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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Day20. 카스트로헤리즈를 떠나 프로미스타까지. 비오고 흐리다 맑다 오락가락 스페인 북부 늦가을 날씨. 유서깊은 순례길 도시 프로미스타.스페인 2023. 1. 9. 03:26
이날 걸은 일정
약 25.5km
[카스트로헤리즈 -> 이테로 델 카스티요 -> 이테로 데라 베가 -> 보아디야 델 까미노 -> 프로미스타]
아침에 호스텔에서 나오니 날씨가 흐리다. 꾸물꾸물 비도 조금씩 내린다. 역시나 우비를 뒤집어 쓰고 하루를 시작한다. 꾸물거리는 날에는 비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니 처음부터 우비를 입고 걷는 게 편하다.
중간에 막 비가 갑자기 내리는데, 그때 꺼내서 우비 입으려고 하면 우비 꺼낸다 펼쳐서 입는다 어쩐다 하다가 비 쫄닥 맞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제 카스트로헤리즈에 조금 늦게 도착하여 카스트로헤리즈가 어떻게 생겼는지 마을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는데, 아침에 나와서 이렇게 보니 앞으로 펼쳐진 탁 트인 전경이 매우 상쾌했다.
조가비 표시를 보고 걸으면 된다. 안녕히 잘 있어요 카스트로헤리즈.
어제밤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게 해 주어 고마웠어라고 인사말을 건네본다.
언제 어디에나, 조금 헷갈리거나 그럴때마다 여지없이 나타나 길안내를 해주는 고마운 조가비 상.
다들 나보다 일찍 길에 나섰는지, 내 주변에 사람이 안 보인다.
음.. 로마서 (?) 인가... 난 종교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왠지 느낌 상 로마서 11장에 1절부터 27절 그중에 13절 (?)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방금 구글로 찾아봤다. 그랬더니 바로 나온다.
13 Me dirijo ahora a ustedes, los gentiles. Como apóstol que soy de ustedes, le hago honor a mi ministerio
해석! => 지금 나는 이방인인 여러분에게 말한다 나는 여러분 이방인의 사도로서 그것을 나의 사역으로 영광스럽게 여기며..
Romanos 11: 로 검색했더니 스페인어로 나와서 구글 번역이랑 한국어 성경을 찾아보며 내 나름대로 번역해 봤다. 로마서 11장은 이스라엘의 남은 자, 이방인의 구원(접목), 이스라엘의 구원. 이 세 부분 내용으로 나뉘는 것 같다. 아마 13절 구절에 아포스톨 즉 사도 (apostol)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여기 다리에 이렇게 바위에 새겨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걸을 때는 딱히 그냥 사진만 찍어놓고 무슨 구절인지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지도 않아서 그냥 감흥 없이 지나갔는데, 이제야 내용을 알게 되었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고맙네. 나의 길잡이 역할을 영광스러운 직분으로 사역으로 여기겠다는 뜻 아닌가..... 고맙다 바위야, 다리야, 길아! 니들이 나의 사도로서 길잡이로서 나를 이끌어주고 있었구나.
11장 전체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아래 링크로...
http://www.holybible.or.kr/B_RHV/cgi/bibleftxt.php?VR=0&VL=45&CN=11
앞에 다리가 나온다. 그리고 언덕 같은 산이 보인다. 오늘은 왠지 대부분 흙길을 지나가는 것 같다. 저 앞에 고개를 올라갔다가 넘어간다. 모스텔라레스 고개. 900m.
고개 위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전경을 찍어본다. 저 앞에까지 주욱 나있는 길이 보인다.
파노라마로 찍어보았다. 앞에 막힌 게 하나도 없고 평야만 보인다. 메세타 지역.
다들 이 언덕길에서 내려가는 사진을 하나씩 찍는 것 같다.
나도 하나 찍어보았다. 혼자 걷는 경우가 많아서 남이 찍어준 사진 남기기가 쉽지 않다.
오솔길도 지나고....
중간에 알베르게로 보이는 건물이 있는 마을도 지나고...... 이때가 11월 초라 닫혀있었다..
이런 길만 나온다....
아침 오전에는 흐리고 비 오던 날씨가 이렇게 맑게 개어서 좋아졌다가.....
운하를 건넌다..... 피수에르가 운하. 나무가 늘어선 한적한 길이다. 도대체 왜 몇 시간째 나 혼자인지? 다들 축지법이라도 쓰나? 순례길 길 위에 나밖에 없다. 몇 시간째 길 위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니 약간 무서웠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독이며 (?) 용기내서 잘 걸었다.
운하를 지나서 프로미스타에 거의 도착해서 배가 고파 커피나 마실 겸 카페에 들어갔다. 까페 이름은 PANADERÍA SALAZAR. 빠나데리아니까 빵, 케익류 등도 팔고 있었다.
안에 들어갔더니 어젯밤 카스트로헤리즈에서 같이 좋은 시간을 보냈던 일행들이 전부 앉아있었다. 아는 얼굴들을 만나니 참 반갑다. 같이 먹자고 하여 합석!
아르헨티나 커플과 며칠 전 오르니요스 데 까미노 마을에서 만난 아일랜드 왕언니, 그리고 내 옆자리라 사진엔 안 나온 톰아저씨 그리고 나! 이렇게 같은 테이블에 착석.
톰 아저씨가 커피만 마시기 아쉬웠는지 빵을 시켜서 먹자고 하여 같이 나눠먹었다. 톰 아저씨가 빵을 산다고 했다. 어젯밤에도 느꼈지만 톰 아저씨는 남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전날 밤 술집 바에서도 첫 잔은 톰아저씨가 샀는데... 물론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톰 아저씨 덕분에 더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진 것 같아서 어젯밤에도 감사. 빵이 커서 여러 명이 조금씩 나눠먹었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이 정말 좋은 것이... 농산품이나 이런 빵 유제품 품질이 뛰어난 데다, 가격까지 합리적이고 착해서 마음에 든다. 스페인에서 마신 카페 콘 레체 .. 익숙한 말로 까페 라테는 정말 어디에서 마셨어도 실패한 적이 없고, 오렌지 주스도 어디 카페에서 시켜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스페인 중남부에 길거리에 오렌지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편인데.. 길거리 오렌지 나무에 오렌지가 매달려있고, 길거리에 익은 오렌지가 떨어져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예전 거의 한 십 몇 년 전 대학생 시절 스페인 여행할 때 나무에서 떨어져 길거리에 널려있는 오렌지와 레몬들을 보고 그게 너무 신기했었다.
한국에는 은행나무 과육이 떨어져 있는데 ㅋㅋㅋㅋ 은행은 터지면 고약한 냄새가 나지만, 혈액순환이나 뇌기능 개선 등등 몸에는 엄청나게 좋으니 아이러니.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은행의 그 고약한 냄새가 해충을 방지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은행나무야 고맙다...
아르헨티나 커플은 프로미스타까지만 순례길을 걷고, 여기서 기차를 타고 발렌시아 지방으로 빠진 다음 그곳에서 관광을 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아르헨티나 커플은 관광업을 공부했다고 한다..
발렌시아 지방도 참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우리가 많이 먹는 그 빠에야도 발렌시아가 원조고, 발렌시아 옆에 마요르카, 메노르카 섬이 있는데 이 두 섬도 너무나 아름답다.
한국 사람들이 발렌시아 지방까지 찾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서, 발렌시아 지방에 한국사람들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발렌시아 해안가를 따라 지도상에서 위로 주욱 올라가면 바르셀로나 지로나 등 스페인 북동부 해안가로 연결되고 그 해안선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결국에는 프로방스 니스 칸 , 나중엔 모나코까지 등등으로 주욱 연결되는 해안선이라서 프랑스 등에서도 여름휴가 때 차 타고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으로 여행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스페인과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느낀 건, 똑같은 수준의 고급스럽고 넓고 잘 갖춰진 호텔 리조트나 식당 레스토랑 등에 가서 똑같은 수준으로 누리려면 프랑스가 거의 스페인의 두 배 정도 가격이 드는 것 같다.
그에 비해 스페인은 프랑스 수준으로 비슷하게 아름답고 잘 갖춰져 있고 나름 깔끔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고 음식도 매우 맛있고... 이러니 아마 프랑스 사람들도 스페인으로 놀러 오고, 독일 사람들 영국사람들도 스페인으로 놀러 오는 게 아닐까?
또한 스페인 사람들이 이방인들에게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성격이라 더 그런 듯. 물론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나 남부지방 등등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전혀 모르는 애가 뒤에서 칭챙총 거려서 정말 가끔 짜증 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내가 스페인을 여러번 여행하면서 느낀건, 그런 대도시와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서 오히려 현지인들이 찾는 관광지 등이나 소규모 휴양도시 등에 가면 경치도 더 아름답고, 그런 칭총 거리는 이상한 애들을 만나는 짜증나는 일을 겪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발렌시아의 아름다운 해안가 따라서 고급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레스토랑이나 리조트 등도 많이 세워져 있고, 발렌시아 지방 내륙에는 고원지대도 있는 것 같다.
산과 바다를 전부 갖춘 발렌시아... 스페인을 지금까지 꽤 많이 여행했는데.. 정작 발렌시아는 갈 기회가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스페인 큰 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스페인 북부 지방과 그라나다 등등 유적 등으로 유명한 스페인 남부 쪽만 여행했었는데, 다음에는 꼭! 발렌시아 지방과 마요르카 섬 메노르카 섬이나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지방, 안도라 등등 이쪽 해안선을 따라서 바닷가와 동시에 국립공원 산행 등등을 둘러보는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프로미스타 거리를 둘러보니 광장에 눈에 딱 띄는 건축양식이 하나 있었다. San Martín de Frómista 성당. 이날 프로미스타에 오후 다섯 시경 늦게 도착해서 날씨도 꾸물거리고 구름도 끼고 피곤하여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구글로 성당 내부 사진을 둘러보니 아름다워 보여 이때 방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호스텔에 체크인하고 들어가 씻고 쉬고, 진흙길 걷느라 진흙 덕지덕지 뭍은 등산화도 샤워실에서 좀 깨끗하게 진흙 털어내고 동네 마트에 가서 장보고, 사람들과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각자 음식을 하나씩 만들었는데, 나는 수제비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국물 육수를 낼 재료가 없어서 맛이 조금 채수와 소금으로만 육수 맛을 내어야 했고 수제비 반죽이 생각보다 두껍게 되어서 나중엔 불어서 생각보다 더 엄청난 크기(?)로 커져서 당황스러워 조금 아쉬웠다.
저당 시 요리를 좀 더 잘했다면 한국 요리 수제비를 다른 순례객들한테 자신 있게 (?) 먹어보라고 소개해줄 수 있었을 텐데. 다행히 지금은 요리실력이 저 때보단 조금 더 늘은 것 같다.
다시 언제 내 인생에서 순례길을 걸으며 만난 다른 순례객들한테 수제비를 만들어 먹어보라고 해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순례길을 다시 걷게 된다면 다음 기회에는 맛있게 만들어보리라 다짐!
나에게 프로미스타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도시 중에 한 곳이었는데, 지금 알아보니 프로미스타가 메세타 순례길에서 중세시대부터 매우 중요한 도시 중 한 곳이었다보다. 이곳에 여러 순례자 병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해가 간다.
나도 순례길을 시작한 지 일주일 경쯤 넘어가면서부터 발 무릎 염증으로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어서 걸을 때마다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가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 마을에서 성당에서 신부님 축복받고 그날 저녁에 식당에서 카레 먹고 갑자기 그다음 날 기적처럼 씻은 듯이 발과 무릎이 회복돼서 겨우 순례길을 다시 재밌게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다들 프로미스타 도착할 때쯤이면 20일경 정도 걸은 것이니 안 아픈 사람 없었을 듯 (?)
프로미스타에 있는 중세시대 때 유명한 순례자 병원 이름이 Hosteria Los Palmeros라고 한다. 지금은 레스토랑 겸 고급 숙박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진을 보니 내부가 너무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고풍스러운 전통 스페인 스타일! 정말 가구부터 시작해서 전부 다 내 취향..
오스트리아 데 로스 팔메로스라는 곳이 있다는 걸 저 당시 알았다면 여기서 묵으면서 식당에서 식사했을 텐데.. 너무 아쉽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레스토랑 평점도 4.5점인 거 보면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은 것 같다. 프로미스타에 다시 가게 될 기회가 있을지... 프로미스타를 지나는 다른 순례객들은 유서 깊은 순례길 장소인 이곳이랑 산 마르틴 성당 두 군데를 꼭 들려 보면 좋겠다.
하여튼 나는 프로미스타에 이런 유서 깊으며 멋있는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호스텔에서 톰아저씨 등등 다른 순례객들과 함께 저녁을 만들어먹고 수다를 떨다가 잠에 들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이날도 25km 가까이 걸었는데 더 이상 발과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하루만 반짝 괜찮다가 그다음 날 다시 나빠진 것이 아니고 이틀째 계속 안 아프고 발 무릎 등이 멀쩡해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영국인 톰 아저씨나 아일랜드 왕언니 아오이페 등 좋은 순례길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어 감사했다. 이날은 피곤했는지 잠에 금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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