 말고 다른 작은 추억이 깃든 물품이나 사진등도 바위 돌틈 사이에 껴놓는 듯.. 

    이날 같이 걸은 소중한 일행들과 철십자가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철십자가 근처에 우리들밖에 없었다. 이날도 기억이 참 많이 남는다. 순례길 이후에 한국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었는데, 피터 동생만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만났다.

    이날 같이 걸었던 언니들과 동생들이 이 글을 혹시라도 본다면 연락 주면 좋겠는데... 거의 몇 년이나 지나버렸지만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든다. 

    시간이 점점 지나니 구름이 슬슬 걷히고 날씨가 화창해지기 시작했다.

    화창한 하늘 아래 철십자가를 바라보니 풍경이 더욱 예뻐 보였다. 

    숲 옆에 나있는 한적한 아스팔트길을 계속 걷는다. 날씨는 잠시 흐렸다 다시 화창해졌다. 

    너무 아름다워서 동영상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멋진 숲 속 길을 걷고 있으니 꼭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너무 멋진 숲 속길이다. 라바날에서 몰리나세카까지 길은 후반부에는 계곡 옆 가파른 내리막길 숲길을 주파해야 해서 무섭지만, 중반부까지는 정말 너무너무 멋진 풍경의 연속이다.

    이날 길을 걸으면 산속의 신선(?)이 된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피레네 산맥 초입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숲으로 유명한 갈리시아 지방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멋진 산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 산들이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산 위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만하린에 도착했다. 

    미세먼지 1도 없는 너무 멋진 전경. 눈호강에 폐호강(?)까지 ㅋ  

    만하린 알베르게는 정말 독특하게 되어있다. 정말 숲 속의 산촌 자연인 집처럼 되어있다. 

    알베르게에서 조용히 일광욕하고 있던 새끼고양이 발견. 사람 손을 안 탔는지 가까이 가니 도망가버렸다. 

    만하린 지나 아세보 지나 점점 더 걸어간다. 오후 3~4시경 쯤 되니 햇볕이 매우 따사로웠다.

    황금빛 햇볕이 온 산과 마을을 비추었다. 길을 걸어가는데 일행 동생이 언니 잠깐만 ~! 하더니 트레킹 하고 있는 뒷모습을 예쁘게 찍어주었다. 

    대부분 순례길을 혼자 걸어서 본인 사진이 거의 없고 내가 찍은 사진은 죄다 풍경 건물 사진 위주였는데, 심지어 너무 예쁘게 느낌 있게 잘 찍어주어서 사진 찍어준 동생에게 너무 고마웠다 ~

    등산이나 트레킹 하면서 한 번도 내 뒷모습 (?)이 어떻게 생겼는지.. 찍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내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구나 ~이때 알았다. 

    만하린 지나 푼토 봉우리 지나고 나서부터 아세보, 리에고 데 암브로스 그리고 최종 목적지 몰리나세카까지는 전부 내리막길이다. 

    눈앞에 산들이 저 지평선 멀리까지 끝없이 펼쳐져있다. 풍경이 너무너무 멋지다. 

    사진 저 뒤에 끝없이 펼쳐져있는 산 봉우리들이 보이시는지.... 리에고 데 암브로스 마을에 거의 다 도착해서 마을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같이 걸은 일행들은 리에고 데 암브로스에서 이날 밤 쉬어갈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는 짜놓은 일정이 있어서 더 걸어야 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바이바이 하고 몰리나세카로 더 걸어가야 했다. 

    내가 나는 몰리나세카까지 더 걸어가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니 일행들이 몰리나세카까지 길이 가파르고 미끄럽고 좀 위험하다고 하던데 괜찮겠어? 하고 걱정해 주었다. 자만해서는 안되지만, 순례길을 걸으며 고독을 즐기는 마음, 혼자 어둡고 으슥한 숲 속길을 걸을 때 무서움을 극복하는 용기와 담력(?)등을 이미 앞서서 몇 번 좀 단련했기에 괜찮다고 담담히 말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같이 걸을 수 있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행복하고 좋았는데, 앞으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일정이 타이트해서 어쩔 수없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몰리나세카로 힘차게 출발했는데... 

    확실히 이날 일정 중에 가장 가파른 내리막길 위험하고 미끄러운 길을 꼽자면 바로 리에고 데 암브로스 지나서 몰리나세카까지의 길이다.

    졸졸 흐르는 작은 계곡 옆으로 나있는 숲 속 작고 좁은 오솔길을 지나가게 되는데,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계곡 옆 길이라 바위를 밟고 지나가야 되는 길이 많은데, 길이 가파른 내리막길인데다 이끼가 끼어있어서 미끄러웠다. 

    다행히 부르고스에서 등산화가 터져서 미끄럼방지에 고어텍스 있는 살레와 등산화를 다시 사서 갈아 신고 순례길을 걸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내가 한국에서 가져왔던 앞에서 터져서 어쩔수 없이 버렸던 그 등산화를 계속 신었다면, 이 길에서 미끄러져서 크게 다쳤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길이 그만큼 미끄러웠다. 

    다행인 것은 비가 며칠 동안 오지 않아 계곡물이 많이 거의 없었고, 아주 졸졸 흐르고 있었다. 살레와 등산화 고어텍스를 믿고 휙휙 바위들을 밟으며 스텝을 잘게 잘게 빠르게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데다 가뜩이나 11월이라 해도 빨리 져서 오후 4시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숲 속이 더욱 어두워 지기 시작했고, 내 주변에 단 한명의 순례객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무서웠다. 숲속 오솔길에는 거미줄도 많았다. 오후 여섯 시 되기 전에는 몰리나세카에 도착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자 점점 초조해서 속력을 전속력으로 올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숲 속 길을 전속력으로 걷다가 잠깐 탁 트인 시야가 나왔는데, 아마 이 근처에 사는 누군가가 목초지로 이용하는 목장 같아 보였다. 소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서 계속 달렸다. 

    리에고 데 암브로스에서 몰리나세카까지 약 5km이니 거의 한 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의 거리인데, 어두운 숲 속 오솔길이 끝나고 몰리나세카가 저 앞에 보이길래 안도의 한숨이 나와서 시간을 체크해 보니 전속력으로 달려서 그런가 40-50분 정도만에 내리막길을 내려온 것 같았다. 

    아 이래서 일행들이 길이 위험하다고 했구나.. 휴우~ 몰리나세카에 여섯 시 안으로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몰리나세카 마을 진입 다리

    다리를 건너면 몰리나세카 마을이 나온다. 앞서 지나온 산촌마을들과 다르게 비교적 마을 규모가 있다. 

    마을 초입에 성당이 있다. 

    굶주린 배와 전속력으로 달려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알베르게 사장님이 공동 도미토리 숙소가 전부 다 찼다고 한다. 피곤해서 쓰러지기 일부직전이라 어쩔 수 없이 비싼 1인 숙소로 방을 잡고 짐을 풀었다. 

    여섯 시가 넘어가니 벌써 몰리나세카 마을이 캄캄했다. 날씨가 쌀쌀하고 어두워서 어디 정처 없이 식당 찾아 돌아다니기도 너무 피곤하고, 그냥 씻고 바로 잠에 들어버렸다. 리에고 데 암브로스에서 나도 같이 쉬었으면 얼마나 피곤하지도 않고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꽤 난이도가 높았던 마지막 5km 구간을 다치지 않고 문제없이 주파할 수 있도록 도와준 두 다리와, 좁고 어두컴컴한 숲 속 오솔길이 무서웠지만 약 한 시간 가까이 용기 있게 주파하도록 도와준 담력(?)에 감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저 1인실 숙소 공간은 알베르게의 반지하층 (?)에 위치해 있었는데, 돌집인 데다, 돌 벽면이 실내공간으로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숙소 안이 엄청 싸늘했다. 알베르게 사장님이 난방을 틀어준다고 했는데도, 돌집이라 그런가 11월 중순이라 그런가 난방은 튼 지도 모르겠고,... 덜덜 떨면서 침낭에 패딩 재킷 다 입고 양말까지 다 신고 겨우 잠을 잤다. 

    순례길 후반부에 들어서 11월 중순쯤에 다다르자, 이제 추위와의 사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았다.

    걸을 때는 계속 걸으며 땀이 나서 땀이 식으며 추워지지 않도록 하고 통풍시키는 게 중요한데, 11월에 들어서자 알베르게 숙소에서는 난방을 안 때 주거나 너무 약하게 틀어줘서 트나 마나 한 숙소들이 많아 밤에 추위를 어떻게 견디고 잠에 드는가가 순례길 후반부에 대처하는데 중요했던 부분이었다. 

    후반부에 접어들며 감사했던 것은 이 길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걷고, 또 이 길에 올수 있도록 시간과 돈같은 여유 뿐만 아니라 체력과 용기와 담력 지혜를 주셔서 감사하다 생각하며 몸이 힘들어 괴로워도, 또 어두운 숲속 길을 혼자 걸으며 문뜩 약간 무서운 마음이 들 때도,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치솟을 때도 감사 기도를 많이 했던 것이 순례길을 끝까지 무사히 마치는데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나 라고 항상 지금도 이글을 쓰면서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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