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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바이욘에서 기차 타고 생장 피에 드 뽀 (Saint Jean Pied de Port) 도착 !
    스페인 2020. 12. 30. 01:03

     빠리 몽빠르나스 역에서 기차를 타고 바이욘에서 한번 갈아타야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의 첫 기점인 생장 피에 드 뽀에 도착한다. 몽빠르나스 역에서 기차를 타고 바이욘에 내려서 다시 갈아타기 까지 약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싶어졌는데 건물 역사 안 어디를 뒤져봐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급하다. 그래서 짧게 배운 불어로 역무원에게  "Où se trouvent les toilettes?" 물어보니 밖으로 돌아가란다. 사실 저렇게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지 않았고, 우에 레 투왈렛뜨 간단히 아는 두 단어만 말했는데 청소하는 분이 찰떡같이 알아들어서 다행이었다. 

    밖에 이렇게 화장실이 있다. 급할 때 역 건물 안에서 찾으려고 헤메다간 못찾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문 위쪽으로 보면 초록색 Libre/ 빨간색 Occupe 이렇게 되어있는데, 초록색이면 비었다는 소리니 문 열고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면 철~컥 ! 하고 자동으로 닫힌다. 문이 꽤 무겁다. 

    화장실 안에는 이렇게 되어있었다. 안에서는 저 버튼 눌러야 밖으로 나갈수 있었다.. 버튼 고장이라도 나면 화장실 안에 갇힐수도 있겠다는 아찔한 생각이... 

    한국의 깨끗한 공중화장실과 달리, 프랑스 공중 화장실이 으례 그러하듯 그다지 깨끗하지는 않았으나 그나마 한적한 역사여서 못쓸 정도로 더럽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기차 안에서 찍은 바깥 풍경.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나온다. 

    기차에서 내렸다. 생 장 피에 드 포 역이다. 아래는 바스크 어 인 것 같다.

    바스크 지방은 프랑스랑 스페인 국경 지역에 걸쳐있는데, 이쪽 사람들 생김새가 머리카락이 짙고, 눈 색깔도 우리 한국 사람과 비슷하게 짙은 고동색, 검은색이라 그런지 무척 친근감이 들었다.

    바스크 지방도 한국 전통과 비슷하게 고추를 실에 묶어서 대롱대롱 창문 밖에 걸어 말려놓는다든지, 고추를 햇볕에 말린다든지 이런 문화가 있다. 그리고 바스크 사람들은 고추를 직접 키우고, 다른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 지방과 다르게 고추 가루를 사용한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

    바스크 지방의 고추를 Espelette 라고 부르는데, 약간 매콤한 파프리카 가루를 먹는 헝가리랑도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지방 사람들은 쓰지 않는 바스크 베레모를 쓴다. 매우 특색있는 지역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처럼 고추 축제도 있다. 

    한국이랑 매우 비슷한 바스크 지방의 고추 문화. 너무 신기하다. 

    거기에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바스크 출신 친구랑 이야기 하다가 안 사실인데 바스크 지방도 우리나라랑 똑같이 새해 보름 정월 초하루쯤에 새해 카니발로 쥐불놀이 (bonfire 라고 하더라)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북슬북슬한 털 인형을 뒤집어 쓰고, 지푸라기를 삼각형 모양으로 쌓아서 태운다. 한국의 쥐불놀이와 거의 99% 똑같다. 소름 돋았다. 

    이런 옷을 입는다. 한국 무속인들이 부채 등 들고 있는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색동 모자도 한국 색동 옷 색깔과 비슷하다. (출처: 구글)
    이렇게 북슬북슬한 털가죽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 (출처: 구글)

    바스크 지방은 정월 초하루 뿐만 아니라, summer solstice 우리나라로 하지에도 쥐불놀이를 한다. 우리나라도 정월 대보름 추석 때 강강술래 하면서 쥐불놀이를 또 하니까 이것도 매우 매우 비슷한 풍습인 것 같다. 이 문화풍습을 파가니즘이라고 하면서 이교도 문화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건 이교도 문화가 아니라 한국 전통 문화를 빼다 박은 것 같다. 절기의 변화에 따른 전통 무속 신앙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바스크 지방을 여행할 때 뭔가 한국하고 고대시절에 어떤 교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정도 였다. 스코틀랜드는 가보지 않았지만, 스코틀랜드 지방 사람들도 약간 머리카락 색이 짙고, 피부가 비교적 하얗고, 눈동자가 검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헝가리도 여행할 때 생각해보면 매운 파프리카 가루를 먹고 의외로 동질감이 들었는데, 스코틀랜드랑 바스크랑 헝가리랑 고대 한국이랑 뭔가 연결점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끼워맞춘건가.

    그런데 이쪽 지방 사람들 생김새가 짙은 머리카락 색에 고동색 눈동자에, 피부도 그 유럽인들의 창백하고 빨간 분홍 피부가 아니고 한국인 피부랑 굉장히 비슷하다. 끼워맞춘거라고 하기에는 비슷한 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또한 바스크 지방 언어는 스페인어랑도 매우 다르고, 프랑스 어랑도 매우 다르다. 내가 알고있기로 스코틀랜드어도 바로 붙어 있는 지방인 잉글랜드의 영어랑 매우 매우 다르다고 들었다. 아마 언어적으로 까지 뭔가 연결점이 있다면 이는 강력한 민족적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가 아닐까? 언어까지 파고들어보진 않았지만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여튼 돌아와서 한 30분 정도 기차타고 바이욘에서 가니 드디어 생장피에드포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이다. 

    아름답고 정갈하고 깔끔한 마을. 공기도 너무 좋고, 탁 트여서 정겨웠다. 

    성벽 길, 조가비 표시를 따라간다

    마을 역에서 내려서 순례길 사무소까지 찾아가기가 약간 길이 헷갈리는데, 다같이 내리므로 따라가면 된다. 일단 순례길은 성벽 안에 있으므로, 성벽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성벽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인가보다. 

    성벽 문 밑으로 지나가면 길이 쭉 나오는데, 이 길에 순례길 사무소도 있고,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도 쪼르륵 전부 모여있다. 

    소박하고 아름답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서 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진다. 

    이 길 초입에 순례길 사무소가 있다. 아직 사무소가 문을 안열어서 가방으로 쪼르륵 순서를 세워놓은 걸로 보인다.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반 -12시, 오후 1시반-8시 15분, 금요일부터 일요일은 밤 9시 30분-11시 

    이 길에 순례길 사무소도 있고, 공식 알베르게도 있고, 사설 알베르게도 있고, 동키 서비스 (짐 날라주는 서비스) 사무소도 있고, 조금 내려가면 등산용품 전문점도 있고 왠만한건 다 있다. 

    스틱이 필요해서 등산용품 전문점에 갔다. 우비도 샀다. 가격은 데카트론 같은 대형점보다 쪼~금 더 비싼 것 같다. 대신 허접이 아니고 브랜드 제품들로 제대로 소수정예로 갖춰놓았다. 

    사무실이 문을 열었다.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바로 앞에 앉은 파란 옷 아저씨와 젊은 아가씨는 알고보니 일본인 부녀지간 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동안 거의 유일하게 본 일본인 이었다. 홍콩 사람도 딱 한명 보았고. 나머지는 전부 동양인이면 백발백중 한국인이었다. 한국에서 트레킹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국사람들이 많으니, 갑자기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외로울때 서로 도와줄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국 사람들이 여기 유럽애들과 생김새도 다른데, 몰려다니니 어딜가든 주목받기 때문에 우리 한국사람들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라도 더욱더 조심해서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이렇게 한국인들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르게 유달리 산티아고 순례길을 좋아하냐고? 내 생각엔 종교 영향도 있는 것 같고, 한국 사람들이 등산/트레킹을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한중일 세국가 + 아세안 국가까지 포함해서 카톨릭 교 영향이 센 나라를 꼽으라면 당연 한국.. 그리고 필리핀인 것 같다. 그리고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 정도 인 것 같은데 베트남도 공산국가라 그다지 세지는 않은 것 같고, 문화만 본다면 각종 카톨릭 성인 기념일 날이 국가 연휴로 지정되어있는 필리핀이 가장 센 것 같고, 그 다음 한국인 것 같다. 중국 여행이나 일본 여행을 할 때 성당이나 교회를 본 적이 손에 꼽히는데 한국에서는 교회는 발에 치이고 성당도 꽤 지역마다 하나씩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순례길은 카톨릭 교 문화가 짙은 곳이니 한국인이 많은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 지사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모르는 서양인 입장에서는 아시아 권에서 유달리 한국인만 많이 오는게 좀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사람이 순례객 순위로 따졌을 때 한 7-8위쯤 되었던 것 같다. 1위는 자국민인 스페인 2위는 옆나라 프랑스 3위는 역시 카톨릭의 성지 이탈리아 4위는 아일랜드 5위부터 10위까지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 같은데, 브라질/포르투갈/영국/한국/미국/호주가 왔다갔다 거리는 듯. 1위부터 10위 중 한국만 유일한 아시아 국가다. 

    이 긴 길을 앞으로 걸어야 한다. 
    순례자 수첩. 앞으로 이 수첩에 알베르게 도장을 받는다. 순례객임을 증명하는 증서같은 수첩이다. 

    같이 줄 서있던 사람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프랑스 순례객들은 영어가 젬병인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영어로 말을 걸면, 간단한 말만 까딱 말하고, 자기들끼리 프랑스어로만 대화한다. 나한테 영어로 감히 말을 해? 여긴 스페인이고 유럽이니까 유럽의 종주국은 프랑스이고 나는 프랑스인이니까 프랑스어로만 말할거야 이런 느낌?

    반면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순례객들은 영어를 꽤 잘하는 편이었고 설사 못해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려고 어느정도 노력하는 기색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단 여기가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지방이고 또 순례길의 95%는 스페인 지방을 지나가는 것이므로 스페인어를 초급이라도 배워서 갈 것을 추천한다. 

    순례객 사무소에서 순례자 수첩 (carnet de pelerin) 을 받았다. 이밖에 앞으로의 순례일정의 고도를 일정별로 나눠놓은 지도 및 마을마다 있는 알베르게 전화번호와 운영일자 (늦가을/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알베르게가 문을 닫는다)를 적어놓은 리스트도 배부해준다. 

    로마에 있는 순례객 사무소에서 이미 수첩을 받아온 이탈리아 순례객이 로마에서 발부하는 수첩을 보여준다. 특색있다. 

    수첩받고, 지도 받고, 알베르게 리스트 받고 나면, 사무실 한구석에 작은 조가비가 바구니에 놓여있는데, 한개씩 가져갈 수 있다. 그냥 가져가도 뭐라고 안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 순례객들이 몇 유로 정도 기부를 하고 나온다. 나도 기부하고 조가비를 하나 가져와서 가방에 달았다. 

    이제 순례객 숙소인 알베르게에 가서 숙소를 잡고, 정리한 다음, 내일부터 시작될 순례길 여정 준비를 해야한다. 일단 공식 알베르게로 찾아갔다. 공식 알베르게가 사설 알베르게보다 싸다. 한 6-7유로 정도였던 듯 하다. 다만 저렴하고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기때문에 여기저기 고장난 곳이 있을수 있고, 시설도 사설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순례객들은 공식 알베르게에 먼저 갔다가 거기가 다 차야 사설 알베르게로 찾아가는 편인 것 같다. 

    뮤니시팔 순례자 숙소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여기 프랑스 지방에서는 알베르게라고 안하고 레퓨지라고 부르는 것 같다. 

    1층은 사무소 겸 주방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침대가 있다. 

    앞으로 지나게 될 순례길의 주요 도시들이 표시된 그림이 벽에 걸려있다. 

    여긴 프랑스 지방이라 뮤니시팔 숙소비가 스페인보다 비싸다. 10유로다. 스페인은 6-8유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히 한국어 번역본도 있다. 역시 10위권 안으로 순례객이 많이 오는 나라라 그런지 한국어 설명도 있어서 기뻤다. 

    신발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문 앞에 있는 신발장에 놓아야 한다. 아마 대부분 순례객들의 신발이 더럽기 때문에 방안 청결을 위해서 인 것으로.. 

    배정받은 자기 침대로 가서 짐정리를 대충 해놓고, 내일 먹을 아침과 점심 간식거리 등도 대충 사놓고, 마을 구경도 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알베르게에서 한 25분 거리에 조금 규모가 큰 슈퍼마켓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뮤니시팔 알베르게는 주방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식당에서 사먹을 것 아니라면 샐러드 등 저녁에 먹을 거리도 미리 사가야했다.  

    알베르게 앞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니 이런 성벽 밑으로 지나가고 그 앞에 강이 하나 흐르고 있었다. 

    소박하게 마을을 관통하며 흐르는 강.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향신료 가게도 있어서 안에 들어가 구경해 보았다. 각종 향신료가 너무 신기했다. 향이 강해서 상점 밖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소금도 여러종류가 있었다. 여러 허브향이 들어간 소금인듯했다. 음식의 풍미를 더해줄듯.  

    에스파드리유 신발도 보였다. 굽이 거의 없고 짚신마냥 판판하기 때문에 나같이 좀 굽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패스. 

    아까 들어왔던 성벽 밖으로 나가야 슈퍼마켓으로 갈수 있다. 

    알베르게 에서 만난 한국인 언니 오빠 부부와 함께 슈퍼마켓에 들러서 장을 보고 다시 돌아왔다. 알베르게 창문 밖을 바라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한다. 

    창밖이 매우 아름다웠다. 프랑스는 이런 피레녜 산속 시골마을도 이렇게 아름답고 깔끔한 걸 보면 역시 그래도 선진국은 선진국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어느 지역을 가도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정갈하게 가꾸어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의 일정, 몇킬로를 걸어 어디까지 가는지 생각해본다.  

    사실 생장피에드포에서 출발하는 첫 일정은 거의 대부분 다 비슷하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스페인 국경지방 론세스바예스 마을로 가는 일정이다. 총 27km의 일정이고 고도 1400m까지 올라가는 매우 힘든 일정이다. 

    순례객들 사이에서는 프랑스길 전체 일정 중에 첫날 즉 피레녜 산맥 넘어 거의 30km 가까이 걸어야 하는 첫날 일정이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나는 이탈리아 순례객 친구가 이렇게 말해줄 때 멋도 모르고 그래?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말 그대로 였다.

    다음날 피레녜 넘어 론세스 바예스에 도착하는데 무려 12시간 정도 걸렸고, 거의 죽을정도로 힘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순례길 일정 통틀어서 이날 첫 날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이날만 잘 넘기면 다음날 부터는 무리만 하지 않으면 무탈하게 갈수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날은 다음날 이렇게 고생길이 펼쳐질지 모른채 뜬눈으로 지새우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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