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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6. 뿌엔테 라 레이나에서 아예기 까지. + 로르카 마을의 맘씨 좋으신 초 유명 스&한 부부 사장님 ~
    스페인 2021. 10. 7. 01:34

    오늘은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로르카 마을을 거쳐 에스테야 도시의 끝에 있는 아예기 마을에서 머물 예정이다. 약 30km정도 걷는 일정이다. 순례길 초반 일정은 중반의 메세타 고원을 통과할 때와 다르게 중간에 여러 마을을 거쳐가기 때문에 화장실 및 식사 걱정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빰쁠로나 이후부터 한국인 언니 오빠 부부와 일정을 같이하며 같이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인 언니오빠의 스케줄에 맞춰 걷기 시작해서 30km씩 걷기 시작했다. 내 체력에는 하루에 25km가 딱 적당했는데, 캠핑/트레킹 동호회로 단련된 언니 오빠의 30~35km의 스케줄에 맞추다보니 항상 막판 3-5km가 나에게는 너무 너무 힘든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런데 어쩌겠나....언니 오빠 부부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되도록 같이 걷고 싶고, 같은 숙소에서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행히 언니 오빠 부부도 내가 뒤에서 좀 멀치감치에서 그래도 따라가며 중간 중간 기착지에서 만나 밥도 같이 먹고 숙소에서도 같이 머무르는게 말상대가 있어서 귀찮치는 않아하는 눈치였다. 귀찮아 하거나 또는 같이 걷고 싶어하지 않고 부부끼리 둘이서만 걸어가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면 언니오빠 부부가 편하게 신경쓰지 않도록 아예 다른 일정으로 며칠 띄워서 따로 걸었을텐데, 다행이었다. 

    오늘은 길이 참 화창하고 좋았다. 중간에 시라우키 마을에서 중세 로마다리 같은 곳을 지나 그곳의 마을 까페에 들러 아침으로 크루아상이랑 오렌지 주스, 커피 마시고 언니 오빠랑 가게에 있는 티비도 좀 보고 화장실도 들렀다. 근데 시라우키 마을은 약간 너무~ 옛날 느낌이라 살짝 마을이 우중충해 보였다. 

    그 다음 또 길을 계속 걸으니 아주 평화로운 개울 같은 것이 나오고 꽃들도 보이고 그러더니 갑자기 로르카 마을이 짠~ 하고 나타났다. 로르카 마을은 마을 자체는 매우 작아보였는데, 의외로 중간 기착지로 순례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지 사설 알베르게도 많았고, 음식점도 꽤 보였다.

    마침 딱 점심 시간이었는데, 언니 오빠 부부가 나한테 그거 알아, 여기 한국인 순례객이셨던 아주머니가 아예 스페인에 정착해서 문여신 알베르게가 있대. 너무 좋고, 거기 밥도 맛있대 가볼래? 하고 물어보길래 당연히 콜~ 했다. 1층은 까페 겸 식당으로 운영하고 계셨고, 건물 2층은 알베르게 였다.

    사장님 부부는 스페인&한국 커플로 남편분은 스페인 분이셨고, 아내분이 한국 분이셨다. 아내분께서 스페인 순례길에서 지금의 남편분을 만나 서로 사랑하셔서 결혼하시고 이렇게 알베르게를 여셨다고 한다. 와.. 대박.... 나도 순례길에서 그럼....... 미래의 남편을 만날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고 밥도 너무 맛있었던 로르카 마을 한스 커플 사장님 부부의 알베르게 겸 가게 

    듣기로 순례길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까지 골인하는 커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심지어 순례길 위에서 만나서 결혼을 결심해서 순례길 이후에 길의 완전 끝인 묵시아 지방까지 가서 거기서 신발을 태우고 즉석 국제 결혼한 커플도 있다고 한다. 와....... 역시 서로 힘든 상황에서 만나 이끌어주고 토닥여주다보면 사람의 진면목을 보게되고 그래서 사랑에 빠지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니 오빠 부부와 같이 빠에야랑 스페인식 오믈렛인 토르티야를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장님 부부도 온화하시고 성품도 너무 좋으셨고, 내가 만약 미리 알았다면 또는 혼자 걸어서 언니 오빠 일정이랑 같이 걸을 필요 없었으면 당장 거기서 짐 풀고 이 알베르게에 머물렀을텐데........언니 오빠랑 오늘은 아예기까지 가서 머물기로 출발할때 이미 정해놔서 너무 아쉬웠다. ㅜ 

    빠에야......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스페인 음식을 좋아해서 주구장창 먹어본 빠에야기에 대충 맛 감별이 가능한데, 빠에야가 너무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토르티야도 감자가 완전 잘 익어서 포실포실하고 계란도 노릇하게 잘 익어서 포슬하고 소금이 어찌나 간이 잘 맞았는지 입안에 감칠맛이 돌았다. 진짜 완전 잘 만든 토르티야는 소금, 계란, 감자만 있으면 되는데 문제는 그 비율이랑 어떻게 익혔는지 인데,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토르티야 중에 탑 3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정말 맛있었고, 양도 감자와 계란이라 그런가 의외로 포만감이 들어서 정말 배부르게 잘 먹을수 있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이 가격에 이렇게 주셔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다. 

    스페인 오믈렛인 토르티야,,, 역시 너무너무너무 ~~ 배부르고 맛있었다.

    떠날때 사장님 부부께서 위층의 알베르게 구경도 시켜주시고 (위층도 깨끗하고 편안하고 아기자기했다) 가면서 먹으라고 토마토도 하나씩 챙겨주셨다. 사장님 부부의 친절과 정겨운 마음 씀씀이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것 같았고, 너무 감사했다. 다른 순례객 분들이 사장님 가게에 많이 방문해서 사장님 부부가 부~자 되시기를 기도했다.  

     로르카 마을을 지나서 에스테야에 오니 갑자기 도시의 규모가 커졌다. 도시를 한참 지나면서 거의 도시의 끝에 다다르니 신기하게 오늘 머무르기로 약속한 아예기의 알베르게가 나왔다. 이 알베르게는 언니 오빠 말에 의하면 스포츠 체육관을 개조한 알베르게로 문을 연지 얼마 안돼서 시설이 깨끗하고 크며, 일회용 시트 같은 것도 주기 때문에 위생도 깨끗하다고 했다. 

    도착해보니 언니오빠 말대로, 체육관을 개조해서 그런가, 규모도 크고, 나름 깔끔하고, 침대 간의 간격도 넓어서 뭐랄까 심적으로 좀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 좋았던 것은 이렇게 큰 체육관이라 샤워시설도 층마다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단체 샤워실도 따로 있고 해서 샤워하는데도 전~~ 혀 기다릴 필요 없고, 화장실 급할 때도 전~~ 혀 기다릴 필요 없었고, 문 연지 얼마 안 된 곳이라 다른 공립 뮤니시팔 알베르게와 달리 고장 난 곳도 없어서 너무너무 쾌적하고 좋았다. 

    우리 방에는 나와 언니오빠 커플 말고, 독일인 남자 순례객, 캐나다 중년 아주머니, 이렇게 총 4팀이 머물렀는데, 다들 나이대가 어느 정도 있어서인지, 다들 조용하고 서로 예의 지키고, 말도 잘 통해서 같이 밑에 지하에 있는 주방에서 저녁을 같이 만들어서 나눠먹었다. 역시 독일인들은 저녁 만들고 나서도 주방을 어찌나 철저히 깨끗하게 물기 하나없이 정리해놓는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캐나다인 아주머니는 무릎이 수술을 받으신 건지 안좋아보였는데, 얼른 나으시길 기도하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순례길 초반 중에서 이 아예기의 체육관 알베르게에서 하룻밤 머물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저녁 먹고 이야기 꽃 피우다 잠에 들었던 이날이 기억에 아직도 생생히 남는 걸 보면, 참 좋은 시간이었나 보다 싶다. 이날은 저녁 먹고 같이 이야기하다가 다들 아홉 시 무렵에 다 같이 방으로 올라가 잠에 들었는데, 다들 곯아떨어졌던 것 같다. 침대 간격이 넓어서 주변 순례객들에 너무 신경 쓰이지 않고 잠에 푹 들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이 알베르게를 다른 사람들한테도 추전 해주고 싶다. 

    내일은 포도주로 유명한 이라체를 지나 몬하르딘을 거쳐 로스 아르코스 마을까지 가는 여정이다. 약 21km로 오늘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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