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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 14. 아타푸에르카에서 부르고스까지. 부르고스에서 스페인 축구팀 담당 물리치료사한테 물리치료 받고 메시 사인들어간 fc바르셀로나 휘장기 기념품까지 선물로~
    스페인 2022. 4. 28. 00:14

    이날 일정 약 21km ( 중간에 택시 불러서 부르고스까지 택시 타고 감.)

    [아타푸에르카 -> 까르다뉴엘라 리오피코(택시 부름) ->부르고스]

    아타푸에르카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날씨가 괜찮았다.

    어제 진통 소염제도 먹고, 파스도 붙이고, 얼음찜질도 했어서 그런가 무릎이랑 발바닥이 아주 조금 어제보다는 덜 아픈데, 그런데 또 걷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 어떡하지? 오늘도 천천히 걸어야겠다 이런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여기서 더 아프면 포기하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아팠다. 부르고스에 도착하면 당장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인 언니 오빠는 짐을 싸서 나보다 일찍 출발했다. 언니 오빠도 부르고스까지 갈 모양이다. 나도 오늘 부르고스까지 갈 생각이라 아마도 부르고스 알베르게에서 만날 것 같았다.

    언니 오빠는 그 전날 항상 그 다음날의 길에 마을이 몇 개 있는지 어느 도시까지 얼마큼 걸어갈지, 도착하면 어느 알베르게에 머무를지 구글 지도 등을 보고 다 생각해놓고 걷는 것 같았다.  

    스페인 양떼

    아타푸에르카 산맥으로 올라가는 듯... 점점 자갈 돌길이 나오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멀리 풍력발전기도 보인다. 

    양떼와 함께 찰칵 ! 한마리가 날 쳐다본다.

    갈수록 경사진 오르막 돌길이 나오는데, 양떼와 마주쳤다. 양 무리가 수가 엄청나다. 못해도 오륙십 마리는 되는 것 같다. 양들은 경계심이 매우 강해서, 내가 조금만 자기들 근처로 가면 바로 저만치 달아났다. 

    양 등에 파란 색 페인트 등이 칠해져 있고 귀 뒤에 표시가 달려있어서, 양 무리를 구분하게 되어있었다.

    목동 할아버지와 귀여운 양치기 개 & 양떼

    목동 할아버지(?)가 양 떼들을 데리고 신선한 풀이 있는 곳으로 양들을 몰고 가서 풀을 먹였다.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양떼

    양 떼들 목에는 종이 달려있는데 양 떼들의 걸음걸이에 맞춰 땡그랑땡그랑공기 중에 귀여운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가 매우 귀여웠다.

    양들은 무서움을 엄청 많이 타서 연신 내 눈치를 보며 내 위치를 확인하고서는 나한테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었다. 양들이 너무 귀엽고 종소리도 너무 귀엽고 풍경도 멋져서 양들을 뒤따라가며 동영상 촬영을 했다. 

    양떼가 일으키는 병목현상
    아타푸에르카 산맥의 양떼

    여기를 지나면 철십자가 세워진 고지대로 올라서게 된다. 이때부터 갑자기 날씨가 흐려졌다. 10월 말의 스페인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했다. 화창했던 날씨가 한 몇 시간 만에 금세 먹구름이 끼면서 비 오는 날씨로 변했다. 출발할 때부터 판초 우의를 입고 시작하는 게 편했다. 

    고지대에서 만난 십자가
    중간에 날씨가 매우 흐려졌다.

    철 십자가를 지나면서부터 길이 완만한 내리막길이 되고, 저~~ 멀리 부르고스가 보였다. 그런데 길이 아스팔트 길이였는데, 아스팔트 길을 걸으니 발걸음을 내릴 때마다 충격이 발바닥과 무릎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어 너무 아팠다.

    아스팔트 길 양쪽으로 나있는 경작지 옆 가생이 길을 걸었는데, 다행히 흙이라 그런지, 아스팔트보다는 부드러워서 충격을 흡수해줘서 무릎이랑 발이 그나마 덜 아팠는데, 문제는 속도였다. 계속 걷고 걸어도 끝이 안 보이고, 속도가 너무 느려졌다.

    처음에는 구름만 끼더니 시간이 좀 지나자 어제 오후처럼 안개가 주변에 자욱이 끼고 주변이 잘 안 보이고 비까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중간중간 진눈깨비 섞인 눈까지 내렸다. 안개가 껴서 주변에 다른 순례객도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까르다뉴엘라 리오피코 근처에 거의 다 다다를 때쯤 어제부터 달랑달랑 떨어지려고 기미를 보이던 신발 앞코 밑창이 드디어 떨어져 나갔다. 와~~ 까미노 걷다가 신발 밑창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그 당사자가 되었네?

    한국에서 산 노스페이스 등산 신발이었는데, 몇 번 안신은 등산화였는데, 갑피도 딱딱하고 어째 계속해서 내 발하고 잘 맞지가 않는지 신발이 영 불편하긴 불편했는데... 아직 부르고스 한참 남았는데 신발 밑창 앞부분이 뚝 떨어져 나갔다......

    헐~어떡하지 싶었는데, 비도 오고 길도 아스팔트 길은 너무 아파서 디딜 수가 없고, 정말이지 진퇴양난이었다. 

    까르데뉴엘라 리오피코

    부르고스 전에 까르데뉴엘라 리오피코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순례길 바로 옆에 카페 겸 식당 겸 알베르게가 있어서 그곳에 들러서 일단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신발 밑창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무릎이랑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자리에 주저앉을 지경이었기에, 이 상태로 걷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섰다. 

    언뜻 다른 순례객들한테 다리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은 택시 타고 부르고스 가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나도 오늘은 이상태로는 부르고스에 도착하지 못하고 길 위에서 주저앉아 이도 저도 못하고 119 부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택시를 부를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곳 식당 겸 카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한테 혹시 여기서 택시를 부를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보았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엄청 상태가 안좋아보였는지, 일하시는 분이 택시를 가게 앞으로 불러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부르고스 초입

    택시를 타고 부르고스에는 여기서부터 얼마 안 걸렸다. 한 십오 분 정도 택시를 타니 부르고스 초입에 도달했는데, 택시 아저씨가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부르고스 전경이 잘 보인다고 잠깐 내려도 된다고 해서, 여기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알고 보니 여기가 부르고스의 유명 포토스폿인 듯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부르고스 시내 초입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택시비로 얼마를 냈었는지 몇 년이나 지나버려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엄청 비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발 밑창도 떨어지고, 무릎이랑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걸을 수 없는 응급상황이라 이럴 때는 차라리 고집 피우지 않고, 택시를 탔던 것이 현명했던 듯싶다. 

    부르고스 성당 주변으로 호텔도 많고, 공립 알베르게도 있고, 각종 상점이나 기념품 가게들도 많아서, 부르고스 광장만 일단 찾아가면 공립 알베르게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 공립 알베르게에는 할아버지 한 명과 30대로 보이는 여성 한명 이렇게 두 명이 사무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2층 방을 배정받고 올라갔더니, 사물함도 고장 나 있었고, 침대도 뭔가 모르게 깨끗하지 않았다. 청소가 전혀 안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공립 알베르게 입구

     까미노의 친구들 연합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 같았는데, 샤워장이 많아서 좋았으나, 비어있는 샤워장 아무 데나 들어갔다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샤워 칸마다 한쪽은 세면대 겸 화장실 변기, 한쪽은 샤워할 수 있는 샤워실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샤워실 하고 나머지 부분하고 약간의 단차만 있었다. 글쎄 물틀고 머리 감고 있는데, 물이 아예~~ 거의 안 내려가는 것이었다.

    샴푸 하고 있던 중간이었는데, 샴푸 거품이 둥둥 떠있는 물이 단차 밖으로 흘러 넘칠랑 말랑 하고 있었다. 하.... 넘치면 안 돼~~ 하고 물을 확 끈 다음 샴푸가 묻어있는 채로 거의 한 십분 (?) 동안 가만히 서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그 물 내려가는 하수구 부분을 꺼내서 껴있는 이물질을 제거했으면 됐을 텐데, 그때 당시에는 물이 흘러 넘쳐 샤워실 바깥으로까지 흐를까봐 패닉이 된 상태로 굳어버렸었다. 물이 안 내려가서 머리는 거의 감는 둥 마는 둥 샤워도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서 마치고 나왔다.

    사물함은 고장 나고 철제 침대는 삐걱거리고, 화장실은 뭐가 부서져 있거나, 작동을 안 하거나, 물이 샤워기에서 아예 안 나오거나, 물이 나오더라도 안 빠져나가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음 사람들은 꼭 물이 잘 빠지는지 확인하고 샤워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최근의 이곳 알베르게 후기를 읽어보니, 요 한 2-3년 사이에 알베르게 시설을 전부 새것으로 바꿨는지, 사진을 보니 훨씬 깔끔 & 깨끗해졌고, 시설도 새것으로 보였다.

    물론 후기에도 샤워실이 많아서 아주 좋았다는 이야기만 있고, 나처럼 샤워 중간에 물이 넘칠 뻔해서 곤혹스러웠던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공립 알베르게 컨디션이 많이 나아진 것인가? 싶다. 솔직히 공립 알베르게에 머무를 때마다 시설 및 보안이 부실하게 되어있어서 많이 불편했었는데,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일단 짐을 정리하고 나서, 발과 무릎을 치료하려고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층 사무소로 내려가 무릎이랑 발이 너무 아픈데 병원에 갈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할아버지가 뭐랄까 심드렁한 표정으로 병원이 있기는 있는데 여기서 너무 멀다고 하였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확실히 멀다. 지금 내 상태로는 거기까지 걸어갈 수도 없고 아마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며칠이나 기다려야 의사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럽 병원은 안 좋은 점이 한적한 시골 병원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이런 도시나 이런 곳은 직접 간다고 의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항상 예약을 해서 며칠이나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그니까 병원비가 거의 무료인 대신 바로 치료를 보고 싶어도 아파도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참으로 비효율적인 시스템.

    차라리 어느 정도 일정 부분은 환자가 부담을 하더라도, 바로바로 필요할 때 즉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볼 수 있는 한국이 훨~~ 씬 좋은 시스템 같다. 이나라 저나라 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 한국의 장점 및 단점 등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한국이 좋은 점도 참 많다. 특히 이런 인프라!

    할아버지의 답변을 듣고 나서 병원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이탈리아 순례객한테 추천받았던 물리치료사에게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때 소개받은 물리치료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센트로 데 마 사헤 맞나요?. 했더니 네 하고 답변이 온다. 예약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알겠습니다. 언제요? 하길래, 오늘 되나요? 했더니 네 됩니다. 몇 시에 됩니까? 했더니 다섯 시 반에 오십시오. 오늘 된단다. 네 알겠습니다 다섯시 반 ~. 하고 끊었다.

    스페인어로 전화통화를 한 것은 처음이라 전화를 걸기 전에 약간 긴장했는데,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사실만 주고받으면 돼서 그나마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만약에 오늘 안되고 또는 무슨 코스를 예약하십니까라든가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이야기 길어졌으면 못 알아듣고 엉뚱한 답변을 하고 예약이 제대로 안될 수도 있었는데 오늘 당장 ~!! 받을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물리치료실 명함 & 주소 & 홈페이지

    • 물리치료실 이름은 센트로 데 마사헤. Centro de Masaje
    • 물리치료사 사장님 성함은 호아낀 사에즈 마르틴.Joaquin Saez Martin.
    • 전화번호는 국가번호 +34  686 452 479. (휴대폰 유심 설정에 따라 국가번호를 눌러야 할 수도 있겠다. 스페인 유심이면 국가번호 안 눌러도 될 듯)
    • 주소는 C/ Santander No.6, 2a planta, off 1a, 09004, Burgos.

     

    주소가 약어로 쓰여있어서 혹시라도 읽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C/ 이건 calle, 까예 즉 무슨 무슨 길을 의미한다. 그다음 No.6는 그 길에 있는 건물들 중에 6번이라고 건물 번호가 붙어있는 건물을 의미한다. (스페인 건물들은 건물 네 귀퉁이에 전부 무슨 길인지 그리고 건물 번호가 적혀 있다.) 그다음 2a 는 세군다, 즉 세컨드 2를 의미하고 planta 플란따 즉 몇 층인지 의미이다. 우리나라처럼 몇 호라고 해서 바로 몇 층인지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님. 그다음 앞에 off 는 ofcina 의 약자이고 그다음 1a 는 Primera 즉 첫 번째를 의미한다. 스페인어의 서수이다. 

    잠깐 스페인어의 서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거라 생각된다. 

    • 첫 번째는 1o/1a -> 프리메로 primero 프리메라 primera  (꾸며주는 단어의 성에 따라 여성형인지 남성형인지가 바뀌어서 여성형이면 -a 접미어가 붙고 남성형이면 -o 접미어가 붙는다. 
    • 두 번째는 2o/2a -> 쎄군도 segundo, 쎄군다 segunda
    • 세 번째는 3o/3a -> 뜨라쎄로 tracero 뜨라쎄라 tracera (여기서 c + 다음에 e 가 붙으면 영어의 th 즉 번데기 발음이 난다.)
    • 네 번째는 -- 숫자 표기는 이제 쓰지 않아도 당연히 아실 것이고,  꽈르또 꽈르따 cuarto, cuarta. ...

     

    요정도 까지만 쓰겠다~~~ 구글에서 스페인어 서수 ~!라고 쳐보시면 스페인어 숫자 순서 읽는 법등에 관해 자세하게 나와있는 포스팅 등이 많으니 좀 더 찾아보시길~~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스페인의 건물 층수 세는 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나라는 지상층부터 바로 1층으로 시작하는데, 스페인 등 유럽은 지상층은 ground floor 즉 0층이고 즉 층수가 없고, 우리나라의 2층이 스페인의 1층, 우리나라의 3층이 스페인의 2층이다. 헷갈리기 쉬우니 알아두면 좋다~ 

    건물에 도착해서 건물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건물 계단 앞에 바로 보이는 사무실을 찾은 다음 문 옆에 종을 누르고, "오늘 다섯 시 반 예약 왔어요" 라고 하니 문을 열어주어서 응접실로 들어갔다. 

    호아킨 물리치료사님 페이스북 사진
    응접실

    응접실에는 부처 상도 놓여 있고 각종 화분 및 돌장식 등이 놓여져 있다. 동양 사상 및 기(?) 등도 공부했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조명도 아늑하게 되어있어서 들어가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응접실 하고 치료실 (?) 이렇게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응접실 소파에 앉아있으니 조금 있다가 호아킨이 나왔는데, 날 보더니 놀란다. 내가 아마 동양인이라 그런 것 같다. 날 보고 놀란 것 같아 내가 다섯시 반 예약했어요.라고 말하니 아 그렇구나 하더니 날 안에 치료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응접실을 지나 물리치료실로 들어가면 이렇게 꾸며져있다. 

    호아킨 혼자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스페인의 축구팀 FC바르셀로나 및 부르고스 축구팀 그리고 내가 잘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국가대표(?) 축구팀 등등의 물리치료를 담당하셨다고 한다. 뼈 근육 등 우리 몸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신 것 같다.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치료실 안에는 사람 뼈 모형 조각, 그리고 각종 근육 도해 사진 등이 벽에 걸려있었다. 호아킨이 " 어떻게 왔어?"라고 하길래 "친구가 소개해줬어요'"라고 하니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라고 묻길래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하니 "한국 손님은 처음인데??" 어떻게 한국인이 알고 왔지 ~하고 갸우뚱하길래, 내가 "이탈리아 순례객이 추천해줬어요." 라면서 이탈리아 순례객 한테서 받은 명함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의문이 다 해소되었다는 표정으로 "아하~~~" 하면서 그제야 뭔가 경계심 겸 호기심(?)이 풀린 것 같았다.

    호아킨은 성격이 매우 친절하고 좋았다. 스페인 사람들은 대체로 거의 다 친절하고 성격이 좋다~!! 내가 " 무릎이랑 발이 너무 아파요. 물리치료받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호아킨이 발이랑 무릎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종아리도 눌러보고 발뒤꿈치도 눌러보고 하다가 "알았어. 스포츠 테이핑을 좀 받으면 나아질 것 같아"라고 해서 내가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비용은 이때는 안 물어봤다. 나중에 계산하기 전에 물어봤던 것 같다. 스페인은 다른 서유럽 나라와는 달리 서비스나 물가가 엄청 비싸지는 않은 편이라 비용 걱정은 덜하고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스위스 이런 곳이었으면, 비싸서 사설 마사지 물리치료받으러 못 들어갔을 것 같다.

    너무 오래전이라 지금 비용이 기억이 정말 나지는 않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쳤을 때 한 7만 원 안짝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게 시간 단위로 돈을 내는 건지 아니면 어느 부위를 얼마큼 테이핑 하는지 등에 따른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너무 아파서 소개를 믿고 무작정 갔다.

    여기저기 살펴보고 발 종아리 무릎 테이핑 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30분 걸렸던 것 같다. 테이핑 자체는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 이리저리 살펴보고 또 내가 스페인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호아킨은 영어가 잘 안 되다 보니, 둘이 구글 번역기를 켜서 찾아보며 대화하느라고 전체 시간은 한 40분 정도 걸렸던 듯싶다.  

    호아킨은 한국에서 온 내가 매우 신기한가 보다. 아무래도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한국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다. 거기에 물리치료실로 찾아왔으니 더 신기했을 듯.

    나랑 구글 번역기를 써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호아킨이 자기가 스페인 축구팀들의 물리치료 담당이었다고 말하길래 내가 정말 흥분해서 "나도 축구 엄청 좋아해요~~" 했더니 (진짜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호아킨이랑 공통의 관심사가 생겨서 축구 이야기로 빠져들게 되었다.

    내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자, 호아킨이 치료 다 끝나고 갑자기 서랍을 열더니 스페인 유명 축구선수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선수들 사인이 담겨있는 선수복을 신나는 표정으로 꺼내서 구경시켜주기 시작했다. 팀소속 스포츠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받은거라고 했다. 

    이 빨간색 팀복이 아마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복인 것 같고..

    이 노란색 팀복은 FC바르셀로나 팀 저지. 왼쪽 상단에 메시 등번호 10. 사인있다. 그밖에 선수들 사인도 다 있다. 

    중간에 보면 "para nuestro amigo ~ 우리들의 친구이자 프로페셔널 전문가인 호아킨 사에즈에게" ㅋㅋㅋ 라고 누구에게 사인해서 준건지 아주 명확히 적혀있다.

    호아킨이랑 그렇게 축구 이야기하며 선수들 사인 들어간 티셔츠 저지 구경하다가  호아킨이 "어떤 팀 좋아해?"라고 물어보길래 내가 "FC 바르셀로나요" 했더니 호아킨이 "바르셀로나 선수 사인이 어디 있더라..~~" 하면서 또 서랍을 막 찾아보았다. 

    그러더니 나한테 "혹시 메시, 수아레즈 좋아해?" 하길래 "당연히 좋아하죠~" 했더니 "메시, 수아레즈 사인 적혀있는 휘장 기념품 있는데 선물로 가져갈래?" 해서 내가 미친 듯이 흥분하면서 " 진짜? 진짜? 고마워요!!!" 하면서 방방 뛰듯이 너무 좋아하니까 호아킨도 뭐랄까 동방(?)에서 온 첫 동양인(?) 손님한테 기념품을 줄 수 있어서 무척 !! 기쁘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신기한 인연이~. 내가 스페인까지 가서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 팀소속 물리치료사한테 물리치료 받을 거라고는 미리 상상하기가 ㅋㅋㅋ.   

    휘장기 앞면에는 등번호 10번 메시 사인이 있고 그 옆에 등번호 5번 아마도 세르히오 부스케츠 사인인 것 같다. 메시 사인 있는 휘장기 어디서 구해? 한국에서 이거 절대 못 구해. 아마 유럽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을 듯. 안판다. 내 가보다. 지금 내 책상 서랍에 고이 들어있다. 가끔 꺼내본다 ㅋㅋ 

    뒷면에는 수아레즈 선수 사인이 적혀있다. 등번호 9번.

    그다음 뒷면에는 수아레즈 선수 사인이 적혀있었다. 등번호 9번. 

    아 진짜 무릎 아프고 발바닥 발뒤꿈치 아파서 물리치료받으러 갔다가... 이런 돈 주고도 못 얻는 귀한 선물을 받아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내 평생 가보로 간직하리라!!!! 선물을 받고서 너무 기쁜 표정으로 계속 고마워 ~!!! 만 한 10번은 말한 것 같다.

    호아킨이 헤어지기 전에 나한테 명함도 줘서, 내가 무릎 아프고 발 아프고 종아리 아프고, 허리 아픈 순례객들은 모두 여기 찾아가시라고 자세히~~~~ 포스팅을 썼다. 아프면 참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꼭 한번 찾아가서 물리치료 스포츠 테이핑 한번 받아보시길 바란다. 

    받아본바 즉각적으로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테이핑 받고 나니 확실히 아픔이 좀 덜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테이핑으로 근육이랑 뼈의 움직임을 좀 제한시켜놓아서 그런 것 같다. 호아킨이랑 "안녕~ 한국 사람들한테 소개할게요 ~!"라고 인사하고 헤어지고 나서 부르고스 길거리로 나왔다. 

    이제 저녁 일곱 시경인데, 도시라 그런가 거리 분위기가 활기찼다. 상점들도 많고, 베이커리, 옷가게, 등등등.... 배가 고파서 순례자 메뉴가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저녁식사를 시켰다.

    와인과 물이 나오고 단호박 수프 그리고 장조림 비슷한 맛이 나는 소갈비찜(?)과 감자튀김을 먹었다. 맛은 보통이었는데 그래도 뜨거운 수프를 먹고 다시 밖으로 나오니 무릎이랑 발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마음이 좀 가셨다. 

    단호박 스프
    장조림 맛 소갈비 찜(?)

    아아 왠지.... 신이 있다면 (?) 신이 나한테 포기하지 말라고 오늘 물리치료실로 데리고 갔나 보다. 선물 받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부르고스 구시가지 성당 주변 구경을 하고 알베르게에 돌아와서 잠을 잤다.

    부르고스 성당은 스페인에서도 손꼽히는 대성당이라고 하는데, 저녁에는 이미 닫혀서 내일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부르고스에 볼거리가 많아서 부르고스에서 약 삼 일간 머물렀다.

    성당도 둘러보고, 수도원도 둘러보고, 신발 밑창이 다 떨어져서 스포츠 용품 전문점에 가서 신발도 사고,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방한용 옷도 패딩도 사고, 스틱도 식당에서 도둑맞아서 스틱도 사고..... 부르고스에서 쇼핑을 꽤 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 넘어서까지 순례길을 걷다보니 날씨가 여름 & 가을 & 겨울 날씨를 동시에 겪으니까 도저히 쇼핑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나는 11월부터 스페인 중북부가 이렇게 추워질지는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대성당 사진은 다음 포스팅에~~~기대해주세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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