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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32. 사리아에서 여름 휴양지 느낌의 저수지 마을 포르토마린까지. 4명의 다국적 순례객 동행들을 만난 날.
    스페인 2024. 9. 5. 20:55

    사리아 (Sarria) -> 포르토마린 (대략 23km)

    사리아에서 머물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여덜시다. 호텔방이 간밤에 다소 추웠다. 11월 중순이 넘어가서 이제 정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구름이 껴있어 하늘은 어두웠지만, 공기가 서늘하고 맑은 11월의 아침이었다.

    대부분 순례객들이 순례길을 한번에 다 걸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일정이나 일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 경우에는 순례길 일정을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 이렇게 나눠서 두세 번에 걸쳐 걷는 사람들도 꽤 있다.

    사리아 마을은 그렇게 나눠서 걷는 순례객들이 후반부 일정으로 선택하는 첫 마을이라, 사리아로 와서 이곳에서 출발하는 순례객도 꽤 많은 편이다. 

    호텔 조식은 호스텔 건물로 옮겨가서 호스텔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 해서, 짐 채비를 하고 조식을 먹으러 호스텔 건물로 넘어갔다. 

    예쁜 정원이 딸려있고, 반층 정도 내려간 지층이 응접실 겸 거실 겸 조식 장소로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여덜시 이후에 가서 그런가 조식이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바나나를 조금 먹고, 빵은 통밀빵이었는데 부드러운 흰빵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그다지이라 조금 먹다 말았다. 오렌지주스는 당연 맛있었다. 스페인 오렌지 주스는 어디 가서 마셔도 최고!

    테이블에 만화나 서양 정물화에서만 봤던 서양배가 따악 놓여져있길래..배를 집어서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  흐음... 신기하다..한번도 살면서 서양배를 먹어본 적 없어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서양 정물화에서만 봐서 그런가, 꼭 모조품 같았다. 가짜 아니야? 싶을 정도로 껍질은 매끈. 그래서 한번 깎아먹어 봤는데... 깎기 전에 손으로 살짝 잡아보니 아주 조금 눌려지는데, 단 맛은 거의 없고, 과일 식감은 아주 약간 촉촉하긴 한데 버석버석 거슬거슬 (?)해서 충격!! 

    우리나라 배처럼 시원하고 아삭하고 달고 맛있는 배랑은 전혀 완전히 다르니 주의 대주의 ! 저것만 특별히 맛없던 것이 아니고 찾아보니 서양배 맛이 원래 그렇다고 한다...

    약간 구아바가 버석버석해지고 단맛과 향이 없어지고, 살짝 물컹거려지면 서양배 맛이랑 비슷해질 듯싶다. 납작 복숭아는 너무 맛있어서 대충격인데, 서양배는 너무 맛이 없었다.  (스페인 등 유럽 가면 납작 복숭아는 꼭 드세요 ~!!)

    서양배에 받은 충격을 다소 추스리고, 가방 메고 이제 출발하려 다시 1층으로 올라왔다. 호스텔 건물 1층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명록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출발~~~ 

    호텔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순례길로 접어든다. 사람이 거의 없다. 내가 아홉 시 가까이되서 늦게 출발해서 그런 탓도 있다.

    그런데 11월부터는 아침에 아홉시는 되어야 해가 좀 뜨고 하늘이 밝아지는 편이라, 나는 안전을 위해서 해가 좀 뜨고 날이 밝은 아홉 시경에 거의 출발했다.  

    대부분 오솔길인데, 다만 그늘도 별로 없고, 길 주변에 가게나 상점도 별로 없다. 11월이라 여름철과는 다르게 물은 그다지 마시지 않아도 돼서, 갈증이라던가 이런 문제는 겪지 않았다.

    여름철에 순례길을 걸을 생각이라면, 사리아에서 포르토마린 루트를 지날 때는 식수나 먹을거리 등을 좀 충분히 챙겨놓고 출발하기를 권한다. 

    실개울도 지나고~

    열심히 걷다보니, 하늘이 점점 개기 시작한다. 11월부터는 아침에는 구름이 꼈다가 이렇게 해가 중천에 뜨는 점심 무렵부터 구름이 걷히는 날들이 많았다. 

    길잡이 표지석은 언제나 반갑다. 약간 애매 (?)하다 싶을 때는 항상 주변을 꼭 살펴보자. 어딘가에 화살표 표시나 이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감사하다. 

    귀여운 당나귀가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런 스페인 작은 마을들의 목가적 풍경이 너무 좋다. 스페인을 비롯한 서유럽 선진국 국가들은 시골 구석구석도 깨끗하게 잘 치워져 있고 정갈하게 되어있다.

    농업, 목축업 등에 필요한 여러 장비는 창고 등에 깔끔하게 놓여져 있고, 길거리나 농장 주변에 쓰레기 등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말, 양, 당나귀, 소 등이 풀밭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시골도 서유럽 시골 마을 수준으로 깔끔하고 아름답게 정갈하게 가꾸어지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한~명도 없다 ~ . 가끔 동물들이 농장에 보여서 그런가 무섭지는 않았다. 

    이날 걷는 길은 정말 대부분 오솔길이다. 중간에 마을이나 상점, 카페는 거의 없다. 출발 전에 화장실을 꼭 들르길 바란다.

    11월 하순이라 살짝 춥고 서늘해서 걸으면서 물을 안마셔서 그런가 다행히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아름다운 스페인 시골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목가적 풍경.   

    넓다~~~ 탁트인 들판을 보니 마음도 탁 트이는 기분. 그런데.. 벌써 네 시간째 쉬지 않고 걸었는데, 아직까지 카페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아... 힘들다... 좀 춥다.... 따뜻한 커피나 코코아 한잔 마시면서 어디 따뜻한 곳에 앉아서 좀 쉬고싶다..... 할 때쯤 눈앞에 카페 겸 식당 하나가 딱 나타났다.  페레이로스 마을에 바르가 딱 한 군데 열려있었다. 감사합니다. 

    안에 들어가니, 길에선 한명도 안 보이던 순례객들 전부 집합 ~~ 사람들 온기로 카페 안은 훈훈, 다들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이곳 식당과 까페를 꾸려오신 주인분 가족의 사진과 마을 정경이 담긴 사진들로 벽면이 꾸며져 있었다. 이렇게 한 곳에서 꾸준히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가며 순례객들과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는 것.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는 어느샌가 보면 바뀌어 있고, 몇 년 지나면 또 바뀌어있고, 몇 달 지나도 또 바뀌어 있고... 가 다반사라서. 좋다고 해야 할지.. 뭔가 아쉽다고 해야 할지..

    서유럽이나 일본 등에 가면 내가 아는 가게나 장소가 그마을 그 도시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주고 지켜주고 있어 너무 반갑고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뭐가 더 좋다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장단점이 있다.

    확실히 서유럽이나 일본에 가면 왠지 모르게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로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오리지널을 지켜가는 변함없는 안정감 때문인 것 같다.    

    페레이로스 마을에 있는 이 까페 바르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순례길을 걷고 있던 다국적 일행(?)과 친해졌다. 

    미국에서 온 댄, 인도에서 온 아푸, 독일에서 온 마누엘, 스위스에서 온 드리즈. 드리즈랑 마누엘은 좀 어려 보였고, 아푸랑 댄은 30대 중후반처럼 보였다.

    왜 친해졌지? 생각해보니 인도에서 온 아푸가 그 네 명 중에 비교적 사교적 성격이었는데 내게 말을 걸어오면서 일행 모두랑 인사하고 친해지게 된 것 같다. 댄, 마누엘, 드리즈는 내성적 성격이었다 ㅋ

    바르에서 이 네 명과 수다 떨면서 치즈 토르티야랑 따뜻한 스페인 코코아 한잔 마시고 나니 힘이 좀 났다. 이날부터 이 네 명의 친구들과 길에서 계속 마주치면서 오며 가며 같이 산티아고까지 걸었다.    

    아 잠깐 딴길로 새자면 나는 아직도 이 스페인 코코아 맛을 잊지 못한다. 스페인하면 올리브유, 참치샐러드, 납작복숭아 (복숭아 주스), 무화과, 오렌지, 맛있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스테이크, 하몽, 빤꼰또마떼 그리고 이 스페인 코코아 초코우유가 생각난다.

    스페인에서 마실수 있는 초코음료는 대략 3가지 종류인데, 까페에서 츄로스와 함께 시키면 나오는 쑈콜라떼는 정말 말그 대로 초콜렛을 팬에 녹여 우유와 조금 섞어 나온 아주 진한 꾸덕한 초코음료라 꾸덕 진득 느끼 든~든~한 타입이다. 스페인에서는 대부분 츄로스와 함께 이 쑈콜라떼 를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들 먹는다. (=츄로스 꼰 쇼콜라떼)

    그 다음 슈퍼에 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초코 우유도 파는데, 내가 사랑하는 스페인 초코우유 브랜드는 카카오랏(cacaolat) 이다. 카카오랏은 스페인 국민 초코우유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다. 마트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수 있다. 스페인 슈퍼에서는 작은 사이즈 큰 사이즈 다양하게 판다. 

    그 다음 마지막은, 마일로 네스퀵 제티마냥 가루형태로 된 것인데, 스페인에는 꼴라까오(Colacao)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것도 맛있다. 내 기준 마일로 네스퀵보다 더 맛있다. 

    전세계에서 코코아 초코우유와 초콜렛 시리얼, 뺑오쇼콜라 등등 초콜렛이 제일 맛있는 나라는 스페인이랑 프랑스 같다. (물론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도 강자이지만). 무역에 대해 1도 모르지만...회사 세워서 카카오랏 꼴라까오 수입하고 싶다.

    순례길 걸을 당시 카카오랏 작은 곽으로는 성에 안차서 800미리리터짜리 큰거 하나 사서 걷느라 당 떨어질 때 밤에 식당 닫았는데 배고플 때 남몰래 들이켰는데(?)... 정말 맛있다. 

    안 그래도 이 카카오랏 맛을 못 잊어 몇년 전에 한국에 파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어떤 회사가 한국에 카카오랏 작은 사이즈 타입을 소규모로 조금 수입해왔던 거 같은데, 어째 마케팅이 잘 안됐는지, 너무 비싼 가격으로 팔았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잘 안 팔렸는지 잠깐 팔고 접은 듯한 분위기다. 아쉽다.

    잠깐 딴길로 샜다. 다시 돌아와서~ 길에 삽살개처럼 생긴 귀여운 강아지가 있어서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사람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쿨한 강아지였다. 

    포르토마린에 거의 다다를 때쯤 되자 하늘에 구름이 싸악 걷히고 해가 나왔다. 가을 낙엽에 둘러싸인 표지석에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정말 여행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바로 사진과 일기의 중요성.

    사진을 보면 그날의 날씨, 습도, 온도, 공기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일기를 읽으면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들... 이런 일이 있었어? 이런 말, 생각을 했다고? 여길 지나갔었네~아 맞아 이거 먹었지~ 맛있었어 ~ 하는 일들이 상자를 연 듯 전부 다 떠오른다. 신기한 일이다.     

    길을 걷다가 헛간에서 야옹 거리는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서 조용히 다가가보니 새끼고양이들이 헛간에서 놀고있는 모습 포착.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다.

    아기 고양이들의 솜털 하나하나가 오후의 따스한 태양 빛에 반사되서 반짝이고 있었다. 순례길에서 성당사진, 주택과 건물 건축사진, 산 오솔길 풍경사진, 동물 사진 참~많이 찍었다.

    사진작가들이 왜 여행을 많이 하는지 나도 이제 알 것 같다. 아니면 반대로 여행을 하면서 아마추어로 사진을 많이 찍다가 전문 작가의 길로 접어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포르토마린 도착 직전 작은 마을에 까페가 하나 또 있길래 커피 한잔 시키고, 4명의 일행과 함께 잠시나마 오후의 여유를 즐겼다. 

    미국 친구 댄은 D.C에서 왔다고 하는데 뭔가 정부기관에서 일을 했던 것 같았고, 마누엘과 드리즈는 서로 꽁냥꽁냥 거리는 게 썸 타고 있는 듯했다.

    희한한 게, 키가 크고 성냥개비 (?) 체형에 성마르고 내성적 성격의 남자애들은 약간 통통 토실하고 하얗고 키가 작고 부드러운 아줌마 인상 귀여운 돼지 스타일(?)의 여자애들을 좋아하는 것은 만국 공통인듯 싶다. ㅋ 마누엘이랑 드리즈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마누엘은 독일인이고 드리즈는 스위스에서 와서 둘다 독일어를 하니 아마 길 걸으며 친해져서 썸으로 발전된 것인가 싶었다. 순례길에서 만나 같이 걷다 커플 탄생되는 경우가 은근 꽤 된다고 들었는데 내 눈 앞에서 목격.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며 계속 걸으면서 언제까지 걸어야...싶었는데 눈앞에 깊고 큰 강과 다리가 보이더니 드디어 이날의 목적지 포르토마린 마을이 나타났다. 

    멀리서 봐도 꽤 길고 높은 다리. 아 튼튼하겠지 (?) 하면서 얼른 건넜다. 

    다리를 건너면 포르토마린 마을 입구에 마을 이름으로 된 조각물도 있다. 글씨체가 꽤나 귀엽다. 뒤에 하얀 벽의 건물과 포르토마린 글자의 청동 조각물의 느낌이 예뻐서 순례객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부킹 닷컴으로 미리 예약해놓은 작은 호스텔 겸 호텔로 갔다. 순례길 후반부에서는 거의 호텔에서만 머물렀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도저히 몇십 명씩 함께 방 쓰는 혼성 도미토리 알베르게에서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숙소는 아담하고 정갈했다. 이날 같이 걸은 4명의 순례객 친구들은 이미 다른 숙소에 예약을 해놨다고 하여 내가 그친구들의 숙소로 놀러 가서 수다를 떨었다. 

    수다를 떨고 난 후 다같이 저녁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와, 포르토마린 마을 구경을 했다. 광장 근처에 강과 다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 있어서 한번 올라가 보았다. 

    여기 올라가면 아래 사진 같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강이 깊고 넓어 석양이 질 때 보면 꽤 멋진 사진이 나올 것 같다. 저수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멋진 풍경이다. 포르토마린은 여름에 오면 훨씬 멋지다고 한다. 저수지 강변 주변으로 야자수가 펼쳐지고 강을 따라 예쁜 펜션들이 운영된다고 한다. 이름이 괜히 포르토 마린이겠는가 싶다. 인터넷으로 포르토마린의 여름 풍경 사진을 찾아보니 확실히 아름답다.  

    마을 구석에 단단하고 준엄한 분위기의 성 니콜라스 성당도 있다. 

    식당에서 피자와 해산물 빠에야를 시켜서 같이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순례길에서 으레 묻는 이야기들, 언제 시작했냐, 왜 왔냐, 어디까지 걸을 생각이냐 등등 서로 물으면서 담소를 하다 보니 벌써 아홉 시가 넘었다. 

    내일 길에서 또 보자 하고 헤어진 후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방은 깨끗해보이기는 했으나 혹시 모르니 철저하게 침대에 베드버그는 없는지 다시 한번 매트리스 위아래 옆 바닥 다 체크하고 꼼꼼히 약 뿌리고 방 환기를 잠시 시킨 후에야 비로소 누웠다. 

    잠은 금방 오지 않아서 짧게 일기를 썼다. 포르토마린에서 보낸 이날 밤은 정말 차분하고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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