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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10. 나바레테에서 아조프라까지. 왜 사서 고생 현타!아조프라 호텔에서 혼자 잠 실컷 자고 목욕 실컷 함....
    스페인 2022. 4. 23. 02:15

    이날 일정 약 23km. 

    [나바레테 -> 벤토사 -> 나헤라 -> 아조프라.]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나바레테에서도 프랑스 할아버지 할머니 단체 여행객들의 코골이 합주 덕분에 잠을 거의 설쳤다.

    순례길을 시작한 지 10일째에 접어드는데 사실 순례길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속해서 공립 알베르게 다인실에서 거의 자다 보니 풀리지 못한 피로가 계속 누적되고 있었고, 물집 잡히고 발도 무릎도 점점 아파오면서 '나는 이걸 왜 하고 있나.. 왜 스스로 사서 고생?' 이러면서 점점 현타가 오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이야 말로, 호텔이든 뭐든 등록해서 아무도 없는 혼자만 있는 방에서 방해받지 않고 미친 듯이 자고, 욕조 있는 방에서 욕조에 뜨거운 물 가득 담아놓고 아픈 다리랑 무릎이랑 허리랑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러려고 돈 벌었지, 뭐하려고 돈 벌어? 몸이 너무 힘들다 보니 이런 절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차원에서 오늘은 좋은 곳에서 머물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나헤라 마을 입구

    벤토사로 가는 길부터 약간 경사가 지면서 길이 조금 좋지 않았고, 벤토사를 거치면서 다시 내리막길이 나오더니 나헤라 마을이 눈앞에 보였는데,  가로로 약간 도시가 퍼져있는 식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나헤라 마을에 들어섰더니, 이날이 국경일이었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가게들이 전부 문을 닫아서 들어가서 요기할만한 식당도 없었고, 까페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조프라까지 빨리 가서 호텔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걸었다. 

    아조프라 마을은 굉장히 작은 느낌의 시골마을 이었는데, 신기한 것은 여기 공립 알베르게에 한국인 언니 오빠 커플이 머물러서 들러봤더니, 잠자는 곳이 2인 1실 침대 2개 구조로 되어있었다.

    아는 사람과 머무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르는 사람과, 또는 꺼림칙한 사람과 머물러야 하면 그것만큼 피하고 싶은(?) 일도 없겠다 싶었다. 다행히 한국인 언니 오빠 커플에게는 참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알베르게는 약간 체육관을 개조한 것 같은 느낌의 곳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전에 농구코트였을 것 같은 곳이 알베르게 사무소 겸 식당 겸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는 로비처럼 되어있었다.

    그곳에서 쉐퍼트 개와 함께 여행하는 스페인 여자 순례객도 만났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언니 오빠와 나가서 마을에서 거의 유일해 보이는 술집 겸 식당에 가서 순례자 메뉴 식사를 했는데, 역시나 참치와 콘이 올라간 샐러드에 돼지고기 스테이크에 감자튀김, 그리고 와인이 나왔다.

    리오하 지방이 와인으로 유명해서 그런가 리오하 지방의 알베르게나 식당들은 와인을 병째 순례자 메뉴로 주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여러사람이 같이 시키니까 와인을 병째 가져다주긴 했겠지만 역시나 와인의 고장답게 와인 인심이 좋았다.  

     언니와 오빠가 왜 나는 공립 알베르게 머무르지 않는지 궁금해 하길래, 나는 그냥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혼자 편하게 자고 싶어 호텔에 가기로 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언니 오빠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었지만... 호텔에서 머무른다고 하는 게 대다수 한국인 순례객들이 그렇게 예산을 풍족하게 가져오는 경우가 많지 않고, 다들 빠듯하게 여행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어서 그냥 깊게는 설명 안 하고, 짤막하게만 말하고 나는 부킹닷컴으로 예약해둔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조프라에 유일하게 괜찮은 호텔이 여기 하나 있었는데, 부킹닷컴에서도 리뷰가 나름 좋았고, 인테리어도 아주 멋졌다. 스페인의 호텔들을 가면, 로비 등이 원목으로 마감되어 있고, 여러 스페인 고가구들이나 벽에 걸린 벽화 그림 장식이라든지, 굉장히 고풍스럽고 멋스러운 곳들이 많은데, 특히나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분위기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많다.

    프랑스는 스페인과 비교하면 좀 더 화려하고 색채가 많이 들어가고 약간 장식적인 로코코 풍의 호텔 인테리어가 많은 편이고, 스페인은 고동 나무색 원목과 금, 은 및 기사 갑옷 등등 중세 느낌이 나는 남성적 인테리어가 더 많은 편인 것 같다. 

    호텔 이름은 real casona de las amas..   casona 까소나는 스페인 집 중에서도 바로크 풍 양식의 식민지 (?) 양식의 고택을 까소나 라고 부르는 것 같고 ama 는 여주인, 즉 하인들을 거느린 집의 여주인.. 옛말로 치면 마님(?)..  뭐 이런 뜻인 것 같은데...

    즉 마님들의 왕실 고택 (?) 뭐 이런 뜻 (?)... 이름에 아주 충실하게 바로크 풍으로 꾸며진 부티크 호텔이었다.

    체크인하려고 호텔에 가까이 가니, 야외 주차장에 2인용 하얀 포르셰, 빨간 포르셰가 주차되어 있었다. 뭔가.... 약간 부르고스 등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교외로 밀회(?)를 즐기러 나갈 때 이용하는 호텔인가............... (?) 싶었는데, 왜냐면 마을이 워낙 작아서 사람들하고도 마주칠 일 없어 보였기 때문...

    호텔 뒤편에는 수영장도 있었고, 호텔 내에 좀 큰 규모의 바 &식당도 있었다. 그런데 11월이 다돼갈 쯤이라 수영보다는 빨리 욕조에 물 받아서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는 무릎이랑 발 좀 어떻게 뜨거운 물에 지져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쓴 스탠다드 더블 룸

    보시다시피 스파 욕조 딸린 스탠다드 더블룸이.... 물론 11월 다되어가는 비성수기이긴 했지만 약 10만 원(?) 정도밖에 안 했다...... 물론 알베르게랑 비교하면 가격만 봤을 때는 당연히 뭐 넘사벽이지만.....

    물론 아조프라는 대도시도 아니고... 시골의 한적한 마을이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멋지고 고풍스럽고 깨끗하고 욕조까지 딸린 큰 방이 하루 십만 원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롱 안에는 여분의 이불과 담요 등이 들어있었는데, 뜨거운 물에 몇 시간을 지지고 있다가 나와서 그런가 방이 춥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복도로 나가면 훨씬 더 멋졌는데... 이게 좀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자니 눈치가 보여서 소심하게 한장만 찍었다...

    화장실은 이렇게 되어있었는데... 굉장히 좋은 컨디션의 스파욕조가 있었다.....커플이 오면 참~ 좋을듯? ㅋ 물론 혼자서 널찍히 다 써도 더욱 좋다 ㅋㅋㅋ 

    뜨거운 물에 몸을 좀 담갔더니 피로가 풀리긴 풀렸는데... 솔직히 발 아프고 무릎 아픈 건 이날 이후도 계속되었다. 

     아주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수전 싱크..

    스페인은 화장실을 좀 화사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노란색이나 오렌지색 계열의 페인트가 화장실에 발라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은 뜨거운 물에 푹 씻고 나서 원없이 잠든 듯.....

    그렇지만 이다음날에도 아픈 발과 무릎은 계속되었는데 아타푸에르카에서 고통이 절정에 이르렀다가, 부르고스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나서도 차도가 없다가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마을에서 갑자기 씻은 듯이 아픈 발과 무릎이 기적처럼 낫게 된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오르니요스 마을 글을 쓸 때 자세하게 적겠습니다. (?) 

    사실 발 아프기 전에는 사진도 간간히 찍었는데, 발 아프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사진 찍어놓은 것도 몇장 안되네요..... 호텔 사진만 가득 ^^;;; 

    공립알베르게에 머무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아조프라 마을은 좋은 선택인듯 싶다. 짝수 단위로 일행이 있으면 2인 1실이니 더욱 좋을듯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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