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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3. Zubiri 에서 나바라 지방 주도인 Pamplona까지. 알베르게 벼룩부터 도둑맞은 돈까지....... + 맛있는 타파스
    스페인 2021. 1. 13. 19:09

    오늘은 주비리에서 현재 지나가고 있는 나바라 지방의 주도인 빰쁠로나까지 걷는 일정이다. 주비리 무니시팔 알베르게에서 일어났는데 막 엄청 팔도 가렵고 다리도 가렵다. 뭐에 물린 것처럼 엄청 가려운데 도무지 참을 수 없게 가렵다. 태어나서 이렇게 가려워 본 것은 처음이다. 아......... 혹시 이게 벼룩에 물린 건가?!

    어젯밤 아직 10월 중순이라 날씨가 더웠는데, 내 침낭은 가을/겨울용 방한 침낭이라..... 침낭 안에서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너무 더워서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았다. 그래서 침낭 절반을 열고 팔 내놓고 잤는데......... 그 열어놓은 곳으로 벼룩이 들어와서 물고 갔다보다. 내 침대가 제일 왼쪽 벽에 붙어있는 구석 침대여서 먼지 구덩이가 많이 보였었는데. 주변에 벼룩이 숨어있었나 보다. 

    태어나서 벼룩에 물려본 건 처음이다. 너무너무 가려운데, 약도 일단 사놓은게 없고 오늘은 어쨌든 출발해야 한다. 몰랐는데 알고 보니 벼룩이 계피 시나몬 향을 싫어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려울 때 바를 연고랑 벼룩 퇴치용 계피 스프레이를 마련해오면 좋을 것 같다. 방 안을 둘러보니 벌써 절반 정도는 출발한 것 같고 아직 절반은 자고 있거나 준비 중이었다. 밖으로 나가니 문 앞에 일렬로 동키 서비스 부치는 가방이 주르륵 놓여 있었다. 나도 필요한 짐 빼고 여분은 계속 매일매일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여 다음 행선지 숙소까지 부치고 있다. 

    동키 서비스는 무니시팔 알베르게마다 서비스 신청서 봉투를 구비해놓고 있다. 봉투 안에 구간별로 2-3유로 정도 넣어놓고, 봉투 앞에는 그날 도착할 행선지인 알베르게 숙소 이름과 주소를 적어놓아야 한다. 그러면 정해진 시간에 와서 가져가는데 주로 8시에서 -10시 사이에 업체에서 알베르게마다 들려서 가져가는 것 같다. 주소와 이름을 잘 적어야 나중에 도착지에서 자기 가방 찾을 때 혼선이 없다.

    도착 숙소에 먼저 숙박 예약을 본인 이름으로 해놓은 것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동키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도착 행선지 숙소에 도착하면 가방들이 죽 놓여있고, 자기 가방을 찾으면 된다. 만약 짐을 부쳐놓은 알베르게가 꽉 차서 다른 알베르게로 가야 하면 자기 가방부터 찾고 이동하면 된다. 여름에는 여러 업체들이 동키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가을이어서 계속 운영하는 동키 서비스 업체가 딱 2곳이었다. 가격도 똑같아서, 둘 중 아무 곳이나 이용했다.  

    주비리에서 빰쁠로나 가는 길도 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 올 때 마냥 매우 심심했다. 이쪽 나바라 지방이 대체로 조금 심심한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찍은 것이 별로 없다.......... 나중에 이렇게 블로그에 올릴 줄 알았으면 좀 더 성실히 기록을 남겼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런데 정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주비리에서 빰쁠로나 가는 길은 재미가 없었다. ^^;;  그리고 빰쁠로나 도시로 진입할 때 공장 지대 비스무리한 것도 지나고, 복잡한 도시 진입 부근에서 조가비 표시가 사라진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무니시팔 알베르게 주소를 찍고 찾아가야 뱅뱅 돌며 당황하지 않는다. 

    팜플로나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는 느낌의 도시였는데, 무니시팔 알베르게가 약간 골목길에 위치해서 뱅뱅 돌기 쉽상이다. 나도 한 30분 동안 못 찾고 계속 뺑뺑 돌았다. 겨우 찾은 알베르게 건물은 돌로 지은 두꺼운 벽체의 건물이어서 옛날 중세 느낌 났다. 문제는 입구는 멋진데, 여기서 묶는 걸 추천하지는 않고 싶다. 여기도 엄청 인기 있는 알베르게 같았는데 문제는 여기 팜플로나 알베르게에서 엄청나게 도난사건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나는 그런지도 모르고 묵었는데....... 내가 묵었던 날도 역시나 도둑이 들어서 나도 거의 30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42-3만원 정도를 도난당했다. 샤워하고 나서  돌아왔는데, 돌아와서 가방을 보니 돈이 없는 것이었다. 가방 깊숙이 넣어뒀었는데...... 너무 황당했다. 난 내가 착각한 것인가 싶었는데 나 말고도 털린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도난 사건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팜플로나 무니시팔 알베르게에는 사물함이 없고, 건물 벽에 죽 자기 물품(가방 등등)을 걸어놓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하다. 또한 강당처럼 생긴 뻥 뚫린 곳에 침대를 엄청 많이 갔다놓았고 거기에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입구랑 방 사이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도둑이 순례자 인척 하고 드나들기 딱 좋은 곳으로 보인다.

    40만 원 정도면 엄청 큰돈인데............... 아껴먹으면 한 달치 식비는 할 수 있는데...... 또 돈을 뽑아야 할 생각을 하니 아뜩하다.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그냥 적선했다고 생각하고 쿨하게 넘기려고 했으나.... 계속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만약 빰쁠로나를 들리지 않고 그냥 지나쳐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고파서 일단 밖으로 나갔다. 팜플로나에 맛있는 타파스 바가 많다고 하니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나가다가 빵, 과자 등을 파는 가게가 보여서 고소한 냄새에 끌려 들어가 한봉지 사보았다. 

    사진 보니까 드는 생각은 다른 유럽도 마찬가지겠지만 스페인은 건물 귀퉁이마다 길 이름이 적혀있고, 또 건물마다 번호가 적혀있어서 자기가 가는 곳의 주소만 제대로 알면 길 찾기가 나름 그래도 수월했던 것 갔다.  

    매우 쌌다. 스페인은 먹는 물가는 정말 저렴한 축에 속하는 것 같았다. 프랑스랑 스페인이 유럽에서 대표적인 농업국 가라 그런가 보다. 경작하기 좋은 넓은 땅이 많다. 미국처럼 대규모 농업이 가능해서 여기 스페인 시골길에 돌아다니는 농기구들은 다 몬스터 급이다. 그리고 스페인은 마트에 가도 과자가게에 가도 저렇게 무게 단위로 1KG에 얼마 달아서 파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격이 더 싼 것 같다.  

    연휴인지 주말인지 밤이되니 길거리가 사람들로 넘쳐났다. 가족부터 연인, 친구들까지. 사람들이 붐비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자 타파스 바들이 골목골목마다 나타났다. 그래서 이 타파스 바에서 하나 먹어보고 저 타파스 바에서 하나 먹어보고 왔다 갔다 거렸다. 타파스는 굳이 우리나라 식으로 치자면 반찬 같은 느낌인데, 술에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다.

    타파스 여러개 챙겨 먹으면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 우리나라 반찬/안주 개념이랑 거의 흡사하다. 이쪽 지방 타파스는 스페인 남부에 비해 크기가 좀 작은 것 같다. 가격도 스페인 남부에 비해 조금 더 비쌌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스페인 음식이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 편이라 음식 걱정은 안 해도 돼서 좋은 것 같다. 순례길 걸으면서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고생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새우가 놓여있는 타파스. 맛있었다. 아래는 구운 토스트와 올리브 오일에 구운 토마토 그 위에 양배추 볶음이었던 듯. 

    감자 해산물 고로케 였던 것 같다. 맛있었다. 

    이것도 맛있었다. 이것도 역시 해산물 계란 볶음 같은 거였는데 감질나게 맛있었다....... 우리나라 반찬은 푸짐한데....... 여기 타파스는 너무 양이 적다~~ 

    식당 안의 수많은 인파를 제치고 웨이터 시선을 잡아서 얼른 주문시키고 자리잡아 이것저것 시켜 먹고 나니 나름 그래도 좀 배가 찬 것 같은데, 역시 한국인이라 그런가 밥, 쌀알이 입에 안 들어가서 그런가 먹고 나서도 뭔가 허전하다. 밥 먹고 싶었다. 벌써 밤 9시 경이돼서 알베르게 문 닫기 전에 돌아갔다. 엄청 북적북적 거리는 도시에서 약간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하는데 잠이 또 잘 안 온다 ;;; 엄청 높은 높이의 2층 침대의 2층을 배정받아서 오르락내리락할 때 약간 힘들었다. 한번 올라가면 화장실 가려고 내려오기도 엄청 귀찮아질 정도의 굉장히 높은 이 층 침대였다. 다만 아래층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머리 찧을 일이 없어서 좋을듯하다~.

    팜플로나가 나바라 지방의 주도이기도 하고, 소몰이 축제인 산 페르민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타파스로도 유명한 도시이니 들러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무니시팔 알베르게는 도난 사건이 자주 일어나니 다른 사설 알베르게에 묵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푸엔테 라 라이나 까지 걷는 길이다. 용서의 언덕을 지나간다고 하는데, 유명한 장소인가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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