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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21. 프로미스타에서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까지. 에스피리투 산토 알베르게의 다양한 인간 군상 & 유서깊은 산 조일로 고급 수도원 호텔
    스페인 2023. 1. 27. 17:51

    이날의 일정

    약 19.7km

    [프로미스타 -> 포블라시온 데 깜뽀스 -> 비야르멘테로 데 깜뽀스 ->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 ->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프로미스타를 떠난다. 이날은 영국인 톰아저씨, 아일랜드 왕언니 아오이페, 그리고 지금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다른 일행들 몇 명과 함께 걸었다. 그래서인지 날씨는 흐리고 길은 삭막한 느낌이었지만 견딜만해서 다행이었다. 

    톰아저씨가 앞서 걸었는데, 알고보니 톰아저씨는 순례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보다. 오늘 걸어야 할 길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 이 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톰아저씨가 길잡이를 자청해준 덕분에 이날은 톰의 뒤만 졸졸 쫓아다니면 되었다. 그리하여 평상시 바짝 정신 차리고 길을 걸어야만 하는 미어캣 모드에서 무장해제.. 정신 놓고 일행 뒤만 졸졸 따라간다.  

    같이 걸은 일행들

    강가의 둑길을 따라 걷다가 이런 도로 길을 건더 다리를 건넜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우비입고 무장하고 독사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찍은 사진을 둘러보니 내 사진은 별로 없다. 셀카를 잘 못 찍는 성격인데.. 그래서 이렇게 누가 찍어준 독사진이 참 고맙고 소중하다. 그리고 당시 저 사진을 찍고 나서 463km 남았다는 표지판 숫자를 보고 약간 절망(?)... 했던 기억이 지금 떠오른다. 아직도 436km나??? 라면서 허걱 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 

    다행히 이날은 동행들과 같이 걸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빠르게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에 도착했다. 딱히 어디 머물지 안정하고 그날그날 만나는 일행들 있으면 어디 가는지 물어보고 그곳에 같이 묵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날 에스피리투 산토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머문다고 하여 그곳에 체크인을 하였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까리온 마을도 우중충해 보였다. 수도원은 굉장히 큰 건물이었는데, 이게 문인가 싶을 정도로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높은 천장의 베이지빛 회랑이 나오고, 그 앞에 또 문이 나왔다.

    구글 캡쳐사진

    일행들에 잠깐 뒤쳐서 늦게 혼자 체크인하러 들어갔던 문이 닫혀있길래 이 문을 여는건가 ? 열어도 되는 건가 한참 문 앞에서 서성였다. 문 앞에서 잠시 기다렸다.

    그랬더니, 나이드신 중년의 스페인 아주머니 한분이 나와 문을 열어 나를 보더니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여서 뭔가 수녀님(?)들이 평상복을 입고 운영하시는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 찾아보니 에스피리투 산토 카리다드 Hijas de la caridad 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라고 한다. Hijas 인걸 보니 수녀님들이 맞는듯. 

    이곳의 체크인 과정은 일반 알베르게랑 다르게 조금 색달랐다. 수녀님이 뭔가 영상 하나를 시청하라고 하여, 아주 짧은 영상 하나를 시청하였는데, 몇년이나 지나버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순례길하고 그러고 알베르게 운영 수칙(?) 관련 영상이었던 것 같다. 길이는 약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다..

    그리고 나서 체크인을 할 때 수녀님이 나의 순례자수첩을 이리저리 보시더니 뭔가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하늘색 실에 금빛 오벌 형태의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시며, 이 목걸이가 순례객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스페인어로 말씀하셨다...

    하늘색 실에 달린 아주 조그만 금빛 팬던트 목걸이가 뭔가 마음에 들어서 이날 이후 순례길 끝날 때까지 계속 목에 걸고 다녔는데, 산티아고까지 무사히 마쳤으니 목걸이가 지켜준 것이 맞는지 (?).. 심지어 이 목걸이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옆에 놓여 있다.

    저 멀리 스페인 알베르게 바구니에 놓여있던 목걸이가 나와 길을 함께 하고 안 잃어버리고 지금 내 수중에 여전히 있다.. 지금 자세히 살펴보니 펜던트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성모 마리아 펜던트인듯. 이제 알았다 ^^ㅋ.  

    OH MARÍA, SIN PECADO CONCEBIDA, ROGAD POR NOSOTROS QUE RECURRIMOS A VOS.

    => 해석: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당신께로 돌아오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목걸이를 보면 그날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정말 신기하다. 방을 배정받아 들어갔는데, 1인 침대가 벽에 주르륵 놓여 있다. 칸막이는 없고 뻥 뚫린 형태. 나는 창가 쪽에 배정받았는데, 약간 추웠다.

    구글 캡쳐사진

    구글에서 지금 이 알베르게 사진을 찾아보니, 내가 예전에 머물렀을 때는 방안에 침대가 빽빽하게 들어차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런지 침대수가 한 절반정도 줄어든것 같다. 침대 간격도 더 넓어진 것 같고... 

    하여튼 여기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라서 안에 예배당도 따로 있고 그래서 신자인 순례객들이 많이 이곳에서 머무는 것 같다.

    짐을 풀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내 옆에 거의 몇 센티 간격을 두고 침대가 양 옆에 바싹 붙어있었는데, 한 한 시간 지났나? 저녁 먹을 시간쯤 되니 미국인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2명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복장이 순례객 복장이 아니고 그냥 니트에 청바지..평상복 복장이다??

    거기다 니트는 털이 북슬북슬한 회색 니트. 물어보니 둘은 누나 동생 사이였다. 그런데 남동생이 그 털 북슬북슬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계속 몸 여기저기를 긁어댔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벼룩에 물렸는지 간지러워 죽겠단다....

    오 마이갓...... 벼룩 소리 듣자마자 내 뇌 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안돼 ~~~ 또 공공알베르게에서 자다가 벼룩에 다시 물리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

    앞서 순례길 초반부에 나도 청결하지 못한 교구 알베르게에 머물렀다가 침낭 열고 잤는데 밤사이 벼룩에 물려서 안간지럽고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 한 10 여일씩이나 걸렸는데 그 사이 물린 자리가 계속 간지러워서 진짜 미친 듯이 엄청 고생했는데. 이제 좀 잊을만해지니 다시 물릴 가능성이??

    물론 물린 사람 옆에 있다고 또 물린단 건 아니지만 저 니트가 정말 께림찍했다. 으아..... 어쩐지 저 털북슬북슬 니트 볼 때부터 굉장히 거슬렸는데 역시나.

    다행히 내가 벼룩에 앞서 물린 적 있어 그 이후에 약국에서 산 연고치료제가 있어서 그 애에게 벼룩 물린데 바르는 약 줄까? 라고 물어보니 뭔가 느낌이 이 처음 보는 아시아 여자가 뭔 약을 준다고(?) 하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약간 주저하는 듯하더니.. 없는 것보단 낫다 싶었는지, 응 이라고 대답하길래 연고제를 가방에서 꺼내서 주었다.

    그랬더니 또 한참 그 약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뭐라고 쓰여있는지 읽어본다. 그순간... 마음속에선 그냥 그렇게 못 믿겠음 말아라 하고 다시 뺏어버리고 싶은 (?) 충동 ㅋㅋ 이 들었는데, 스페인 약국에서 산 연고제라 스페인어로 쓰여있었는데,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제2외국어로 많이 배워서 그런가 스페인어는 조금 읽을 줄 알았던 것 같다.

    유심히 연고제에 쓰인 스페인어를 보더니 그제야 이 아시아 여자가 준 연고제가 뭐 이상한 건 아니었네 라는 안심(?)이라는 얼굴 표정으로 연고제 뚜껑을 열고 이리저리 등이니 팔이니 막 바른다.

    그런데, 그냥 물린데 조금 바르라고 준건데... 온몸에 다 바를 기세로 죽죽 짜서 바르길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도대체 이 눈치 없는 미국 애는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예 내가 자기한테 약을 가지라고 준다고 생각한 건가 (?) 그건 아닌데 (?)... 

    내 표정이 안 좋아진걸 캐치했는지... 죽죽 짜서 바르다가... 이 정도면 됐다 싶었는지 내게 다시 돌려준다. 그 옆에 있던 누나라는 애는 몇 살 조금 차이 난다고 그래도 누나라는 애가 남동생보다는 의젓하더라. 누나라는 애가 나한테 고맙다고 한마디 하였다. 

    배정받은 방에서 바라본 에스피리투 산토 알베르게의 중정.

     

    어쨌든 그 둘이 내 바로 옆에서 잔다는 생각에 찜찜해지기 시작했다. 그 남동생 애가 입고 있던 털북숭이 니트가 심히 거슬렸다. 어떻게 저런 평상복 복장으로 순례길을 할 생각을 한 걸까 (?)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발도 그냥 워커다 ...... 워커....... 그냥 며칠만 걸으려고 온 걸까?? 아아 오늘밤 혹시 여기서 잤다가 혹시 저 털 북슬북슬 니트 속에 벼룩이라도 숨어있어 또 물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몰려왔다.... 

    그리고 또 방 구석에는 심한 독감에 걸려서 얼굴이 벌개져서 누워있는 20대 중반 추정 프랑스 여자애가 있었다. 수녀님은 그 여자애의 이마도 짚어보고 상태를 왔다 갔다 하며 보살피셨다. 약도 주고.... 그런데 그 여자애는 밥도 안 먹고 그냥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만 있던 눈치였다. 보아하니 어제 와서 하룻밤 이미 자고 이날은 둘째 날이었던 듯... 

    그러다 좀 지나니 또 헝가리 남자가 체크인해서 방문 근처 침대에 배정 받았는데, 방문 근처에서 으쌰으쌰 스트레칭을 하더니 방 여기저기 둘러보며 다른 순례객들하고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뭔가 이 친구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자꾸 나를 쳐다본다.... 나의 착각인가?

    이 헝가리 남자는 침대에 누워 골골 대고 있는 프랑스 여자애랑 대화를 나누었는데... 헝가리 남자는 자기랑 같이 밥먹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런데 프랑스 여자애가 자기는 아파서 밥 못 먹는다 하니 헝가리 남자가 그럼 뭐라도 사다 줄까?? 필요한 거 있니?라고 친절히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프랑스 여자애가 자기는 콜라가 필요하다면서 콜라를 마시면 자기는 감기가 싹 낫는다고 하였다.... (?)

    아프면 힘들더라도 일어나 따뜻한 밥을 먹어서 영양을 공급해서 면역세포들이 감기하고 싸울수 있어야 힘이 나고 금방 낫게 되는데.... 콜라를 먹어야 한다는 이 프랑스 여자애를 보고... 누워서 아파있을 때 그 답답하고 뭔가 시원~한 걸 먹고 싶은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아.... 너무 철이 없어 보였다.

    아아 안돼 ...... 벼룩과 털북숭이 니트에 이어서 나는 판단의 늪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계속 내 뇌 속에서 뭔가 경보음이 울렸다.

    거기다 그 헝가리 남자는 아주 흔쾌히 그 프랑스 여자애에게 물론이지 콜라를 당연히 사다줄수 있지 큰 거 사다 줄까?라고 상냥히 말한 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마치 내가 자기와 저녁을 꼭 먹어야 되는 것처럼 넌 나를 거부할 수 없어라는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나에게 저녁 먹을 거지??라고 물어본다....

    그때가 오후 다섯시 십오 분쯤이었는데 사실 밥 먹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이었다.  내가 약간 곤란한 듯이 아... 근데 나는 여섯 시 반쯤에 다른 순례객들이랑 저녁 약속이 있어라고 말하니.. ( 진짜였다. 바로 옆 방에 톰 아저씨랑 이날 같이 걸은 일행들이 묵고 있었는데 이날 저녁 여섯 시 반쯤 같이 저녁 먹기로 약속했었다)...

    난 사실 이 말을 한 다음 배고프지 않으면 너도 좀 있다 같이 갈래?라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내가 저녁 약속이 있어...... 라고 말하자마자 마치 저녁같이 먹자고 데이트 (?) 신청했는데 바로 거절당해서 매우 불쾌하다는 듯이 화난 얼굴을 그 헝가리 남자가 보이길래....... 도대체 이건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헝가리 남자는 키는 약 174정도로 보였고 서양애들 치고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다부진 체격에 구릿빛 피부(?)로 일반 직장인 느낌보다 뭔가 소방관(?) 경찰관(?) 하여튼 그런 계통의 느낌이 났다. 조막만 한 오밀조밀 잘생긴 얼굴에 턱수염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뭔가 여자들이 다 자기를 거부할 수 없을 거라는 자뻑(?) 성향이 좀 있는 듯했다.

    당장 엄청 배고파서 못참을 것 아니면 기다렸다 너도 우리 일행이랑 같이 저녁 먹을래라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황당했다 ㅋ 그 헝가리 남자는 그러고 나서 바로 방에서 폭풍(?)처럼 나갔다. ^^;;;   

    그러고 나서 약속한 여섯 시 반쯤 옆방으로 가서 톰아저씨 등 이날 같이 걸은 일행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아일랜드 왕언니 아오이페는 자기는 미리 부킹닷컴으로 예약해 놓은 숙소가 있다고 하여 우리랑 같은 알베르게에 안 머물렀었는데, 저녁식사에는 같이 참석했다.

    일행들과 저녁을 먹으며 내 옆자리에 미국애들이 체크인했는데, 벼룩에 물렸다고 하여 혹시나 나도 그 옆에서 자다가 다시 물릴까봐 엄청 걱정된다라고 하니 아오이페가 지금 자기가 머무르는 숙소가 침대가 2인실이라 한 명 더 머물 수 있다고 나에게 괜찮으면 내 숙소에서 머물래??라고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초대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오이페가 머무는 숙소는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에서 제일 좋은 유서 깊은 고급 수도원 호텔 숙소였다!! 이게 바로 프랑스 인들이 쓰는 감탄사 올라라 ~~~ 가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 아닐까??

    이곳의 이름은 Real Monasterio San Zolio. 

    입구 사진. 아주 멋진 휘장 깃발과 멋들어진 Z 자 문양의 입구가 보인다.

    멋지지 않은가..........? 갑자기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더이상 벼룩 따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초대해 준 아오이페 왕언니에게 너무 고마웠다. 

    1층 라운지 겸 레스토랑 쪽의 또다른 입구.

    이렇게 앞으로 나와있는 포치 형태도 너무 소박하고 예쁘다. 

    호텔 앞의 앞마당

    앞마당도 시원~~ 하다. 앞마당이 꽤 넓어서 다른 건물들과 간격이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우리가 머문 층의 복도.

    정갈하고 소박하면서도 따뜻하다. 복도도 잘 꾸며놓았다. 

    이것저것 사진 찍는 나

    벽에 이런 그림 예술작품들도 예쁘게 액자에 잘 걸려있다. 

    이런 투박하고 남성적 느낌의 스페인풍 가구들도 곳곳에 놓여있다. 

    라운지인데 저렇게 벽에 직물로 되어있는 그림 태피스트리를 거는게 벽에서 나오는 냉기나 습기를 막기 위해서 석조건축이 많은 유럽이 태피스트리가 발달했다고 한다. 소파는 세월의 흔적이 조금 느껴졌지만 라운지는 여전히 아늑하고 깔끔했다. 

    아늑한 응접실 2. 여기 앞에가 체크인 카운터이다. 직원들도 친절했다. 

     

    하여튼 방에 들어가니 방도 딱 적당히 아담하고, 침대도 널찍하고, 욕실로 들어가니 욕조도 갖춰져 있었다. 나는 호텔을 고를 때 욕조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 주의인데, 솔직히 한국에선 그냥 샤워실만 있는 경우가 많고, 욕조는 무슨 몇십만 원 받는 고급호텔도 제일 상급방이나 최상급 방에만 욕조를 넣어주고 일반 스탠더드나 디럭스에는 욕조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너무 황당한데, 스페인은 웬만한 고급호텔이면 무조건 다 욕조가 있다고 보면 맞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욕조가 필수인 곳이니 말하면 입 아프고.

    난 가정집에도 무조건 욕조를 갖춰야 정상이라 생각하는데, 한국은 아파트 제외하고 일반 집에 욕조 넣을 사이즈가 충분히 되어도 샤워만 달랑 달아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황당하다. 이건 한국이 시급히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호텔들도 마찬가지고. 도미토리 같은 곳이라면야 샤워만 있는게 당연하다지만...

    그런면에서 일본은 여러 면에서 거의 100년 전부터 유럽을 완벽하게 따라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유럽의 많은 좋은 부분들 배울 부분들 뛰어난 부분들 디자인 적인 측면이라던지 여러 면에서 자신들에 맞게 체화시킨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욕조나 집의 화장실 구조 같은 것도 일본이 유럽에서 배워온 일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하여튼 오랜만에 욕조에서 기분좋게 씻고 몸 담그고 나서 잠을 잤는데, 꿀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1층 까페테리아에 내려가서 아오이페 언니와 같이 식사를 했는데 간단하게 빵과 버터, 잼 종류와, 커피, 주스, 쿠키, 시리얼, 초코우유 등이 갖춰져 있었는데 그 맛이 너무너무 다 맛있었다. 그냥 원재료가 워낙 좋은 걸 쓰니 평범한 것도 맛있는 것..... 버터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주스도 맛있고 쿠키도 맛있고 ,초코우유는 말 뭐해고 크루아상이랑 뺑오쇼콜라 마들렌 등등 빵도 다 맛있고........... 맛있단 말만 나왔다.

    오랜만에 여유부리며 아주 정갈하고 천장이 높은 기분 좋은 식당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침식사를 하니 기분이 저절로 상쾌하고 높은 천장에 가슴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또 식당 카페테리아의 붉은 레드 커튼과 나무와 벽돌의 고동색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스페인만의 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정갈하고 차분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늑했다. 

    나는 스페인이나 프랑스나 이런 게 좋다. 뭐냐면 바로 높은 천장이다. 고급일수록 1층 로비나 라운지, 식당 까페테리아 등이 정갈하고 차분하고 아름답게 되어있고,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나 감미로운 재즈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냥 높이만 높은 게 아니고 뭔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아는 사람은 서유럽 고급 호텔에 머물러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물론 한국 고급 호텔들도 1층등 라운지 높이가 높다. 하지만 뭔가 느낌이 다르다. 한국 호텔들 1층 라운지는 그냥 높이만 높게 뻥 뚫려있다면 한국 고급 호텔에는 뭔가 빠져있는 그 무언가가 스페인과 프랑스에는 있다. 단순히 모던함과 유서 깊은 클래식 차이라고 하기에는... 왜 스페인 프랑스 등이 더 멋진 걸까... 이건 나의 사대주의가 아니다..   

    산 조일로의 유명한 유서깊은 회랑

    산 조일로 수도원 호텔 중정에는 16세기 르네상스식의 회랑이 있는데, 바로 위의 사진이다. 저 멋스러운 z자가 그려져있는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회랑을 감상할 수 있다. 이 회랑은 스페인 국립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회랑과 중정

    이곳의 회랑을 걸어본다. 단단한 돌로 높게 아름답게 세워진 회랑과 가운데 놓여져있는 큰 나무. 차분한 중정에서 뭔가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것 같다. 

    회랑의 천장 장식들

    특히 내가 감탄해 마지않은 것은 이 회랑 천장의 유려한 기하학적 곡선이었다. 이 부드러운 곡선의 반복과 베이지빛 색상의 돌이 함께 만들어내는 우아함. 돌 색상은 16세기엔 무슨 색상이었을까? 그때도 베이지빛이었을지 아니면 좀 더 밝은 베이지 색이었을지..?? 

    중정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높은 아치형 회랑의 1층과 그위에 아담하게 얹어져 있는 2층 구조의 형태이다. 창문 형태도 다 아름답고 그 주변의 장식도 다 아름답다. 

    회랑을 배경으로 한컷!

    회랑이 너무 아름다워서 각자 한장씩 회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도 한장

    이 회랑을 보러 다시 이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지금도 들 정도로 아름다운 회랑이었다. 

    회랑에 꾸며져 있는 조각 장식들

    회랑에 이렇게 아름답게 조각도 일일히 되어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어간 것이 없다. 이런 회랑을 지으려고 아마 수준급의 조각가들을 불러서 조각했겠지?? 

    이곳의 공회당에는 카리온 백작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옛날 백작들의 위세가 이 조각 하나하나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왠지 이 까리온 백작 집안은 미술적 안목이 높은 집안이었을 것 같은 느낌이 이 회랑의 조각들에서 느껴진다. 

    천장에도 이렇게 부조로 붙인 것인지 아니면 조각한 것인지 모르겠는 인물 장식들이 있다. 설마 조각으로 새긴건가? 조각으로 새긴걸 수도 있겠다.. 하여튼 저 무거운 돌들을 어떻게 저렇게 높이 쌓아 올려서 저 위에서 또 조각을 한 건지.. 내 머리로는 잘 이해가....

    만약 내가 다시 한 15년 정도 젊어져서 전공을 바꿔서 아무거나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런 클래식 건축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다. 어떻게 한 건지 진짜 궁금하다. 

    벼룩 피하려다 자상한 아일랜드 왕언니 아오이페 덕분에 엉겹결에 더 좋은 고급 수도원 호텔에 머무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국가 기념물로 지정된 회랑도 감상하고 너무너무 감사했다. 이런 걸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다니..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순례길을 하는 우리 한국 순례객들이 그냥 순례길을 걷는것에만 의미를 두지 말고, 예산이나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이런 순례길 위에 있는 아름다운 곳에 머물면서 이런 보물들을 감상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한국은 대부분 국가 기념물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우리 생활과는 아예 동떨어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스페인 같은 경우는 이렇게 수도원이나 아름다운 건축 건물들을 호텔등으로 바꿔서 사람들이 직접 머물면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해 놓은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그나마 생활로 접할수 있는 전통예술이라면 아마... 절 등에 갔을 때 볼수 있는 부처님 상이라든가, 아니면 석탑이라든가, 아님 절의 건축양식등 정도 아닐까? 

    한국도 궁이라든가 멋진 정원이나 전각 등등 건축 건물들을 그냥 눈으로 쓱 보고 지나가게 하는 것보다 아주 유서깊은 한옥이나 궁궐, 절 등을 내부 시설등을 개조해서 우리나라 전통 그림과 도자기, 각종 공예, 가구, 전통 그릇이나 전통 공예품들로 꾸미고, 방 안도 한국전통 보자기로 만든 이불이라든가 창문 커튼이라든가, 아니면 한국 전통 병풍이라든가 이런 걸로 아름답게 장식하고, 매듭 등 하나도 한국 전통 매듭 장식 등 사용하고 등등...

    이런 식으로 고급 숙소 호텔 등으로 잘 어우러지게 개조하여 숙박객이 그곳에 머물면서 우리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 덕수궁 석조전에서의 하룻밤, 왕이 타던 마차 타고 돌아다니기 등등. 덕수궁 정관헌에서 아름답게 잘 차려입고 저녁 식사, 전통주나 전통차, 전통다과, 와인 시음회 또는 브런치 아니면 한복 입고 책 독서회나 여름밤 시낭독, 연주회, 한국 고급 자동차나 전통 주얼리 공예 전시회, 창덕궁에서 하룻밤 머물며 여름밤 창덕궁 비원 한복입고 부채 들고 산책 등등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이디어가 막 떠오른다 (??) ㅋㅋ 

    한국의 인테리어나 건축, 그리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등등 아름다움과 관련된 관심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한층 더 향상되고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이 다양한 수준에서, 소박한 부분부터 고급스러운 부분까지 전 부분이 고루고루 발전하고 꽃 피우면 아마 우리나라도 스페인, 프랑스 등등 못지않게 저렇게 아름다운 전통을 활용한 아름다운 장소들이 곳곳에 탄생하지 않을까?? 하고 아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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