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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8. 로스 아르코스에서 리오하 대표 도시 로그로뇨 도착. 순례길 일주일이 지나자 체력 저하에 발이 아프기 시작.. !
    스페인 2022. 4. 22. 17:03

    이날 일정 약 28km

    [로스아르코스 ->산솔(sansol) -> 토레스델리오(Torres del rio) ->비아나 (viana) -> 로그로뇨(logrono)] 

    로스 아르코스에서 로그로뇨까지 가려면 약 28km를 걸어야 한다. 사실 나의 체력에는 하루 20km에서 25km가 적당했는데, 조금 무리하면서 약 30km씩 걷는 날도 초반부터 있었다보니 순례길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나자 체력에 부담이 오면서 발가락에 슬슬 물집도 잡히고 물집 잡힌 부분이 터지면서 걸을 때 아프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약 일주일동안 걸을 때마다 그나마 처음에는 좀 아프다 수준이었는데, 나중에 한 일주일 후에는 한 발짝 한 발짝 고통스러워 정신력도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아픈데 어떡하지 포기할까? 이런 생각도 저절로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진통제도 소용없었고, 소염제도 소용없었다.. 파스도 약도 물리치료도 소용없었다.

    이때부터 약 일주일 간이 정말로 나 스스로에게는 고난의 행군이었는데, 일주일 후에 오르니요스 (Hornillos) 마을에서 성당 신부님도 만나고, 그날 저녁에 먹었던 카레 이후 다음날부터 갑자기 물집도 안 아프고 무릎 및 다리도, 발도 기적처럼 아프지 않게 되어 그때부터 다시 즐겁게 순례길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또 써볼 생각이다.   

    사실 순례길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사람들의 수기를 읽어보면서 물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물집 때문에 너무 아파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물집 관련 에피소드를 많이 읽어보고선,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평상시와는 상황이 정말 달라서 별거 아닌 것 같은 물집이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평상시 슬리퍼나 새 구두 또는 뒷꿈치나 발바닥이 쓸리는 소재의 신발을 신고 몇 시간 열심히 걷다 보면 물집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잡혀서 아픈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되는데, 그때는 고작 걸어봤자 몇 시간쯤이고, 아픈 걸 발견하게 되어도 집에 와서 쉬면서 물집 잡히는 신발은 며칠 피하고 조심하면 물집으로 부풀어 오른 부분이 다시 가라앉아서 아프지 않기 때문에, 고작 물집 때문에 포기한다고??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순례길에서 물집이 잡히게 되면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물집이 잡히거나 터져서 살갖이 쓰라린 상태로 계속해서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시간만 참으면 끝나는 게 아니고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하루에 7-10시간 가까이씩 계속 계속 걸어야 한다. 그러니 사람이 고통으로 환장하게 된다. 대부분 물집이 잡히면, 물집 하나만 잡히는 게 아니라, 무릎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여러 가지 고통이 한 번에 오기 때문에 그 고통을 물집이 더욱 배가시켜 준다고 해야 할까...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여튼 정신력이 흔들리게 될 정도로 아프다.

    그럼 정신력으로 아파도 참고 극복해야 하나(?) 아니다. 그건 정말로 더 바보같은 짓이다. 고통은 우리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다. 당장 쉬라고. 고통은 오히려 신(?)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을 모르거나 참거나 외면하는 사람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즉, 고통은 지금 무리하고 있으니 쉬어가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 스스로가 몸을 소중히 하고 아껴서 잘 보살피고, 몸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면 정말 쉬어야 할 때...     

    항상 헷갈리는 지점에 두리번 거려보면 여지없이 있었던 노란색 표시 ! 너무 반가웠다.

    이날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솔길과 경작지 경치가 반복되었다. 날씨는 건조하고 햇볕이 내리쬐었다. 포도밭 경작지가 무수히 많이 나왔고, 포도나무에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포도는 이런 건조하고 뜨거운 환경에서 잘 자라는 걸 보니 너무 신기했다. 그런 포도에 또 건강에 유용한 비타민이나 항산화 물질들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유럽 사람들의 건강한 식생활 (?)에 포도가 끼치는 영향이 참 큰 듯!

    포도를 보다보니 건강에 까지 생각이 뻗어나가 들었던 생각인데, 미국도 가보고 유럽도 가보았지만, 미국엔 정말로 비만인 사람들이 많고, 그 때문인지 건강한 사람도 많지 않고, 미국인들의 TV, 칼럼, 책 등을 보면 죄다 다이어트, 즉 무엇을 먹을지 섭식에 관한 내용으로 넘쳐난다. 키토니, 팔레오니, 비건이니 뭘 먹어라 뭘 먹지 마라 주야장천 유행처럼 돌아가며 연예인이 무슨 섭식을 한다, 뭘 먹어서 날씬하다, 어떤 인플루언서가 어쩌고, 어떤 유투버가 어쩌고... 등등.... 운동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미국인들은 너무 살이 찌기 때문에 중독처럼 매일매일 집 주변을 뛰는 미국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식당에서 파는 음식도 칼로리만 넘치고 영양적으로는 매우 불균형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영국 제외) 미국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들, 장수하는 사람들도 훨~씬 많은 걸 보면 역시나 유럽이 농업이나 식생활 섭식을 미국인들 & 또는 영미권처럼 단순히 이익, 산업, 자본 등등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켜주는 건강의 기본 터전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국민 건강의 기본 바탕이 건강하기 때문에 국민들도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다! 

    사실 유럽 슈퍼마켓을 가도, 시장을 가도, 신선한 농작물과 축산물들이 많아서 참 행복했었고, 무슨 요리를 해도 다 맛있었기 때문에 유럽 (영국말고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농업, 축산업 관련 환경 및 바이오 제도, 감독 기준 등을 우리 한국도 적극적으로 배워 한국의 농축산 산업을 더욱 건강하고 선진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 같다. 참 신기한 게, 유럽에서도 영국 & 독일은 상대적으로 식문화가 떨어지는데 (이렇게 말하면 영국 독일 사람들이 화낼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스페인 프랑스 등이 농축산물의 품질이나 식문화가 훨씬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 스페인 & 프랑스는 가보면 슈퍼마켓, 레스토랑, 카페 분위기부터가 뭔가 다르다. 스페인도 좋은데, 프랑스는 더더 좋다..... 이탈리아는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도 스페인 프랑스 못지않게 좋을 거라 예상. 포도를 보다가 생각이 저~기 까지....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포도나무 경작지

    뜨거운 태양아래서 햇볕을 받고 더욱더 과즙이 농축되면서 맛있게 잘 자라는 포도를 보면 정말 신기하다. 

    이날은 길을 걷다가 스페인 순례객이랑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걷게 되었다. 잠깐 10일 정도 휴가를 내서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휴가에 로스 아르코스까지 걸어서, 이번 해에 이어서 로스 아르코스부터 다시 걷는다고 한다. 들어보니 한두 달씩 휴가를 내기 힘든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렇게 해마다 끊어서 한 4번에 걸쳐서 순례길을 걷는 것 같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하기에는 비행기 값 측면에서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들은 한 번에 끝내야 할 듯... 어쨌든 그렇게 휴가를 순례길을 걷는데 쓰면서 몇 년에 걸쳐 나눠서 걸을 계획이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경작지

    스페인 시골 마을 경작지를 걷다보면, 정말 넓디넓은 경작지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거기에 해바라기도 키우고, 밀도 키우고, 포도나무도 키우고, 다양한 농작물을 키우는 걸 볼 수 있다. 경작하는 기간이 아닌 경우에는 저렇게 허허벌판 나대지로 되어있다. 스페인도 보면 땅이 참 매우 넓다.. 내륙지방은 이렇게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경작지가 많이 보이는데 스페인 해안 지방으로 가면 또 경치가 매우 절경이다.. 특히나 발렌시아 지방 & 마요르카 섬 쪽이랑 산세바스티안 쪽 즉 스페인 북부 해안이 멋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물론 갈리시아 지방도 숲이 많고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순례길 후반부가 갈리시아 지방을 지나기 때문에 많이 기대가 되었다. 이번 순례길에는 발렌시아 지방이나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이나 또는 마요르카, 메노르카 등등 섬을 가볼 기회가 없었는데.. 나중에는 이들 지역도 가보고 싶다.  

    소원 돌탑

    신기한 것은, 돌탑을 쌓으면서 소원을 비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나뭇가지에 뭔가를 매달면서 소원을 비는 것도 만국공통인듯. 정말로 신기하다. 동서양을 초월해서. 

    나뭇가지에 매달린 깃발들..
    멀리서 본 포도밭 경작지

    어제와 마찬가지로 포도밭 경작지 땅들은 흙 색깔이 매우 붉다. 붉은 흙에서 경작이 더 잘 되는가 보다. 이런 풍경만 보다 보니 큰 강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니 로그로뇨 도시가 짠~나왔는데, 로그로뇨는 다른 도시보다 지대가 좀 더 높아 보였다. 사실 28km나 걸어야 해서 하루 종일 걸어서 오후 5시경쯤에 알베르게에 겨우 도착했기 때문에, 로그로뇨에서 뭘 할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씻고 나가서 저녁거리를 사 오니 벌써 오후 7시경이었다. 

    이날도 한국인 언니 오빠와 같은 알베르게에 우연히 머무르게 되었는데, 방에 들어가니 침대가 꽤 빼곡히 들어가 있었고, 좀 잘 안씻은(?) 것처럼 보이는 순례객들도 많이 보였다.. 듣기로 대도시 알베르게는 순례객인척 순례객 크리덴셜만 받아서 공립 알베르게에 싼값에 머무르려고 하는 사정이 안좋은 순례객 위장(?)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슈퍼마켓에서 사온 음식들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나는 잠이 안 오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피곤했는지 전부 코를 골면서 자기 시작해서, 특히나 바로 옆사람, 저 멀리 있는 사람 등등 여러명이 같이 코를 고니까 거의 뭐 돌비 서라운드 수준으로 코고는 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그래서 거의 잠을 거의 자는 둥 마는 둥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본인이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와인에 흥미가 없어서 그런지, 한국인 언니 오빠 커플은 로그로뇨에서 가고 싶은 음식점 리스트도 미리 알아놓고, 맛있는 와인을 마셔볼 생각에 들떠있어 보였는데, 나는 발이 아프기 시작해서 그런 건지 뭔지 얼른 이 로그로뇨를 떠나서 빨리 다른 마을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순례길을 하면서 느낀 건데, 대도시의 공립 알베르게들은 바글바글하고, 시설도 고장 난 것도 많고, 그곳의 시설 관리인들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고 (사람들에 치여서 그런가 대도시 무니시팔 알베르게 시설관리인 분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다 별로 좋지 않았었다) 사람들과 오히려 친해지기 어려운데, 작은 도시나 작은 마을일수록 사람들도 더 친절하고, 그곳 알베르게에서 하룻밤 자고 가는 순례객들의 수도 적고 여유로워서 다른 순례객이든 아니면 그 알베르게의 주인장이든 사람들과 더 서로 이야기하며 재밌게 친해지기 쉽고 그래서 나의 순례 스타일에 작은 도시에서는 공립 알베르게에 머물르고 큰 도시나 바글바글한 곳은 호텔이나 또는 수도원 등을 개조한 유서 깊은 호텔이 있으면 그런 곳 등에 가는 게 더 좋겠다 하는 걸 순례길이 진행되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이날은 침대 주변 사람들의 코골이 합창으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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