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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17. 부르고스를 떠나 조용하고 수더분한 시골 마을 따르다호스에서 하룻밤 휴식 ! 평화롭고 행복한 밤
    스페인 2022. 9. 5. 02:17

    [부르고스 Burgos  -> 따르다호스 Tardajos 약 10km. ]

    부르고스에서 머무르면서 결심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제 내 속도대로 걷겠다는 것. 1/3 지점까지는 순례길에서 친해진 한국인 언니 오빠 일행과 친해지면서 그 이후로 죽 같이 걷고, 숙소에서도 웬만하면 같은 숙소에 머물렀었다. 친해진 언니 오빠 일행과 같이 걸으니 덜 심심했고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동행 길이 더 재미있어서 내가 자발적으로 자처한 일이었다. 

    그런데, 같이 걸은 언니 오빠 부부 일행은 정해진 스케쥴이 있어서 일단 편도만 끊어놓고 와서 대략적으로 언제쯤 끝낸다 이런 식으로 짜 놓은 나와는 다르게 며칠까지 딱 마쳐야 되는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들어보니 하루에 25~30km씩 일정을 짜 놓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내 몸 상태에 맞춰서 걷지 않고 언니 오빠 일행과 같이 걷고 싶어 언니 오빠 일행의 스케줄에 맞춰서 무리하게 걷다보니, 무릎이랑 발이 염증이 심해져서 소염제 파스 얼음찜질 테이핑 등 아무것도 말을 듣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절뚝 절뚝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발바닥과 무릎을 통해 전달되는 고통 때문에 부르고스 도착 며칠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순례길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에 까지 솔직히 이르렀었다.

    쉽게 말하자면 아 안되겠다... 너무 아프다 도저히 못 걷겠다... 포기하고, 차라리 관광하며 재미나게 놀까? 이런 생각...ㅋ 

    아마 고통에 일조한건 공립 알베르게 연속 숙박도 한몫한 듯. 부르고스 전까지는 계속 공립 알베르게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30인실 뻥 뚫린 이런 공립 알베르게 도미토리.... 그것도 거의 2층 침대만 배정받았었다..

    아마도 한 오후 2시 3시 경쯤 공립 알베르게 체크인하면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면 일단 2층부터 채우고 보는 듯하다.. 그리고 상황 봐가며 한 오후 4시 5시경부터는 1층 침대도 배정하는 것 같다....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하루동안쌓인 여러 피로물질이 싹 회복 치유되도록 되어있는데, 잠을 못 자서 풀리지 않으니 몸 상태가 나빠진 것은 당연지사 같았다.

    부르고스에서 따르다호스로 가는 길

    그래서 부르고스 이후부터는 욕심내지 않고 몸 상태를 살펴가며 천천히 걷고, 돈을 더 써서 앞으로는 1인실 또는 다인실이어도 사설 알베르게에 머무르기로 결심했다. 

    부르고스를 떠나기 전에 생장 사무소에서 받은 마을별 순례길 알베르게를 보면서 '그래! 오늘은 조금만 걷자. 다음 마을인 따르다 호스까지만 가자~! 거기까지는 갈 수 있겠지?' 내 몸을 다독이고 길을 나섰다. 

    부르고스에서 마지막날은 여인숙(?) 같은 곳에서 머물러서 동키 서비스 신청서 등이 구비가 안되어 있었다. 따르다호스 까지는 10km 정도로 한 3시간 정도만 걸으면 돼서, 일단은 가방을 메고 걷기로 했다. 

    동키 서비스 신청서. 알베르게 사무소에 대부분 놓여저 있다.

    동키 서비스 신청서는 위의 사진처럼 생겼는데, 여름에는 좀 더 많은 업체가 운영하는 것 같고, 내가 걸었던 가을에는 두 업체가 있었다. 공립 & 사립 알베르게에는 다 저 동키 서비스 신청서가 놓여 있는데, 이용 법은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신청서를 가져와서, 저 Nombre 부분에 자기 이름 쓰고, 그다음 Tel 이나 Mail 부분에 자기 전화번호나 이메일 쓰고, 그다음 아래 Lugar de entrega, 즉 어디에다가 배달해야 되는지 배달지 알베르게 이름과 주소를 정확히 쓰면 된다.

    그다음 금액을 현금 동전으로 저 봉투안에 넣어서, 봉투에 고무줄 등으로 묶을 수 있는 구멍이 있는데, 거기에 고무줄 등으로 묶어서 가방에 달아놓으면, 동키 서비스 업체가 아침에 알베르게 별로 좌악 돌면서 가방을 수거해서 행선지까지 배달해준다. 

    여름에는 그런일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경우에는 많은 알베르게들이 문을 닫고 운영을 안 한다.

    그래서 닫은 줄 모르고 가방을 일단 보냈는데, 그 알베르게가 문이 닫혀있어서 동키 서비스 업체가 그 주변 다른 열어있는 알베르게나 아니면 그 근처 슈퍼나 상점 등에 가방을 맡겨놓고 가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래서 알베르게 앞으로 갔는데, 알베르게 문은 굳게 닫혀있고, 자기 가방의 행방은 모르겠고 뭐지? 하고 망연자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동키 서비스 업체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자.

    아니면 그 알베르게 주변에 슈퍼나 상점에 들어가서 혹시 짐 도착한거 없냐고 물어보면 자기들이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당황하지 말자~. 그런데 내 경험상 업체에 전화로 물어보는 것보다, 그 주변 상점 가게 슈퍼 등에 물어보는 게 더 빠른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매번 동키서비스 붙이고 가벼운 가방만 메고 걷다가 이날은 가방을 이고 걸으려니 발걸음이 무겁고 어깨도 아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배도 자주 더 고픈 것 같다. 아무래도 무거운 가방을 이고 걸어서 배도 더 고픈가 보다...

    아무래도 까미노를 한 1/3 주파한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건대 까미노는 대도시보다 작은 소도시가 더 분위기가 좋다. 대도시는 관광할 곳은 좀 더 많을 수는 있는데, 혼잡하기 때문에 약간 정신이 사납다. 

    스페인은 선진국이라 그런가 까미노 길 위의 시골 마을들도 시골 이어도 대부분 매우 깔끔하고 정비가 잘 되어있어서 좋았다.... 이날 도착하게 된 따르다 호스는 내게 그런 곳으로 느껴졌다. 작지만, 조용하고 아늑하고 사람들이 정겨운 (?) 인심 좋은 시골 (?).

    부르고스를 지나고 나서부터 교외로 나가니 평원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레네부터 부르고스의 산맥까지 산 분위기가 끝나고 이제 슬슬 가도 가도 끝없는 메세타 분위기가 나오려고 폼 잡는 느낌이었다.

    부르고스의 아를란손 다리를 건너, 우엘가스 수도원을 지나, 부르고스 대학 & 병원을 지나, 외곽의 공원을 따라 걷다가 빠져나가, 저 멀리 보이는 교소도를 끼고, 천~~~ 천히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간다. 

    부르고스 교외

    날씨가 너무 좋았다. 비를 뿌리며 춥더니 다시 햇볕이 쨍하고 나면서 날씨가 다시 따뜻해진다. 종잡을 수 없이 변화무쌍한 스페인 가을 날씨. 우비를 아예 기본 템으로 장착하고 걷는다. 

    교도소가 나와서 좀 그랬긴 했지만.... 잠깐이었고, 넓은 들판을 옆으로 끼고 나무가 빽빽한 오솔길을 걸으며 행복해졌다. 한 9~10km 걸었나... 마을이 나오면서 따르다호스에 도착했다. 

    마을 어귀로 들어서며 부킹닷컴 앱을 검색해 사립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La fabriga라는 곳이 평점이 9.2 점이었다. 오오.. 어떤 곳이길래 평점이 9.2나 받았지? 9점이 넘는 숙소들은 대부분 검증된 곳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그곳으로 정했다.

    개인실만 있는 게 아니고 다인실도 있었는데, 욕실 딸린 3인 1실이 개인실보다 훨씬 저렴해서 다인실로 일단 예약하고 숙소로 향했다. 마을 어귀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 

    라 파브리가 숙소 (숙소 + 바 + 식당)

    라 파브리가 입구다....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며 찍은 사진이다. 

    숙소 겸 바 , 식당을 겸하고 있고, 앞에 넓은 마당 및 바베큐시설이 있다.

    문을 열고 숙소에 들어섰는데, 마음씨 좋~아보이는 턱수염 콧수염 다 기른 약간 풍채 좋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털보 (?) 아저씨가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딱 그 플리스 스타일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뭐랄까... 엄청 인상이 따뜻했다.

    아저씨가 나를 보자마자 친절하게 인사하며 반갑게 맞아주어서 발 아프고 무릎 아파 힘들었던 마음이 싸~악 풀렸다. 

    부킹닷컴에서 미리 예약해둔 3인 1실로 안내받았다. 나만 체크인했다. 이날 나만 머물를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 아니나 다를까 나 혼자 잤다... 그래서 1인실이나 다름없었다. 1박 12유로. 

    내가 머문 방

    방이 엄청~ 깨끗했고 침구 등도 다 나름 괜찮은 것으로 되어있었다. 이곳이 괜히 부킹닷컴 평점 9.2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방에 있던 거울 수납장

    기본적으로 수건과 샴푸 등이 주어졌고, 콘센트도 여유롭게 있었고, 이때가 11월로 넘어가서 아침저녁으로 해지면 추웠는데 아저씨가 와서 히터도 점검하고 방은 따뜻한지 계속 여쭤보셨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방에 딸린 화장실

    화장실도 매우 넓고 깔끔했다.. 안전바 등도 다 잘 달려있었고 샤워기 위치 등으로 유추해보건대 휠체어에 탄 사람도 숙박할 수 있게 화장실이 매우 널찍하게 설계된 듯했다. 

    저녁식사를 하려고 슈퍼에 가서 뭘 사 오려고 잠깐 숙소 밖에를 나갔는데, 슈퍼가 주변에 안보였다.. 그리고 시골이라 그런가 저녁 7시 정도밖에 안 됐었는데 11월이긴 했지만. 밖이 매우 어두웠다...

    걸어 다녀도 문 연 곳은 다른 레스토랑 등 밖에 안 보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와 숙소 1층에 같이 붙어있는 바 겸 비스트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메뉴를 살펴보니 그다지 아주 비싸지는 않았다. 츄라스코라고 되어있는 메뉴가 8.5 유로여서 이걸 시켰더니 빵 하고 음료가 거기에 포함돼서 같이 나왔다. 

    라 파브리가 식당의 추라스코 ! 맛있다 ! 강추 !

    저거 추라스코... 참 맛있었다.. 간도 적당하고, 올리브 오일에 구운 파프리카도 어찌나 달콤~하고 맛있는지 올리브 오일에 튀긴 감자튀김은 어찌나 고소했는지... 참말로 말하고 또 말하지만 스페인 음식은 참~!!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고 맛있다.

    원래 해외 나가서 고기랑 감자만 먹고 밥 안 먹으면 배불러도 뭔가 이상하게 허전하고 먹은 것 같지가 않은데, 스페인 음식은 참 신기한 게 밥이 별로 안 당긴다. 고기랑 감자만 먹어도 괜찮다. 신기~  아마 버터 (?)를 안 쓰고 대신 올리브 오일을 주로 이용해서 우리나라 식용유 (?) 비슷한 맛이 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나 보다. 

    가게에 있는 tv에서는 스페인 퀴즈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 퀴즈 ~ 참말로 좋아한다~~ 정말 신기하다... 어느 식당을 가나 퀴즈 프로를 틀어놓았다.... 

    밤 8시 경이되자 마을 사람들이 식당으로 술 한잔 하며 식사하러 몇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구석에 내가 혼자 앉아 식사하고 있으니 신기했나 보다.. 바에 앉아 주인장 아저씨랑 대화하는 마을 손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그런데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게 아니고 뭐랄까 궁금해서 말 걸고 싶은 그런 느낌?

    뭐랄까 시골 사람들 특유의 궁금함 호기심 (?) 이 눈빛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밥 먹다 말고 올라~ 하고 인사하니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오길래 뭐 순례길 한다.. 혼자다.. 한국에서 왔다... 기본적으로 간단하게 몇 마디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스페인 사람들은 다시한번 말하지만 대부분 참 친절하고 따뜻하다.. 

    내가 다 먹고 나서 계산하려고 주인장 아저씨한테 다가가니, 대화를 나눴던 손님들이 부엔 까미노~라고 인사해주었다. 마음이 뭔가 묘하게 따뜻해졌다.

    뭐랄까 발 아프고 다리 아파 이 따르다 호스 도착 한 일주일 전부터 무척이나 몸과 마음이 힘들었는데 친절하고 인상 좋은 주인장 아저씨부터 친절하고 호기심 많은 마을 손님들까지.... 감사했다. 따르다 호스에서 쉬어가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잘 ~!! 한 일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손님들이 더욱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이곳 바 겸 식당이 왁자지껄 해졌다. 그렇다.. 이날은 금요일 밤이었던 것이다.. 

    계산하고 잠깐 밖에 나가 하늘을 구경했다. 어두워서 별이 더 잘 보였다. 밤하늘에 별들이 촘촘하게 많이 떠 있었다. 북두칠성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11월이라 바람도 무척 시원 (?) 상쾌했다.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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