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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순례길]Day12. 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에서 벨로라도까지. 벨로라도 꾸아뜨로 깐또네스 알베르게에서의 아늑한 하룻밤.....
    스페인 2022. 4. 27. 13:28

    이날 일정 약 24km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 그라뇽 -> 레데시야 델 까미노 -> 카스틸 델가도 -> 빌로리아 데 리오하 -> 비야마요르 델 리오 -> 벨로라도]

    발과 무릎은 여전히 아팠지만.. 어제 15km 밖에 안걸었기 때문인지, 발과 무릎 컨디션이 약간 좋아졌다. 그래서 이날은 약 24km를 걸어서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서 벨로라도까지 걸었다. 

    이날 벨로라도까지는 중간에 약 다섯 마을 정도를 거쳐서 가기 때문에, 식수 걱정이나 배고픔 또는 화장실 걱정 없이 갈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처음에는 잘 깨닫지 못하는데, 그날 걸을 일정 중간중간에 마을이 있느냐와 없느냐로 그날의 순례길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중간에 마을을 지나치게 되는지 미리 살펴보고 준비 후 떠나는 것이 좋다. 중간에 마을이 있다는 건, 쉴 수 있는 식당과 카페와 화장실, 식수 등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 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축복이다. 

    넓은 밀밭 경작지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고 중간 중간에 마을이 반겨주는 길을 걷다 보면 벨로라도에 도착하게 된다. 순례길 초반에는 24~25km 정도는 편하게 잘 걸었는데, 이제는 15km만 넘어가면 무릎이 아프고 발이 아팠다. 이날도 마지막 5km 정도에서 걷는 속도가 엄청 떨어졌던 듯. 

    같이 걸었던 한국인 언니 오빠가 벨로라도에 꾸아뜨로 깐토네스 알베르게가 좋다고 해서 그리로 가서 머무르기로 했다. 교구 알베르게도 순례자용 저녁 식사가 매우 잘 나온다고 소문이 나서 순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좋은 것 같았는데, 꾸아뜨로 깐토네스 알베르게도 순례자들 사이에서 수영장도 딸리고 시설도 괜찮고 저녁 식사도 맛있다고 소문난 유명한 알베르게 같았다. 

    알베르게 앞에 이렇게 동상이 있다. 

    안에 들어가면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활기찬 분위기의 아늑한 알베르게 모습이 나타난다. 돌로 지은 집이라 그런가 안에 들어가면 약간 아늑하면서 시원~하다. 

    크리덴시알을 보여주고, 스탬프를 찍고,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었다. 침대마다 번호가 적혀 있어서 배정받은 침대에서 자야 한다. 방안은 조~금 답답했다. 

    씻으러 다인실 용 공동화장실로 들어갔는데, 남녀 구분이 따로 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건 10월 말이었는데 샤워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찬물 샤워를 잘 못하는 편이라,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편인데, 대부분의 사설 알베르게는 뜨거운 물 샤워가 가능한데 이곳은 찬물만 나와서 너무 추워 샤워를 하는 듯 마는 듯 얼른 마치고 나왔다. 

    순례길을 걸을 때 뭐 벼룩이나, 물집이나, 발이나 무릎 아픈 것, 다인실에서 잠을 푹 자기 힘들어 피곤이 쌓이는 점도 힘들지만, 내 경우에는 뜨거운 물이 아예 안나오고 찬물만 나오도록 설정해놓은 알베르게에서 얼음 같은 찬물 샤워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었었다. 

    그래서 순례길 중후반부터는 거의 1~2인실 사설 알베르게나 호텔에 머물게 되었던 것 같다. 이유는 무니시팔 알베르게 찬물 샤워가 너무 힘들고 다인실에서 잠 자는게 너무 힘들어서.  

    여기는 간단한 식사를 할수 있는 주방 겸 거실이었는데, 이날 머무른 순례객들이 다 같이 여기 빨간색 체크 테이블보에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신기한 것은, 지금 거의 몇년이 흐른 후에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 순례길 풍경이라든지, 이런 것은 정말 멋진 풍경이 아니고서야 기억에 크게 남아있지 않은데, 다른 순례객들과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이야기꽃을 피웠던 날의 기억은 몇 년이 흐른 지금에도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 등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고, 역시 어딜 가나 사람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날의 따뜻하고 차분하고 편안했던 느낌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엄청 많아 보였던 약간 무뚝뚝한 인상의 아일랜드 할아버지, 아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는 한국인 아주머니, 순례길을 벌써 일곱번이나 걸었다는 중년의 한국인 아주머니, 나, 그리고 한국인 언니 오빠 커플...

    다들 나이가 어느정도 있어서 그런가, 서로 이야기할 때 조용조용했고 서로 너무 깊은 이야기도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코치코치 기분 나쁘게 무례할 정도로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고, 서로 순례길을 왜 오게 됐는지, 걸을 때 힘든 건 없었는지, 걸을 때 팁이라던가, 순례길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담담히 주고받았 던 것 같다. 

    인상 깊었던 것은 순례길을 일곱 번이나 걸었다는 한국인 아주머니였는데, 일곱 번째 걷고 있다고 밝힌 사람이 이분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스페인 할아버지였는데, 두 번째는 이 한국인 아주머니. 이 한국인 아주머니는 뜨개질도 굉장히 잘하시고, 요리도 잘하시는 것 같고, 과묵하지만 또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재밌게 말하시는 아주머니 었는데, 처음에 딸과 이 길을 걷고 나서 이 길이 너무너무 좋아져서 어쩌다 보니 휴가 때마다 와서 이 길을 걷고 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아 구간을 나눠서 일곱번을 걷고 있다는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곱 번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도대체 이렇게 발 아프로 무릎 아프고 다인실에서 치이면서 힘든 길을 어떻게 일곱 번이나 걸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순례길이 다 끝나고 몇 년이 지난 나도 아직도 순례길 생각이 종종 나는 걸 보면 가톨릭 종교인이신 분들이나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길이 커피처럼(?) 중독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커피를 아예 안 마시면 왜 아침에 꼭 커피를 먹어야 된다든가, 커피에 중독된다고 한다든가,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든다는 거지(?) 이해가 안가니 그냥 그런가보다 갸우뚱싶지만 커피를 일단 마시면, 마시다 끊으면 계속 커피 생각이 간절한 것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까미노 프란세사 즉 이번 프랑스 길은 다 마쳤으니, 머리 속에서 자동적으로 다음에는 북부길을 걸어야겠다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냥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걸 보면... 그렇게 힘들었는데..도대체 왜??라고 누가 좀 설명 좀 해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도 모르겠다. 구체적 일정은 없지만 다음에는 언젠가(?) 북부 길을, 그다음에는 포르투갈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그냥 자동적으로 든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또 하고 싶다고?!!! 물론 내 경우는 똑같은 길을 또 걷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는데 똑같은 길을 여러 번 걷고 있다는 프로(?)순례객들을 보면 와.. 어떻게 똑같은 길을??이란 생각이 들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꾸아뜨로 깐토네스 알베르게에는 아까 그 주방으로 연결된 문으로 나가면 이렇게 뒤뜰에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내가 머물렀을 때는 10월 말이라서 수영장이 닫아있었는데, 여름철에 가는 순례객들은 이렇게 뒤뜰 수영장에서 같이 수영도 하고 일광욕도 쬐고 너무너무 여유롭고 평화롭고 좋을 것 같다 ~

    여기는 알베르게에서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하얀색 & 빨간색 테이블보도 정갈하게 깔려있고, 테이블마다 꽃도 놓아져 있는 작지만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의 아름다운 식당이었다. 테이블 보를 깔고 거기에 꽃을 놓는 것이랑 그냥 테이블만 띡 ~ 놓는 경우랑 너무 차이가 난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테이블 보를 깔아놓고 정갈하게 해 놓는 식당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한국 식당들은 고급 식당을 가도, 테이블보 깔고 꽃을 놓는 이런 게 손님이 뭐 흘리면 빨아야 되고 등등 귀찮다고 생각해서 인지 (아무래도 한국 음식들이 1인 앞에 딱 자기 먹을것만 놓고 먹는게 아니라, 중간에 여러명이 먹을 반찬을 한 그릇에 놓아 거기서 자꾸 자기 그릇으로 덜아가다 보니 흘리는 경우가 많긴 하다.) 테이블 하고 양념류만 식탁에 띡~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 식당들도 이런 점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식당은 가격대도 매우 착했는데, 전채부터 메인 요리까지 대부분 우리나라 돈으로 오천원대에서 만 오천 원 사이 가격이었다. 이렇게 예쁘게 테이블보도 깔리고 꽃도 놓여 있고, 아름답고 정갈하고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한 식당이 가격도 싸고 심지어 양도 많아서.... 도대체 깔려고 찾아봐도 깔게 없다............. 여기 식당 꼭 가서 저녁식사하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한국인 언니 오빠 커플이랑 나는 이날 여기 식당에서 저녁식사로 샐러드랑 감자 고로케, 돼지 목살 & 감자튀김 스테이크 등을 시켜서 실컷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양이 꽤 많아서 배불러 터지는 줄 알았는데, 음식을 시키면 와인도 준다.... 대 혜자스런 식당. 음식 조금 나오면 매우 실망하고 많이 나오면 오오 하면서 얼굴에 미소를 띠는 한국 사람들 마음에도 쏙~ 들 것 같은 식당이다. 

    이날 잠을 잘 자고 나서, 다음날부터 부르고스에 도착하기 전 약 이틀 동안 순례길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등산을 하는 것처럼 숲 속으로 들어가고, 10월 말 날씨도 비가 왔다가 눈이 왔다가 우박이 왔다가 안개가 자욱이 끼기도 하고 햇빛이 나오는 엄청난 날씨 변화 속에서 약 이틀 정도 순례길을 걷게 되는데, 그 와중에 무릎이랑 발이 미친듯이 아파서 멘탈이 탈탈 털리는 순례길의 초중반 중에서 제일 스펙터클했던 날들이 시작된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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