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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티아고 순례길] Day22. 까리온에서 레온으로 버스타고 메세타 건너뛰기. 레온 대성당의 아름다운 야경 관람 & 게스트하우스에서 벼룩의 습격을 받고 친구가 머무는 호텔로 밤중에 이동 !
    스페인 2023. 2. 5. 04:29

    이날 일정 => 걷지 않음! 일정 때문에 시외버스 타고 레온으로 바로 점핑. 

    까리온 데 로스꼰데스에서 레온까지! 약 106 km를 버스 타고 건너뛰다. ~~

    아일랜드 왕언니 아이오페의 도움으로 산 쏘일로 호텔에서 하룻밤을 잘 보냈다. 나는 버스를 타고 건너뛸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오이페 언니와 아쉽게도 헤어지게 되었다. 며칠씩이나 차이나버리게 되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낼 때까지 아오이페 언니는 이날 이후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만남과 헤어짐의 산티아고 순례길.. 

    호텔 마당의 귀여운 철제상

    오늘은 길을 걷지 않고 시외버스를 타고 레온으로 바로 가기로 결정했다. 메세타의 약 1/3은 걷고 2/3는 건너뛰는 셈이었다. 초반에 다리가 너무 아파서 천천히 걸었더니 대략적으로 언제쯤이면 끝낼 수 있겠다 정해놓은 일정에서 다시 계산해 보니 거의 일주일 정도나 미뤄졌기 때문에 건너뛰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끝내고 다시 프랑스 남서부 지방으로 돌아가서 거기에 사는 프랑스 친구의 부모님 댁에 방문하기로 며칠까지 거기 가겠다고 미리 약속을 해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려면 일정 상 메세타를 건너뛰어야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고 끝나면 프랑스 여행을 좀 더 할 예정이라고 하니 프랑스 친구가 나에게 순례길 끝나고 나면 자기 부모님 집이 스페인서 가까운 바스크 지방이니 거기서 며칠 편하게 머무르라며 매우 강력히 권했기 때문에 얼떨결에 약속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심지어 프랑스에 없었고 베트남에 출장 가있었기 때문에 오지 못할 예정이라고해 친구도 없이 친구 부모님과 나만 (?) 있으면 너무 어색할 것 같아 계속 거절했었다.

    그런데 친구 부모님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중에 꼭 하고 싶어하신다며 직접 걷고 있는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신다고 친구가 너무 간절히 말하길래 그럼 알겠다고 친구 부모님 댁에 며칠 날 방문하겠다고 미리 약속을 하게 되었다. 하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그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메세타를 건너뛸 필요도 없었고, 산티아고 도착한 다음에도 맘 편히 더 끝까지 가서 땅끝 마을 묵시아까지 보고 올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 또 친구 부모님 댁에 머무르면서 친구 부모님의 도움으로 나 혼자였다면 안가봤을 프랑스 서부의 아름다운 소도시들을 둘러볼 수 있었어서 좋았다고 해야 할까..? 인생은 생각해 보면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들이 이어지는 것 같다. 

    혹시 순례길을 나중에 걸을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순례길 일정을 여유롭게 잡아서 일정 상 하고싶은 것을 못하고 건너뛰거나 해야 하는 상황을 되도록 피하는 게 좋겠다.

    걷다 보면 아파서 며칠 쉴 수도 있고, 예상보다 천천히 걷게 될 수도 있고,  도착한 곳이 너무 마음에 들거나 볼거리가 많아 예상보다 며칠 더 오래 체류하게 될 수도 있다. 또는 산티아고까지만 걸으려고 했는데, 땅끝마을 묵시아까지 가보고 싶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모르기 때문이다~~~  

    버스 예약 페이지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시외버스는 Alsa 버스이다. 예전에 십몇년 전 스페인을 여행할 때도 알사 버스를 타고 스페인 여행을 했었는데, 알사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랑 흡사하고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추천! 

    Alsa bus 홈페이지에서도 티켓을 살 수있는것 같은데, 출발지 설정이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가장 큰 정류장만 나오고 루트 상에서 거쳐가는 중간 기점들은 출발지로 설정이 안 나와서 구글에 Carrion de los condes to Leon이라고 치니 위와 같이 여러 버스 예약 사이트들이 나온다. 

    그래서 보니 까리온에서 레온으로 가는 알사 버스는 하루에 오전 11시 50분경 전후로 하루에 딱 한 대만 있는 듯하다. 따라서 저거 못 타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격은 그때는 얼마내고 탔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지금 찾아본 기준으로 13유로에 2시간이니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된다. 혹시 버스 타실 분들은 참고.    

    버스 정류장 위치 구글 지도

    버스 정류장 위치는 Plaza Piña Merino. 구글 지도에 버스 표시 되어있는 곳에 아주 작은 안내소가 있다. 

    버스 정류장, 저 앞에 빨간 간판 달린 곳이 안내소.

    그런데 혹시라도 버스 정류장을 못 찾고 길을 헤맬까봐 버스 도착시간보다 거의 30분 먼저 가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을이 작아서 그런가 하루에 버스가 한대만 와서 그런가..... 버스도 안 보이고 사람도 안 보이고..... 심지어 버스 도착 시간도 지났는데 아무런 낌새가 없다. 이게 뭐지? 

    그래서 황급히 두리번 거리다 저 앞에 빨간 간판 달린 곳이 버스 안내소 같아서 얼른 달려가보니, 그 안에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한 명 앉아있었다. 휴~ 

    그래서 올라~ 하면서 버스 티켓을 보여주고, 버스 지나갔냐고 물어보았는데, 직원 왈~ 버스가 아직 도착 안 했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가 아니고 다른 여러 곳을 거쳐서 오는 버스라서 이렇게 시간 차가 생기는 것 같았다. 

    버스가 기다려도 안 오길래 이게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다행이었다. 저 날 정말 정류소에 아무도 없고 승객은 나 혼자였다. ^^;;; 작은 마을이라 그랬나 보다. 버스 티켓 시간보다 한 30분 정도 더 지나자 알사 버스가 그때서야 도착했다. 휴 ~ 다행. 

    레온까지 가는 알사버스

    스페인어로 버스는 아우토부스. Autobus. 35번 버스였다. 알고보니 바스크 지방인 이룬에서 출발해서 부르고스를 거쳐 까리온 거쳐 메세타 지역의 사아군을 거쳐 레온이 최종 도착지인 즉 스페인의 동쪽에서 서쪽을 횡단하는 버스였다. 

    한두 시간여를 갔나...이날 저 버스에 나 혼자였다~기사님과 나 단 둘 !! 내가 버스 전세 냈다. 여기서 스페인도 시골의 고령화 및 인구 감소가 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도착한 레온 시는 꽤나 규모가 나름 있어 보였다. 그리고 부르고스랑 또 다른 느낌이었다. 부르고스는 뭔가 성채같은 돌로 지어진 중세 느낌이었는데 레온은 건물들이 더 오밀조밀 모여있고, 4 층 정도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태였다. 

    레온 시에는 볼거리가 매우 많아보였는데, 저 건물들 1층은 상점가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았고, 약장이 천장까지 되어있는 유서 깊어 보이는 약국들, 정육점, 장난감 가게 등등.. 한국은 한 곳에 다 모여있는 형태라면 레온은 소규모 상점들이 매우 전문적으로 어느 한 물건만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바라본 레온 시 골목

    게스트 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 짐을 풀고 거리를 구경하러 밖으로 나왔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면서 길을 걷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큰 건축물이 있어 그곳으로 발길이 저절로 향했다.

    알보고니 레온 대성당 이었다. 불빛을 받은 성당의 야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대성당 정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 부분은 보수 중인 듯했다. 장엄한 고딕풍의 성당이었다. 레온 대성당은 내부의 125개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레온 대성당의 출입구 전면부와 뒷부분의 건축양식 등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틀담 성당 건축 양식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성당 옆에는 박물관도 딸려있다.  

    Santa Maria de Leon. 대성당 (전면부)
    Santa Maria de Leon. 대성당 (남쪽 파사드. 측면부)

    레온 대성당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다. 스페인어로는 Catedral de Santa Maria de Leon 이라고 부르는 것 같고, 또 다른 별칭은 Pulchra leonina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Pulchra를 찾아보니 라틴어로 아름다운, 훌륭한, 고귀한 이라는 뜻이란다.... 고귀한 레오니나 라는 뜻 (?). 성당이 그만큼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가 보다. 

    성당의 전면 출입구 쪽과 측면 이렇게 양쪽에 엄청 큰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성당 내부는 저날 닫혀있어서 둘러보지 못했다. 일정 때문에 레온 대성당 내부를 못 둘러보고 레온을 떠났던 것이 너무 아쉽다.

    또 정처없이 걷다 보니 바실리카 산 이시도로 성당이 나왔다. 이시도로 성당은 11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겉모습은 레온 대성당에 비하면 간소하고 살짝 투박한 느낌인데 내부는 간결하면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편이다.

    예전에 궁전 겸용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현재는 박물관과 성당으로 운영되고 있고, 산 이시도로의 유해와 함께 판테온 안에 그 당시 왕족들의 관이 모아져 있다고 한다. 레온 대성당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하다면 산 이시도르 성당은 내부의 회랑으로 유명한 것 같았다.

    바실리카라는 이름이 붙은 걸로 봐서 약간 로마 식인 것 같다. 아쉽게도 회랑은 보지 못했다.. 레온에서 못 보고 그냥 지나친 것이 너무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레온에 다시 가보고 싶다. 바실리카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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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실리카(라틴어: Basilica)는 원래 고대 로마인들의 공공건물(고대 그리스의 경우에는 주로 법정을 칭함)을 칭하는 데 사용한 라틴어로 대개 고대 로마 마을의 포룸에 있었다. 고대 그리스 도시들의 경우, 공공 바실리카는 기원전 2세기에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바실리카라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고 규모가 크며 교황이 특별한 전례 의식을 거행하는 성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따라서 현재 바실리카에는 두 가지 뜻이 있게 되었는데, 하나는 고대 건축의 문맥에서 공공건물을 가리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 건축의 문맥에서 대규모의 유서 깊은 성당을 가리키는 것이다.

    (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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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sílica de San Isidoro 성당 (외부)
    Basílica de San Isidoro 성당 (내부)
    Basílica de San Isidoro 성당 앞 조그만 광장
    바실리카 산 이시도로 성당 설명 (출처:위키피디아)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 박물관은 닫혀있어서 보지 못했고, 회랑도 못봤다... 레온에서 못 보고 그냥 지나친것이 너무 많다.  시청사 건물, 이시도로 성당 박물관 및 회랑, 레온 대성당 내부 및 스테인드 글라스와 박물관, 가우디가 지었다는 까사 보티네스, 산 마르셀로 성당, 그리고 레온에 있는 매우 화려한 파라도르 호텔 .. 전부 못보고 일정상 레온을 떠나야 했다.. 

    바실리카 산 이시도르 성당을 보고 나서 게스트하우스로 밤에 다시 돌아왔는데, 프라이빗 방이었음에도 청소를 언제 한 건지 방 상태가 그다지 깔끔해 보이지 않았다. 체크인 전에 미리 청소를 안 해놓은 느낌이었다. 방 안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었다. 느낌이 왠지 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려고 침대에 눕고 나서 두 시간쯤 지났을 무렵, 갑자기 한순간에 미친 듯이 온몸이 마구 가렵기 시작했다.... 벼룩에 또 물린 것이었다.. 하하 ㅠㅠ 순례길 초반에 교구 알베르게에서 침낭 열고 밤에 잤다가 한번 물려서 한 십여 일 고생하고 난 뒤 겨우 어느 정도 다 나아서 잊을만~했는데....

    너무 가려워서 이놈의 벼룩 가만 안 두겠어 !!!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괴력을 발휘해 침대를 벽에서 띄워내니.... 글쎄 커다란 살아있는 오동통 벼룩 두 마리가 바닥에 침대와 벽 사이에 있었다.... 하하 ㅠㅠ 벼룩 실물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진짜 완전 소름이 쫘~~~ 악 등을 타고 머리까지 돋았는데 이 벼룩들을 안 잡으면 나는 오늘 잠을 못자고 무사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에 소름돋는걸 겨우 참고 벼룩을 콱 잡으니 빨간 피가 죽 나왔다...... 방금전에 니들이 빨아먹은 내 피겠지 하하~ㅠㅠ

    그리고 나서도 도저히 이 방의 청결 상태를 믿을 수가 없어서 서랍 등을 전부 벽에서 떨어뜨려보니 가구 뒤에 말라비틀어진 벼룩 시체가 두세 마리인가 또 발견되었다... 오 마이 갓~~~ ㅠㅠ 

    믿을 수 없어.... 말라비틀어진 벼룩 시체라니..... 이곳에 내가 체크인하기 전에 분명 벼룩을 한 무리 달고 온 다른 여행객이 머무르고 나서 그 후 직원들이 방 청소를 제대로 안 한 게 틀림없었다. 저 시트나 베개 등도 새 걸로 간 느낌이 아니었다.

    체크인할 때 직원 옷차림부터 용모까지 영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머리는 한 일주일은 안 씻은 것 같고 귀걸이에 코뚜레에 싸구려 옷에 사람이 정갈해보이지 않더니...ㅠㅠ 역시 제대로 청소 안 하고 그냥 체크인시킨 게 틀림없다....

    지금 돌이켜 순례길을 생각해 보면 뭐 다리 아프고 염증 잡히고 한 것도 힘들었지만 벼룩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던 것 같다. 벼룩 생각하면 순례길을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여러분들은 되도록이면 쎄~~ 하다 싶으면 청결하지 않은 숙소에서 머무르지 말길 바라고, 꼭 벼룩 기피제를 사서 침대 구석구석 방안에 바람 안 통하는 구석구석에 미리 뿌려 예방하길 바란다.

    대도시같이 여행객들이 많이 오고 수준이 높은 도시들은 게스트하우스여도 청결하고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지만 이런 지방 소도시의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청결 보장이 잘 안 되는 것 같으니 예산이 된다면 평점이 높은 깔끔한 호텔에 머무르기를 권한다.      

    벼룩나온 게스트 하우스

    당장 환불하고 체크아웃하고 싶었는데 밤늦은 시각이라 직원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체크인 카운터에 아무도 없었다. 소름은 계속 안 가라앉고 이 방에서 도무지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살아있는 벼룩을 두 마리나 잡아 죽이고 서랍 뒤에 숨은 말라비틀어진 벼룩 시체까지 보고~~ 와우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벼룩을 본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 

    그 후 어떻게 잠을 자지.... 소름 돋아서 한숨만 푹푹 쉬면서 침대에 앉아 어떻게 하지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 왓츠앱으로 필리핀계 미국인 언니 마이다한테서 뭐 하냐고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마이다랑은 순례길 걸으면서 간간히 마주치며 밥도 같이 먹고 왓츠앱 연락처도 서로 주고받은 나름 친해진 사이였다. 마이다도 레온에 머물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금 게스트하우스 방에서 벼룩에 물려서 한바탕 벼룩을 싹 잡고 나서 완전 패닉이라고 소름 돋아서 잠도 안 오고 미치겠다고 하니 마이다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기는 레온에 있는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데 2인실이라 자리 남는다고 오라고 초대해 주었다... 눈물 나게 너무 고마웠다 ㅠㅠ 거리도 산 이시도로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이라 걸어서 한 15분 정도로 가까웠다. 

    까리온에서는 아일랜드 왕언니 아오이페 언니가 호텔에 초대해 주고, 레온에서는 마이다가 초대해 줘서 구해주고... 참 감사했다. 나중에 마이다가 말하길, 메세타의 알베르게들이 그다지 청결하지 않아서 싸구려 숙소에는 청결하지 못한 순례객이나 여행객이 옷이나 가방 등에, 또는 강아지 등 애완견과 같이 순례길을 걷거나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순례객들 강아지 털 속에 벼룩이 붙어서 그런 사람이 한번 머무르면 그 숙소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이날 이후 약국에 가서 벼룩 퇴치용 계피 스프레이를 거의 700ml짜리 정말 큰 것을 하나 사서 고급 호텔처럼 청결한 곳 아니고 일반 숙소에 머무는 경우마다 전부 침대 매트리스 다 완전 꼼꼼히 확인하고 방바닥이나 구석 틈새 이불 및 시트에도 전부 벼룩 기피체를 뿌리고 만전을 기했더니 이날 이후로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낼 때까지 더 이상 벼룩에 물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이다가 날 초대해 준 호텔은 알고 보니 레온에서 수준급의 호텔이었다. 호텔의 이름은 레알 콜레히오타 산 이시도로( Real Colegiata San Isidoro)로 산 이시도로 성당에 바로 붙어있는 곳으로 파라도르 호텔처럼 호화스러운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매우 정갈하고 아름다운 고풍스러운 호텔이었다.  

    여러 가구와 조명 그림으로 꾸며진 복도
    시원하게 트인 높은 천장의 호텔 로비
    정갈한 로비 및 깔끔한 중정

    깔끔히 샤워하고 나서 마이다랑 밤 깊은 시간까지 계속 수다를 떨었다. 마이다는 미국에서 온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이모와 같이 순례길을 걷고 있었는데 이모님은 이제 일정이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신 듯했다. 예전에 마이다와 마이다의 이모님과 같이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자상한 이모님이었다. 

    그래서 이모님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나서 이제 마이다가 혼자 걷다 보니 외롭기도 했던 것 같고 마이다 성격이 조금 소심한 성격이고 겁을 많이 내는 성격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심 같이 걸을 친구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나는 마이다랑 성격이 반대로, 혼자 걷는 걸 좋아하고 겁이 나름 없는 성격인데, 11월 되고 나서부터 길 위에 사람이 확~ 줄어들면서 아 같이 걷는 것도 서로 의지되고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옆에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것.. 같이 이야기 나누고 밥을 같이 먹고 웃고 떠들고 힘들 땐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순례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예상치 못한 도움도 받고 같이 즐겁게 서로 의지하며 도우며 길을 걸을수 있었던 점에 감사드린다. 딱히 외로움을 타지 않고 자유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동반 친구가 있다는 것도 좋았다. 가끔은 혼자 걸으며 자유를 만끽하고 또 좋은 친구를 만나면 같이 즐겁게 대화하며 걷고.... 순례길은 인생하고 너무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혼자는 혼자대로 자유롭게 자신을 탐구하며, 같이 걸을 땐 또 서로 의지하며 도우며 즐겁게 걷는 순례길과 인생이 매우 비슷한 느낌이랄까...? 

    레온까지 왔으니 순례길의 중반을 걸었고, 이제 나머지 절반이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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