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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7. 아예기(Ayegui)에서 로스아르코스(Los Arcos) 까지. 대부분 쾌적한 오솔길과 경작지 풍경..
    스페인 2022. 4. 20. 01:58

    이날 걸은 일정. 

    [아예기 -> 이라체 -> 아스께따 -> 비야마요르데 몬하르딘 -> 로스아르코스] (약 20km)

    아예기에 있는 체육관을 개조한 깔끔한 뮤니시팔 알베르게 ( municipal san cipriano) 에서 하룻밤을 잘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떠날 채비를 했다.

    날씨가 좋았다. 잠을 잘 자서 그런가 개운했고, 이때부터 조용한 알베르게에서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잘 자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점점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예기에서 머무른 체육관 개조 알베르게

    이날부터 체력에 점점 무리가 왔는데 발가락에 물집도 서서히 잡히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이날은 많이 걷지 않고, Los arcos까지 약 20km정도만 걸었다. 

    아예기를 출발해서 포도주를 무료로 마실수 있는 수도원이 있는 이라체(Irache)를 거쳐 아스께따(azqueta)를 거쳐서 산에 있는 마을인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villamayor de monjardin)을 거쳐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까지 걷는 일정이었다.

    경작지가 많았고, 포도주 와인으로 유명한 로그로뇨에 점점 가까워져가서 그런가, 포도 경작지도 많이 보이고 흙 색깔도 다른 지역과 다르게 붉은빛을 띠는 땅이 많았다. 대부분 경작지를 낀 쾌적한 오솔길로 구성되었다. 

    상쾌한 아침.

    조금 걷다보면 이라체가 나오는데, 양조장에서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와인 샘이 나온다. 수도꼭지를 틀면 와인이 나온다. 다른 순례객들은 다들 맛보았는데, 나는 금주를 해서 마셔보지는 못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미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라체와 와인으로 유명한 리오하 지방의 로그로뇨 도시를 지날 수 있어서 기쁠 것 같았다. 

    이라체 와인 샘.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무료 와인 샘.

    걸어갈수록 경작지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작지가 나왔다가 오솔길이 나왔다가 왔다갔다..... 이런 풍경의 반복이었다. 딱히 길은 험난하지 않았다. 

    양 옆을 경작지가 깔린 이런 느낌의 오솔길이 반복된다. 

    한국에서 짐 챙길 때 조깅이나 러닝 등에 쓸 수 있는 스포츠 선글라스를 안 가져왔는데, 스페인에 오니 햇볕이 뜨거운 오후에는 눈이 부셔서 모자를 써도 햇볕 때문에 눈을 찡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매우 거슬렸다. 특히나 태양이 눈앞에 있을 때 즉 태양을 바라보면서 걸어야 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래서 아예기 마을에 머물를 때 알베르게 근처에 걸어서 약 10분 15분 이내 거리에 대형 스포츠용품점 데카트론이 있어서 거기서 우리나라 돈으로 한 만오천원 주고 선글라스를 샀다.

    싸구려 선글라스라, 플라스틱 마감이고 얼굴형이랑 딱 들어맞지 않아 약간 쓰고 나면 뭔가 얼굴이 조금 웃겨졌지만, 햇볕 차단은 잘 되어서 눈부시지 않았다.

    한국에서 반팔 티셔츠만 챙겨 왔었는데, 점점 가면서 날씨가 조금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해지는 것 같아 선글라스 말고, 스포츠 티셔츠도 하나 사고, 목 뒤도 뜨거워서 타는 것 같아 목에 두르는 스카프도 샀다..

    데카트론은 저렴한 대형 스포츠용품점이라 선글라스, 티셔츠, 스카프 다해서 한 3-4만원정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아무래도 저렴하니 디자인 측면은 예쁜 걸 찾기는 어려웠다. 혹시나 미처 준비 못한 스포츠 용품 등이 필요해서 저렴하게 사야 하면 아예기 마을에 들러서 데카트론에 들려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만약 저렴한게 아니고 조금 브랜드 있는 제품으로 사고 싶으면 큰 도시로 가서 그 도시에 있는 등산 스포츠 전문 용품점이나 또는 엘꼬르떼잉글레스 (=우리나라로 치면 신세계 롯데같은 스페인 백화점이다) 등 백화점에 가면, 우리나라처럼 노스페이스나 콜롬비아 등 유명 브랜드도 찾아볼 수 있다. 

    비야마요르데 몬하르딘산 650M

    비야 마요르 데 몬 하르딘에 가까워지면 눈앞에 저 멀리 몬하르딘산의 봉우리가 보인다. 다 평지인데 몬 하르딘 산 만 봉우리로 솟아있어 신기하다. 몬 하르딘 산은 높이 650m로 한국으로 치면 동네 야트막한 뒷산 정도. 

    이날은 길은 비교적 전부 평탄하고 쾌적했지만, 햇볕이 뜨거웠고, 눈도 부셨다. 그리고 그늘이 많이 없어서 물도 꽤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먹을것도 미리 전날 아예기에서 사서 다음날 잘 챙겨서 출발하면 좋을 것 같다.

    아예기부 터 이라체, 아스께따,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까지는 금방이었지만, 몬하르딘부터 로스아르코스까지가 약 12km로 비교적 길었다.  

    로스 아르코스는 작고 아늑한 도시같은 마을이었는데, 광장 주변이 전부 돌로 마감되어 있었다. 순례길에 있는 조금 오래된 도시들은 전부 돌로 지어진 석조양식이 많았다.

    로스 아르코스는 석조양식이었지만 거대하다기보다는 아담한 느낌이라 광장 주변의 아치 통로들도 아름답고 아늑하면서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고,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규모였다.

    로스 아르코스 광장

    로스 아르코스 또한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처럼 산타마리아 광장 앞에 식당이나 슈퍼마켓, 알베르게 등이 모여있었는데, 여기서는 무니시팔 알베르게에 머무르지 않고 사설 알베르게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부킹닷컴에서 적당한 알베르게를 골라서 등록했는데, 이름은 까사 데 라 아부엘라, 즉 할머니 집이라는 뜻의 사설 알베르게였다.

    알베르게에서 광장까지 걸어서 5분 거리. 거리도 광장에서 가깝고, 알베르게 풍경도 귀여워서 선택했는데 다만, 원 주인장이셨던 할머님은 돌아가신 것 같았고, 아마도 아들인지 30대 중후반 (?) 40대로 보이는 남자 주인장 분이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것 같았는데, 뭔가 태도가 묘하게 강압적이고 불친절했다.

    까사 델라 아부엘라 알베르게

    1층에 주방이 있었는데, 주방을 쓸 수 있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주방은 쓸 수 없다, 주인만 쓸 수 있다! 고 명령하듯이 말하고, 공용 화장실 내부에 세탁기가 있었는데, 세탁기도 묻지도 않았는데 세탁기도 쓸 수 없다! 주인용이다라고 말하고. (원래부터 어짜피 양말이나 속옷 등만 간단하게 세면대에서 손빨래할 생각이었는데...)

    아마 이전에 다른 순례객들한테 데인 게 있는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명령조의 말투가 거슬렸다. 내 이전에 다른 한국인 순례객한테 뭔가 안 좋은 인상을 받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순례객이 못 알아들어서 대화가 안 됐는지 어쨌든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아마도 명령하듯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여튼 그걸로 태도가 왜 그러냐고 거기서 딱히 뭐라 하기도 그렇고, 일단 알았다고 하고, 짐 풀고,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서 쉬다 보니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 저녁이 되었다.

    아 샤워기도 샤워기 물 나오는 버튼을 누르고 10초 지나면 물이 안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샤워기를 틀면 물이 나오고 닫으면 안나오게 되어있는 게 아니고, 알베르게 저렴 숙소이다 보니 물 절약 절전형으로 되어있어서, 샤워기 중간에 동그란 버튼을 푸시해서 누르면 그 버튼이 다시 앞으로 쑤욱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10초 동안만 물이 나오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머리 감으랴 버튼 누르랴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몇 번을 눌렀는지 모르겠다. 계속 저렴한 알베르게에만 머무르다 보니 샤워도 힘들고 빨래도 힘들고, 잠자리도 미치겠고... ^^;;

    이때는 순례길 초반이라 계속 저렴한 알베르게에만 머물렀었는데 나중에 순례 중반에는 아예 돈을 더 써서 1 & 2 인실 또는 호텔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비싸긴 하지만 스페인 왕실에서 운영하는 유서 깊은 수도원 호텔 등에도 머무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부터 순례길이 훨씬 즐거워졌던 것 같다. 예산이 빠듯한 학생은 아니었고 돈에 조금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알베르게 다인실은 솔직히 말하면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렵고, 샤워도 힘들고 세탁기도 한두 개밖에 없어서 빨래도 경쟁하듯이 해야 하고, 매일 도난 신경 쓰느라 신경 곤두섰었다. 장기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지치고 스트레스 받기 십상이다.

    단지 걸어서 힘든 것 뿐만 아니라, 잠이나 음식, 빨래, 샤워, 보안 등등 여러 측면에서 스트레스 관리가 엄청 중요하다는 걸 순례길을 진행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하루 이틀 하는게 아니라 한달 이상 걸리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순례길에서 다인실 알베르게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너무 너무 스트레스 받아 그만두고 싶을 정도에 이르면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써서 사설 알베르게 1 & 2인실이나 호텔 등으로 가서 푹 쉬며 걸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알베르게 방에서 쉬다가 저녁 8시쯤에 밖으로 나가서 아까 광장에서 봐 두었던 식당에 갔는데, 순례자 메뉴가 있었다!

    가격은 약 8-9유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채로 옥수수& 참치가 등이 들어간 샐러드, 메인으로 돼지 목살 스테이크에 감자튀김, 음료, 디저트로 바닐라 콘 아이스크림까지 주는 아주 혜자 메뉴였다. 스페인 음식은 한국 입맛에 잘 맞고 참 맛있다 !

    그런데 한 밤 9시 10분쯤 되었나 광장 테이블에 앉아 밤 풍경 감상하며 맛있게 저녁 먹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알베르게 주인장이 나타나더니, 나를 보고 " 너 여기 있었어!!!" 하며 호통 치듯 남들 다 있는 야외 파티오에서 내게 냅다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다. 이게 무슨 날벼락? 

    아까부터 이 주인장 태도가 엄청 거슬렸는데, 이번엔 화가나 약간 짜증 섞인 얼굴로 딱 쳐다보니, 자기도 약간 흠칫하면서 " 어 10시에 알베르게 문 닫으니까 식사 다 하면 알베르게로 곧바로 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아 이때 욜로쎄 라고 쏘아붙였어야 되는데 ㅋㅋㅋ Yo Lo Se Tambien. 직역하면 Yo=나 Lo =그것을 Se =안다 tambien=도, also. 나도 안다 이뜻이다.

    굳이 쓸일 없기 바라지만, 혹시 상대방이 여러분들이 못알아먹은줄 알고 혹시나 무례하게 구는 경우가 생기면 스페인에서 잘 써먹길 바란다ㅋ 물론 어조, 뉘앙스, 얼굴 표정에 따라서 네 저도 알아요~ 라고 부드러운 동의(?) 될수도 있고, 나도 알아 (그니까 그만해라) 도 될수 있다~. 

    서양애들 중 가끔 나를 10대나 20대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정도로 내 얼굴이 조금(?) 동안인데...얘도 나를 한참 어리게보나(??) 싶었다. 사실 서양애들은 16~17살이 넘어가면 굉장히 빨리 늙는다. 20대 후반 애들이 한국나이로 치면 30대 후반처럼 보인다.

    이 주인장 놈(??) 삼십 후반 조금 더 치면 사십 초반 같은데 (나는 서양인 나이를 거의 한두살 차이 이내로 정확하게 맞추는 편이다.) 내 나이랑 몇살 차이도 안나는데?... 기분이 팍 상했다. 너 몇살이냐고 무례하다고 스페인어로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ㅋ 

    체크인 할 때 이미 알베르게 밤 10시에 문 닫는다고 설명해줘서 알고 있었는데, 내가 혹시나 못 알아듣고 10시 전에 문 닫기 전에 안 올까 봐 자기 알베르게 문 닫고 빨리 집에 가야 되는데 하면서 짜증 왕빵 내면서 쿵쾅쿵쾅 나를 찾으러다녔나보다 ㅋ 

    느낌이 보아하니 나 빼고 오늘 밤 머무르는 다른 순례객들은 알베르게에 벌써 다 돌아갔나 본데, 밤 9시 넘었는데 나만 모습이 안 보이니까 내가 밤 10시에 알베르게 문 잠그고 닫는지 모르고 돌아다니는 줄 알고 날 찾으러 다녔던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스페인은 다른나라와 다르게 저녁식사 시간이 매우 늦다. 우리나라는 저녁을 6시~7시 쯤에 먹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저녁식사를 밤 8시- 9시에 한다.

    그래서 스페인 축구경기가 저녁식사가 끝나는 쯤인 밤 10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저녁을 늦게 먹으러 간게 아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저녁 먹는 시간에 맞춰서 식당에 간 것.^^;;

    역시 저노무 주인장이 동양인 순례객이 자기 말 못 알아들었을까 봐 명령조로 말한 게 틀림없다..... 피곤 !

    내 생각으로는 다른 포스팅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한국인 순례객들이 앞으로 순례길 할 때 현지 스페인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스페인어와 영어를 초중급 이상 배우고 가면 좋을 것 같다.

    만약 둘다 못한다면 영어보다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가면 더 좋다. 왜냐하면 스페인 사람들도 영어를 따로 배우지 않는 이상, 영어보다 모국어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례길에 가장 많이 찾아오는 손님들도, 영어권 손님들이 아니고 1위가 자국 스페인 사람, 그 다음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카톨릭 문화권 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실 순례길의 공용어가 영어라고 보기에 무리여서 영어가 어디서나 통할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실제로 현실적으로도 순례길에 관광 대도시가 아니라 여러 작은 도시들이나 마을에 가면 영어가 안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한국인 순례객들하고 말이 안 통해서 서로 답답한 상황이 여러 번 생기면, 동양인 순례객 대부분 99%는 한국인이니까 못 알아들었을까 봐 한국인 순례객한테 무례하게 명령조 스타일로 또는 단답형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이건 그냥 내 짐작이다. 알아듣고 말하는데 전혀 문제없는 내 입장에선 참 곤란...

    체크인할때 처음부터 나 다 알아들으니까 스페인어로 말해라고 그 주인장한테 말할걸 그랬다 그랬으면 명령조로 말 듣는 거슬리는 상황은 피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어찌되었든 나는 주인장이 돌아가고 나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다 마치고 밤 9시 반쯤 알베르게로 돌아갔다. 주인장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자, 10시도 안 됐는데, 얼른 문 잠그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

    그리고 나는 알베르게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는데, 방이 좁아서 그런지,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잠이 너무 안 들어서 겨우겨우 잠에 들었다.. 어휴 아부엘라 즉 스페인어로 할머니라는 귀여운 이름에 캐릭터에 속아서 ㅋㅋㅋ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 아들인지 손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기 싫으면 알베르게를 접던지... 억지로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것 같은 무례한 놈이 주인장으로 있다 !  알아두시라...

    다음날은 드디어 리오하 지방에서 와인과 유명한 로그로뇨 도시를 가는 일정이다. 물론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다, 심지어 입에도 안대고 끊은지 오래되어서 로그로뇨에서 딱히 와인을 마시러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와인과 미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두근대는 도시가 로그로뇨 아닐까? 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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